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보복’ 칼날?…정상화 ‘요원(遙遠)’

▲ 사진=수원대 이인수 총장

[스페셜경제=김상범 김영일 기자]지난해 수원대학교와 이인수 총장에 대한 비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4명이 올 초 파면 조치됐다. 학교 측은 연구실 폐쇄 조치까지 취한 상태다.


파면된 교수들과 교원단체들은 의혹 제기에 대한 ‘보복 조치’라며 강한 반발의 뜻을 표현했지만, 학교 측은 해당 교수들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논문 표절 등을 이유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교수협 일부 교수들과 이 총장 간 면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일각에서는 ‘보복성 징계’ 의혹이 오히려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장이 일부 교수에 대해 ‘쓰레기’라는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는 등 교수협 소속 교수들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수협 소속 4명 파면…연구실 폐쇄 조치까지 강행
학교 측 “허위사실 유포로 학교와 총장의 명예 훼손”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수원대학교를 둘러싼 진실 공방전이 ‘점입가경’이다.


수원대와 이인수 총장에 대한 비리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던 수원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4명은 지난 1월 결국 파면됐다. 게다가 학교 측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던 연구실에 대해서도 폐쇄 조치를 취한 상태다. 전화 및 컴퓨터, 난방까지 모두 차단됐다.


파면된 교수들과 교원단체들은 의혹을 제시한 교수들에 대한 ‘괘씸죄’에서 비롯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학교 측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 훼손’ 등 명백한 사유가 있다며 징계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원대가 설립자 故 이종욱 총장의 아들인 이 총장과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총장의 부인 최서원 이사장이 학교를 사실상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구조에서 이들 교수들의 저항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 총장을 비롯한 재단소유 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이다.


연구실 폐쇄 조치


지난달 20일 <뉴스1>은 수원대가 수원대와 이 총장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교수협 소속 교수 4명의 연구실을 폐쇄 조치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해당 교수 4명은 연구실 강제 폐쇄 조치에 반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수원대 재단인 고운학원은 해당 교수 4명을 파면하고 지난달 5일 법원에 ‘건물인도단행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학교 측이 제한 조치 대상으로 포함한 것은 배재흠·이상훈·이원영 교협 공동대표 3명과 이재익 교수 등 4명에 대해서다.


앞서 4명의 교수들은 지난해 12월 수원대 징계위원회와 이사회 최종 승인 과정을 거쳐 지난 1월 결국 파면 통보를 받게 된다. 당시 학교 측은 파면 통보와 더불어 이들에게 “연구실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했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까지 제기했다.


학교 측은 학교 지급 물품 외 개인집기와 도서류, 연구실을 반환을 통보했다. 또 1월 18일부터 별도 통보 시까지 이들 4인에 대한 연구실 출입을 금지하고 무단출입을 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수들의 연구실을 새학기 개강을 앞둔 신규임용 교수들에게 배정하겠다는 것.


4명의 교수들은 “법원에 부당 징계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니 최종 판결 전에는 연구실을 비우지 않겠다”면서 ‘교수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수원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수원대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연구 업적 점수 미달 등 여러가지 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는 판단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징계위원회를 통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으므로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으며 '보복성'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 연구실 폐쇄 조치에 대해서는 "연구실을 비워달라는 공지 차원이지 '폐쇄'라는 말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총장 일가 ‘총동원’


사실 연구실 폐쇄에 앞서 더 큰 논란이 됐던 것은 교수협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교수들에 대한 파면 조치다. 게다가 ‘보복성’ 조치 의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교육업계 일각에 따르면 수원대 측의 징계 결정은 재단 일가가 깊이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는 이 총장과 징계위를 구성했던 최서원 이사장이 부부지간이라는 점에서다. 게다가 징계위원으로 참석한 6인 가운데는 최 이사장의 친동생인 최형석 교무부처장이 포함돼 있었다.


일부 언론은 이런 상황을 두고 “남편이 징계를 요청하고 부인이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동생이 징계에 직접 참여한 표적 징계”라며 “이 총장의 최측근 교수들을 동원해 징계위를 구성해 징계를 결정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 교수 파면 조치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교육시민단체

‘보복성’ 징계조치?


지난 1월 수원대가 교비회계 전용 등 학내 문제를 비판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4명을 파면 처분하면서 해당 교수들과 교원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교수협 공동대표인 배재흠, 이상훈, 이원영 교수와 이재익 교수는 “재단 고운학원 이사회로부터 파면 처분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재단 측은 “이들 교수들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학교와 총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무단 휴강과 논문을 표절했다”며 징계 이유를 밝혔다.


