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옥 전 푸르덴셜생명 대표 이후 7년만
헬스케어 경쟁력 확보·RBC 비율 회복 '과제'
6년 만에 등장한 女 최고경영자 '가뭄은 여전'

▲조지은 라이나생명 신임 대표이사/제공=라이나생명
▲조지은 라이나생명 신임 대표이사/제공=라이나생명

 

[스페셜경제=이정화 기자]흰소의 해가 밝아오고 보험사 CEO들이 임기를 끝마치거나 시작한 가운데 라이나생명의 호랑이 띠 수장이 눈에 띈다. 조지은 대표가 보험권 역사상 두번 째 여성 CEO로 등장해 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것이다. 올해 보험산업을 이끌 헬스케어 사업에도 적임자라는 평을 받으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헬스케어 경쟁력 확보·RBC 비율 회복이 과제

6일 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이 조지은 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지난해 말 선임했다.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조 대표는 지난해부터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총괄 부사장을 지내면서 사실상 라이나생명의 주요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다.

라이나생명은 "헬스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시기에 미국 본사와 주주들은 조 대표가 사업 연속성 측면에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본사와 한국법인을 잇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리더십이 차기 대표이사를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퇴임한 홍봉성 전 대표는 라이나생명을 10년간 이끈 보험업계 장수 CEO로 알려진다. 홍 전 대표는 취임 첫해 기준 9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현재 35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업계 내 이익 규모도 국내 3위 안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조 대표가 라이나생명의 성장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되는 이유다. 

RBC(지급여력)비율 증대와 헬스케어 사업 확장도 조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의 3분기 RBC비율이 327.6%로 전분기 대비 12.1%포인트 낮아졌다. 가용자본이 472억원가량 줄어든 결과라는 설명이다. 조 대표의 강점인 헬스케어 또한 올해 보업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미 국내 생·손보사들이 관련 사업에 치열하게 뛰어드는 상황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RBC비율은 전체 생보사 평균 수치인 303.5%를 능가해 자산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RBC 비율에 중점을 두기 보단 이어온 성과를 꾸준히 유지하고 안정적인 수익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높이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수익 목적으로 운영한 헬스케어 서비스는 없었지만 모회사인 미국 시그나 그룹과 여러 방면에서 조율도 해보고 출시해온 바 있다"며 "보험사 역할에서 조금 벗어나 모든 영역에 헬스케어를 녹여내는 등 많은 서비스를 다방면으로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조 대표가 라이나생명에서 오랜 기간 경영활동을 지속해온 만큼 코로나19 등에 따른 업황 악화 속에서도 무리 없이 좋은 성과를 창출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2011년 라이나생명에 입사해 △헬스케어비즈니스팀 이사 △Operation 부문 겸 Chief of Staff 부문 총괄 전무 등을 지낸 바 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조 대표는 그룹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본인의 생각을 밀어부치기보단 실무자 등 직원들의 여러 의견을 듣고 종합해 하나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장이 바뀐다고 해서 실적이 좌우되는 회사가 아니다"며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영업 등 많은 면에서 꾸준히 선방하고 있기 때문에 올 한해도 더 나은 수익을 이끌어나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나생명 본사 전경/제공=라이나생명
▲라이나생명 본사 전경/제공=라이나생명

 

6년 만에 등장한 女 최고경영자 '가뭄은 여전'

조지은 대표가 라이나생명을 이끌게 되면서 손병옥 전 푸르덴셜생명 대표 이후 7년 만에 보험권 여성 CEO가 나왔지만 업계 '유리천장'을 깨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계 보험사들의 성비 격차는 그나마 좁은 편이다. 라이나생명은 현재 총 임원 29명 중 9명(31%)이 여성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을 보유하고 있다. AXA손보의 여성 임원 비중도 33%로 업계 최고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의 이 같은 인력 구성은 대표적인 보수산업인 보헙업계에서는 드문 양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임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 전체 임원 441명(손보사232·생보사209명) 중  여성은 34명(손보사11·생보사 23명)으로 7.7%에 그친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로 실력을 우선하는 문화가 짙은 면이 있다"며 "성별 등에 따른 상황에 차별을 두지 않고 공평한 인사를 진행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든 것 같다. 이런 사내 분위기는 고객서비스 강화로 이뤄져 좋은 영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성차별을 없애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이루는 방향으로 가는 시대에 여전히 보험업계 여성 임원 비율은 적은 수준"이라며 "최근 대형 보험사들이 점차 여성 인재를 영입하는 등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금융권에서도 여성 임원이 늘어나는 추세에 업계 유리천장도 깨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보험업계의 미미한 여성임원 비율을 두고 소비자들은 "그래도 변해가는구나", "보험업계 일하는 직원들 거의 여자인데 관리직에 오르는 인물이 적다는 게 이상하다", "들어온 지 얼마 안된 남직원이 경력 오래된 이모를 제치고 관리직으로 승진해 이모가 그만뒀다", "비율이 아직도 100 중 7명 꼴이지만 그래도 희망적이다"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한편 조 대표는 1975년생으로 대원외고와 서울대 간호대학을 졸업했으며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을 나왔다. 미국 듀크대 푸쿠아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LG투자증권과 메트라이프생명 등에서 일하다가 2011년 라이나생명에 입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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