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감시탑’과 함께 춤추는 정부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참여민주주의와 인권이 실현되는 세상의 건설’이라는 기치로 1994년 발족한 참여연대는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 기업 등에 종속되지 않고 권력의 부정부패 및 잘못된 관행 등의 감시와 개선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특정 세력에 종속되지 않던 이 ‘권력의 감시탑’은 적폐청산이라는 국정기조를 내세운 문재인 정권에 있어 최고의 등용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정부 출범 이후 참여연대가 정권 요직에 진출하며 일찍이 주장하던 안건들이 언론을 통해 상당 부분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단체의 과도한 국정개입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심지어 기용 예정 인사들의 비리와 부패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다가 청와대 인사의 핵심을 담당하는 조국 민정수석비서관도 참여연대 출신인 탓에 ‘권력연대’ 아니냐는 조소까지 나왔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청와대의 참여연대 인선은 어떻게 이뤄졌고,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어떻게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쳤는지 되짚어봤다.


청와대 인사실패와 참여연대·민주당의 동일한 정책기조


◆ 초토화된 청와대 인선

발족 이래 줄곧 현 정부·여당의 개혁 스피커 역할을 하던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상당 수 인사들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며 정권의 요직에 올랐다.

이러한 참여연대 출신 인사에는 대표적으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 시절 후원받은 정치자금 ‘셀프후원’ 논란과,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외유성 출장 등 의혹이 제기되며 임명된 지 불과 2주 만에 사임했다.

심지어 그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도 숱하게 제기됐다. 금감원장이라는 금융경제 실무를 담당할 직위에 인류학 전공자를 앉힌 것도 모자라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활동을 한 것이 금융권 경력의 전부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던 장제원 의원은 “‘참여연대’ 스펙만 있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고 출세는 떼 놓은 당상이 된 지 오래라지만 김 원장 임명은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던 안경환 전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교제하던 여성의 동의 없이 도장까지 위조한 일방적인 혼인신고로 혼인무효 판결을 받고, 고등학생이던 아들의 퇴학취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는 결국 장관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했다.

뿐만 아니라 ‘재벌 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아들의 인턴십 특혜, 아내 부정취업, 유한킴벌리 담합 봐주기, 투기성 위장전입 의혹 등이 제기됐고, 자립형사립고등학교·외국어고등학교가 ‘불평등을 확대한다’며 비판해 온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두 아들은 각각 명덕외고와 대일외고를 졸업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인사검증 5대 원칙으로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등을 강조한 바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선을 ‘인사참사’를 넘은 ‘인사재난’이라 표현하며 깨끗한 정부를 만들겠다던 문 대통령의 약속은 시작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단 참여연대 뿐 아니라 각 부처 장관이나 주요 기관장 등의 임명에도 청와대의 인사실패는 부지기수로 이어졌다. 

 

그래픽=강민철 디자인 팀장.


◆ 정부정책에 그대로 반영된 시민단체 안

2017년 6월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추진해야 할 입법·정책 개혁과제’라는 정책자료집을 통해 정부가 시행해야 할 90가지 안건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국가기관 권한남용 방지 및 표현의 자유(8개) △안전사회 강구(7개) △정채·행정개혁(9개) △검찰·사법개혁(6개) △미래 청년세대(4개) △민생도모(10개) △경제민주화 및 노동권 강화(14개) △복지국가와 공평과세(15개) △평화인권과 외교안보권력 민주화(17개)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참여연대의 제안은 더불어민주당이 19대 대선 당시 정책 공약집을 통해 제시한 공약과 공통된 부분이 57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책 공약집이 참여연대 자료집을 참고해서 작성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해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로 발표한 9·13부동산대책은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로 상향조정’하고, ‘공정거래가액 비율을 2022년까지 100%로 현실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로부터 약 1년 전 참여연대는 정책 자료집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최고세율 3.0%로 정상화’하고 ‘공정거래가액비율도 100%로 조정’할 것을 주장했다.

참여연대의 안과 정부안이 이토록 유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난 4월부터 소득 하위20%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기 실시되는 월 30만 원의 기초연금과 고용노동부가 구직청년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청년구직촉진수당(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의 복지사업도 참여연대가 제시한 방안들이다.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던 국제노동기구(ILO) 4개(결사의 자유 및 강제노동)의 핵심협약 또한 참여연대가 제안한 경제민주화와 노동권 강화를 위한 과제에 포함돼 있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고심 끝에 이 중 제105호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협약에 대해 비준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자증세와 법인세 인상 등 문 정부가 표방하는 포용적 혁신국가에서의 조세·재정개혁을 목적으로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되기도 했다. 다만 재정특위는 별다른 성과 없이 10개월 만에 해산됐다.

권력기관과 정치·행정개혁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여야가 진통을 겪으며 올린 패스트트랙에 포함된 3가지 주요 안건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선거제 개편 또한 참여연대의 90가지 과제에 포함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드인사부터 예견된 수순…비정부단체가 친정부단체로


◆ ‘참여인사’ 기용…정책의 사문화(私文化) 초래

현 정부의 정책에 이처럼 시민단체안이 거의 그대로 수용되는 것은 당초 기치대로 ‘감시와 견제’ 역할에 매진해야 할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정부에 기용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현직으로 있는 참여연대 인사들만 해도 청와대에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등이 있다.

정부기관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포진해 있고, 공공기관장에는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과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 등이 있다.

선출직 인사에는 국회의원에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박주민·이재정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참여연대 출신이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성진 전 사회혁신비서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홍일표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도 요직을 지낸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고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올랐으나 낙마했다.

지난해 9월을 기준으로 선출직을 포함해 청와대와 정부, 공공기관에 포진한 참여연대 인사들은 2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마다 설치된 산하 기구까지 확대하면 62명에 달한다.

이러한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의 정부진출 사례가 알려지자 한때 정치권에서는 한국의 학벌은 참여연大-서울大 순이며, 고위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참여연대를 나와야 한다는 ‘웃픈’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사실상 참여연대가 ‘친문화(親文化)’ 됐다는 지적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어느 정부에나 득세하는 집단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엽관주의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이런 코드인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이, 박근혜 정부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출신·경기고)’이 있었다.

야권에서 비판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캠코더(대선캠프·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 인사’였다. 이 중 ‘코드인사’의 한 축이 참여연대가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사에서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고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권을 적폐라 비판하던 현 정권에서도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의구심은 지울 수가 없다.

감시와 견제를 위한 비영리시민단체가 정권에 대거 포진한 점과, 실제로 그러한 시민단체의 안이 상당 부분 정부·여당의 안으로 반영된 점에 대해서는 사실상 ‘권력연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참여연대의 입김이 이처럼 크게 작용할수록 일개 시민단체의 안이 곧 정부의 안이 되는 양상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민주적 정당성도 반영되지 않은 단체의 주장이 그대로 정부 정책으로 반영된다는 점은 분명 비판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참여연대가 ‘문재인 정부의 싱크탱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정책의 사문화(死文化)’가 아니라 ‘정책이 사문화(私文化)’되고 있다고 일갈하기도 한다.

또한 특정 시민단체 권력이 너무 커지며 상호 견제기능조차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문 정권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결국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참여연대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이념적으로 과잉돼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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