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학벌·국적 불문 인재 영입” 약속 이행
올해의 삼성 AI 연구자상’ 제정…호암상 확대 개편
박사급 인재 채용·산학협력 등으로 과학 인재 양성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재 경영이 탄력받고 있다.

 

연구자 시상과 채용을 통해 AI를 비롯한 과학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전방위적인 연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재가 경쟁력이라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올해의 삼성 AI 연구자상(Samsung AI Researcher of the Year Award)’을 제정하고 오는 11월 첫번째 시상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호암재단이 운영하는 호암상을 내년부터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으로 분리해 확대 개편키로 한 데 이어, 별도로 인공지능(AI) 분야 시상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AI 연구자상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전도유망한 인재들을 지원하고 연구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AI 연구자상을 도입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AI 연구 협력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시상식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취합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 전달한 뒤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딥 러닝 하드웨어 등 AI와 관련된 분야에 몸담고 있는 대학교수 혹은 공공기관 연구자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국적이나 성별 제한을 없앤 대신, 미래세대 과학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에 맞도록 접수 마감일인 다음달 7일 기준 ‘35세 이하라는 조건이 달렸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만달러(3600만원)가 지급되며 삼성전자가 매년 개최하는 AI포럼에서 강연할 수 있는 특전이 제공된다. 심사는 삼성 AI 포럼 공동의장인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교수를 비롯한 AI 포럼 이사회 멤버간 논의를 통해 이뤄진다.

 

수상자는 10월 선정되며, 112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제4회 삼성 AI포럼을 통해 첫 수상자가 공개된다.

 

AI 분야는 이 부회장이 주목한 미래 먹거리다. 그는 180조원을 투입해 AI와 전장,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등4대 미래 성장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빍힌 뒤 계획을 착실히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711월 삼성전자의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를 출범시키며 한국과 미국, 영국 등 7개 지역에 AI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세바스찬 승(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AI 분야 세계적 석학인 승 소장이 삼성행을 택한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재 영입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반도체 설계·AI 분야의 박사급 인력 총 1000명 채용을 진행한다. 이미 상반기에만 500여명의 채용이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기초 과학분야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그는 공학이나 의학에 비해 취약한 기초과학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호암상 확대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호암상은 내년부터 과학상(물리·수학부문, 화학·생명과학부문) 공학상 의학상 예술상 사회봉사상으로 시상된다.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총상금은 기존 15억원에서 18억원으로 늘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산학협력 지원도 대폭 늘리고 있다. 20187월 산학협력을 전담하는 산학협력센터를 설치한 이후 매년 전·현직 교수 350여명, 박사 장학생 및 양성과정 학생 400여명 등을 선발해 지원 중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산학과제 지원 규모도 기존 연간 400억원에서 2배 이상 확대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보유한 최첨단 반도체 설비를 대학들이 연구활동에 사용할 수 있게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여개 대학에 약 100여건의 연구용 테스트 반도체를 무상으로 제작, 지원했다. 또 산학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재 진행 중인 협력과제들의 특허 등록을 장려하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한 미래 기술연구 지원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혁신적인 반도체 구조 및 구현 기술 난치병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 양자컴퓨팅 실용화를 위한 원천 기술 등 도전적인 연구가 상당수다. 올해에만 기초과학 분야 201, 소재 분야 199,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201개 등 총 601개 연구과제에 7713억원의 연구비를 집행했고, 2013년 이후로는 15000억원을 지원했다. 국제학술지에 1241건의 논문이 게재된 데 이어 사이언스(5), 네이처(2)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만 93건에 달하며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이 인재 육성에 더욱 힘주는 이유는 이 부회장의 의자가 크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계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미중 무역갈등 심화, 강제징용 가해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에 따른 한일 갈등 고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기술 경쟁이 첨예해지면서 이 부회장은 전문성과 통찰력을 지닌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삼성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강화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도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면서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사업을 이끌어 가도록 하는 것이 제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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