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입장차 뚜렷

▲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공수처법개정안을 통과 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등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원혜미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완화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입법독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앞서 열린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조정위)에선 6명 가운데 4명의 찬성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임위 이견 조율을 위해 구성되는 조정위는 전날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의결 시도에 반발하며 안건조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여야 동수 총 6명으로 구성되는 조정위는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안건 처리가 가능하다. 이번 조정위는 민주당 의원 3명과 범여권 정당인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참여하면서 3분의 2가 됐다.

이날 통과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5명(전체 재적위원 중 3분의 2)’으로 완화해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당이 열흘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대신 학계 인사 등을 추천하도록 했다. 또 공수처 검사의 요건을 기존 변호사 자격보유 기간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고, 5년 이상 필요한 재판, 수사, 조사업무 경력 조건도 삭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야당은 민주당의 공수처 개정안 강행 처리 절차와 내용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소위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 것과 관련해 “특별한 비밀이나 보안이 필요한 것은 비공개할 수 있겠지만 이런 쟁점이 있는 회의는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고 국회법에 나와 있다”며 “내가 법안소위 위원장인데 소위도 마찬가지로 당연히 공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펜·사진 기자를 못 들어가게 하거나 내보냈는데 일반소위에서 이런 적은 없었다”며 “자신들이 자신 없으니 그런 게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전직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국회법 57조에 따르면 소위는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비공개를 하려면 의결을 해야된다” 면서 “안건조정위원회 역시 하나씩 하나씩 90일 안에 서로 협의하게 되어있어서 보통 90일 동안 딜레이 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공수처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전에 공수처가 대통령의 친위조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문제 삼으니 법조계에서 경험이 어느 정도 있고 수사 기능도 좀 해본 사람들로 뽑겠다고 했었다”며 “그 정도 (변호사 자격보유 기간 10년에 5년 이상의 재판, 수사, 조사업무)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위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리더라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사로 따지면 1년차 검사와 4년차 검사, 4년차 검사와 7년차 검사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3년 동안에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 옛날로 따지면 7년차 검사는 중간급이고, 10년차 검사부터는 부부장, 즉 간부급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조계에서 10년 정도 되면 로펌에서든지 어디서든 자기 자리를 확실히 잡는데 7년차까지만 하더라도 계속 어떻게 버티고는 있겠지만 법조계에서 자리를 확실하게 못 잡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들에게는 (공수처 소속 검사)에서 안되면 갈 데가 없기 때문에 위에서 지시하는 것을 반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격요건이 중요한데도 (여당이) 공수처 검사의 자격요건을 낮추는 건 의도가 너무 명백하다”며 “특정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 위에서 지시하는 것을 거부하기 어려운 그런 사람들 위주로 뽑겠다. 필히 대통령 친위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에서 “어제는 야당 의원 발언을 속기록에 남기지 말라고 하더니, 오늘 오전에는 소위 회의를 취재하는 풀 기자 출입을 여당 소위원장이 막았다”며 “국회의 모든 회의는 공개가 원칙인데 무엇이 두려워 국민과 언론의 눈과 귀를 가리는가”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이어 “여야가 공수처장 추천 협의를 진행하던 중에도 여야 합의를 뒤통수치는 법 개정을 밀어붙여 공수처장을 마음대로 추천하려 한 민주당”이라며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의 쟁점이 팽팽할 때 여야 동수 3:3으로 최장 90일간 숙의토록한 것인데 민주당은 이 원칙조차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공수처법 개정안에는, 특히 공수처 검사 변호사 자격보유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고 5년 이상 필요한 재판, 수사, 조사업무 경력 조건도 삭제했다”며 “경험과 실력은 부족해도 이념과 편을 같이하는 주변 인물들을 공수처 홍위병 검사 완장 수사관으로 채우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174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은 그만큼의 더 큰 책임감과 정치력으로 국정을 안정시키고 이끌어가라는 것이지, 의석으로 독주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는데, 대체토론과 심의 절차 없이 처리된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마치 시한이라도 정해놓은 듯 최근 각 상임위에서 주요 법안들을 줄줄이 속전속결로 단독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의 모든 회의가 공개가 원칙이라고 하는 것은 선택적,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위원장에 따라 (공개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그동안 소위는 또 공개를 거의 안 해왔다”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공수처 자격보유 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5년의 수사경력을 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7년이나 10년이나 3년 차이인데 별 차이 없다”며 “스펙을 너무 엄격하게 집어 넣어버리면 대상이 확 줄지 않느냐. 그런 것들을 완화시켜서 좀 더 많은 자원 속에서 우수한 사람들을 고르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민주당은 오는 9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페셜경제 / 원혜미 기자 hwon611@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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