반면 파면된 교수들은 “교수협의회 활동은 학교의 명예훼손이 아니라 오히려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는 행위이며, 논문표절 등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들은 “수원대 논문집에 게재하고 대외 학문 학술지에 보완해 실은 것은 논문표절이 아니라 그동안 관례였다는 점 등을 징계위위원회에서 충분히 해명했지만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는 명백히 교수협 활동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부당한 해임을 취소할 것을 재단 측에 요구하는 한편 수원대 정상화를 위해 법에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와 한국사립대교수연합회, 전국교권수호모임 등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의 파면조치는 부당하다”며 “재단 측은 파면과 징계를 취소하고, 교육부는 즉각 이 사태를 감사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이들 단체들은 고운 재단의 결정에 대해 “파면은 중대 범죄를 저질렀거나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이뤄질 수 있는 조치”라며 “이번 조치는 재단 소유주 일가의 횡령·배임 등 범죄행위를 은폐하고 민주주의를 반대한다는 의미”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미술품 반출 의혹


게다가 수원대는 미술품 반출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 작품들은 지난해 비자금 용도로 구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수원대와 이 총장은 교비 유용 등의 의혹이 제기돼 2월 10일부터 교육부 감사가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감사 직전인 1월말부터 2월 초 설 연휴 기간 동안 학교에 보관돼 있던 미술품 일부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켰다.


수원대가 학내에 보관하고 있던 미술품들은 그 동안 이 총장의 비자금 조성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일부 언론과 수원대 학생들에 따르면 연휴 기간 동안 수원대 측은 미대와 공대 등에 보관하고 있었던 수백여점에 달하는 미술품들을 트럭에 실어 총장 소유의 휴양시설로 반출시켰다.


앞서 교수협은 해당 작품들을 두고 “구입 목적이 불분명하다”면서 의문을 제시한 바 있다. 감사원 역시 교비로 수십억원을 지불하면서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을 구입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총장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에 일부를 전시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미술품 반출을 두고 교수협과 수원대 학생들은 “구입 내역이 불분명하거나 총장 소유 의혹을 받고 있는 작품들을 휴일에 기습적으로 직원들을 동원해 이동시킨다는 것은 의혹을 가중시키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즉, 감사에 대비해 미리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작품들을 은폐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원대는 물론 교육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달 10일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수원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지난해 국회에서도 감사의 필요성을 지적했음에도 4명의 교수가 파면되고 나서야 비로소 감사에 나섰다”면서 “감사 사실을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너무 일찍 통보함으로써 수원대 측이 비리 의혹을 은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했다”고 규탄했다.


수원대 관계자는 "감사에서 지적 받은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교내에 전시됐던 총장 소유의 미술품 등을 이동ㆍ정리한 것일 뿐 은폐 조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의혹


앞서 수원대에 제기된 의혹들은 말 그대로 ‘다양’하다.


교수협 측은 이 총장이 편법 토지 매입을 통한 교비 유용은 물론 미술품을 통한 비자금 조성, 종편 투자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총장의 영문과 졸업생 노 모씨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영문과 84학번으로 알려진 노씨는 이 총장이 지난 80년대부터 폭력과 학대를 지속해 자신은 현재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상태이며, 고관절 골절로 인해 두 차례의 대수술을 받았으나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성적 학대와 상습 폭행 등을 수년간 겪어왔다고 성토하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실제 노씨는 지난해 9월 수원대 개교기념식에서 ‘수원대 총장의 혼인빙자 불륜 및 피소사건의 전말’이라고 적인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이 총장의 도덕성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다 학교 관계자들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당시 노씨는 “이 총장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 총장에 속아 5년간 교제를 했다”면서 “이 총장은 성폭행을 일삼았으며 나를 넘어뜨려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날의 혼란 상황은 노씨가 학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구급차에 실려나가면서 일단락됐지만, 학교 측은 노씨를 업무방해로 고소한 바 있다.


노씨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에 이 총장을 상대로 치료비를 요구하는 손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총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과 사돈관계에 있는 방상훈 사장이 몸담고 있는 TV조선 측에 50억원을 교비로 투자했다가 학내외의 잇단 지적에 향후 5년간 이를 반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또 지난해 말 교수협 소속 일부 교수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일부 교수에 대해 “쓰레기 같은 X”라는 이 총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수원대 관계자는 "노씨의 경우 학교 행사 진행에 있어 안전 조치 차원에서 출입을 저지한 것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 받고 서로 고소를 취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이 총장의 '막말' 논란에 대해서는 "교수를 '쓰레기'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며 (교수협 측이)개인 인신 공격을 유도하는 고의적인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수협에 따르면 현재 교수협은 이 총장에 대해 ‘모욕죄’로 고소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수원대 사태’를 두고 “족벌 사학의 전형적인 부작용”이라며 “교육부 감사는 마무리됐지만 학교 측의 변화 없이는 근본적인 국면 전환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또 일각에서는 "교수들에게 일방적으로 호통을 치고 막말을 사용했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을 통해 이 총장을 비롯한 수원대 경영진들이 여전히 권위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고 지적했다.


수원대를 들러 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학교 안팎에서 불협화음과 논란이 끊이지 가운데 교육부 감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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