액면가 5분의 1 감액…약 1조원 규모 유상 증자도 추진

[스페셜경제=김민주 기자] 삼성중공업은 주식 액면가를 5분의 1로 줄이는 무상 감자를 실시하고 약 1조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이를 통해 자본과 유동성을 확충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중공업은 3월 말 기준으로 시재는 1조2000억원 규모다. 최근 신규 수주 확대로 향후 시재 증가도 예상돼 현금 유동성은 양호하다는 게 삼성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다만 실적 부진으로 금융권 거래 제약이 우려되는데다, 추가 수주에 대비한 RG(선수금환급보증) 한도 확대 등을 위해서는 선제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해졌다. 

더욱이 지난해 말 248%였던 부채비율도 올 1분기 260%까지 상승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 납입자본금을 낮춰 자본잠식 우려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감자 방식은 통상적인 발행주식 감소와 달리 감자 후 발행주식수의 변동이 없고 주식 평가 금액이 동일해 주주입장에서 지분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선제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납입자본금 감액분 2조5000억원은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한다. 또 유상증가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과 스마트 야드 구축 등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자금으로 활용된다.

무상 감자는 다음달 개최될 임시주총 승인 후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며, 유상 증자는 임시주총에서 수권주식수 확대를 의결한 후 일정 등 세부 계획을 확정해 실행할 계획이다. 임시주총은 다음달 22일 오전 9시 경기도 성남의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열린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이날 올 1분기 영업이익 적자 506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강재가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 공사손실 충당금 및 고정비 부담, 재고자산 드릴십 5척에 대한 평가손실 등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과 저유가 영향으로 수주가 급감하자 삼성중공업은 도크 가동을 높이기 위한 긴급 물량을 확보하면서 일부 선종에서 공사손실 충당금이 발생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강재가 인상이 예상 폭을 훨씬 웃돌아 제조원가가 크게 상승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아울러 드릴십 3척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이에 따른 손실도 추가됐다. 삼성중공업은 기존 협상처를 포함해 매수 희망처와 매각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매출 6조9000억원, 영업이익 적자 7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1분기에만 42척, 51억달러(5조7000억원) 수주를 기록함에 따라, 1~2년 뒤 실적 개선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중공업은 외부 중소 조선소를 활용하는 신공법인 하프십 건조공법, 스마트야드 구축 등을 통해 원가절감을 극대화하는 한편, 조선업에 특화된 모듈공법과 용접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모듈 수주를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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