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폭행 시끌 하더니 대형마트 퇴출되나?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지난 해 유통업계는 ‘갑’들의 폭행으로 떠들썩했었다. 포스코 상무의 비행기 라면 사건, 프라임 베이커리 회장의 호텔 지배인 폭행 사건, 남양유업 녹음파일 사건 등으로 홍역을 이뤘다. 하지만 이들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이는 피죤 이윤재 회장이었다. 이윤재 회장은 2011년 전 임원을 청부폭행 한 것이 밝혀지며 논란이 됐었다.


이 회장은 법정 밖 기자회견에선 “후선으로 물러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가석방 출소 뒤에는 슬그머니 경영 복귀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하며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대형마트들은 피죤 제품을 놓지 않겠다고 엄포해, 현재 피죤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임원 청부 폭행 뒤 슬며시 경영복귀 뒤 발뺌
도덕성 논란‥마트 "부도덕 기업과 거래안해"


피죤은 국내 대표 섬유유연제로 지난 30여 년 동안 업계 최고 자리를 유지해왔지만 현재는 샤프란, 옥시 등에게 치이는 위치까지 됐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윤재 회장이 ‘제 살 깎아 먹기’를 한 것이 컸다.


해고무효 소송내자 청부폭행?


지난 2011년 2월 피죤 사장에 취임한 이은욱 전 사장은 월 매출을 두배 이상 끌어올렸지만 창업자인 이윤재(77) 회장으로부터 취임 4개월만에 해고당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이 전 사장은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


하지만 8개월 뒤인 10월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하던 이 전 사장은 괴한 3명으로부터 폭행당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괴한들은 이윤재 회장이 보낸 사람들이었던 것.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8월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피죤 본사 집무실에서 김 본부장에게 “이은욱 전 사장과 김용호 전 상무에게 겁을 주든지 괴롭히든지 해서 (해고 관련)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준비해서 해결하라”며 청부폭력을 지시했다.


이 회장은 또 이 전 사장이 조폭들에게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지난달 13일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모 아파트 앞에서 김 본부장을 통해 조폭들에게 도피자금 명목으로 현금 1억5000만원을 전달한 혐의까지 있었다. 결국 이윤재 회장은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회사돈 횡령까지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2012년 11월, 청부폭행사건이 일어난 지 일 년 만에 피죤은 또 논란거리로 올라섰다.


이번에도 이윤재 회장이었다. 1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해외 법인 투자 등으로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이 회장은 2002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납품업체 8곳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부풀린 거래대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차액을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43억24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8년 10월21일~2011년 3월7일 기간 동안 임의로 회사 내부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뒤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방식으로 피죤 법인자금 8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중국 현지법인 공장 리모델링 공사비용을 부풀려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리고 중국 법인 직원의 임금을 피죤 회사자금으로 대신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은 피죤 의사결정에 지배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허위 회계처리로 회사 돈을 횡령,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며 “이로 인해 피죤의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건강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으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면하기 힘들었다.


슬그머니 경영 복귀?


이윤재 회장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지난 1월이었다. 피죤 노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8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된 후 경영 복귀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윤재 회장이 2011년 당시 법정 밖 기자회견에서 “후선으로 물러나겠다”고 스스로 말하며 선처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직원 대상 강연에서 “내가 몸이 허락하는 한 여러분을 돕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조원익 당시 사장은 같은 시기에 물러났다. 취임 9개월 만이다.


건강상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회사 일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 게다가 노조 측은 조 사장 퇴진과 관련, “회사 측에선 건강상 이유로 그만뒀다고 하지만, 결국 해고된 것”이라며 “또 최근 회사 내에서 불고 있는 권고사직, 강제전보 등이 모두 이 회장의 지시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가 사실이라면 단순히 후선에서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경영권을 다시 찾은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피죤 측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재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피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윤재 회장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회사에 잠깐 들렀다가 나갈 뿐이며 모든 경영상 의사결정과 결재는 대표이사인 이주연 부회장이 하고 있다”며 “또한 일 안하는 직원들을 정리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형마트서 아웃?


이러한 도덕성 논란들이 연거푸 터지면서 피죤은 ‘도덕성 논란’이 따라다니게 됐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형마트가 문제를 직접 제기하고 나선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코스트코 코리아가 지난 해 말 피죤을 상대로 노조활동 탄압과 이윤재 회장 관련 문제 등에 대해 공문을 보내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떠들썩했지만 이는 피죤에게 확인 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피죤 측은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공문을 받은 적도 없다. 받은 적이 없는 공문이기에 뭐라 이야기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아직 정상적으로 납품을 진행 중이다. 만약 ‘도덕성’문제로 계약이 해지된다면 이전에 해지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존 측은 “이 회장도 일주일에 한 번 씩 나와 한두 시간 정도 있다 가는 그런 정도인데 복직 이야기는 너무 성급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데에는 부도덕한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한다는 코스트코 미국 본사의 방침이 있기 때문이다. 피죤이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다. 피죤이 이러한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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