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발생 이후 복구는 대부분이 이뤄졌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불이 나기 어려운 곳”이라면서 이번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지난 25일 1차 합동감식에 이어 다음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투입된 2차 감식에서 나온 방화나 담배꽁초 같은 실화(失火)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밝혀진 것에 전부다. 통신구 자체가 보안시설인만큼 출입 시 기록이 남는데 화재 발생 당일에는 외부인을 비롯한 출입기록이 없다. 또한 무단침입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화재 원인과 관련해서는 발생 장소가 통신구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게 꼽히고 있다. 각종 전기, 가스, 수도 설비가 함께 수용되는 공동구와 달리 통신구는 통신선이라는 단일 종류의 시설만 설치돼 있어서 전기적인 요인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즉, 발화물질 등 ‘화재의 원인’이 될 만한 것이 통신구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화재로 소실된 광케이블의 경우 유리 재질에 고무 피복을 입혀 만든 것으로, 전기신호를 빛 신호로 바꿔 전송하는 광통신 방식에 사용되는 케이블이다. 때문에 광케이블에 흐르는 물질 자체가 전기가 아니라 유리섬유를 통과하는 빛이기에 발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함께 설치된 일부 통신용 구리케이블 역시도 흐르는 전류가 미세해 자체 발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발화 원인이 ‘외부에 있다’는 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능성으로 대두되는 것은 광케이블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구리케이블의 접촉 불량’이다. 만약 접촉불량으로 인한 스파크가 광케이블에 옮겨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통신구 안에 조명이 설치 돼 있을 경우 누전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신구 내부의 쥐가 광케이블을 뜯는 등으로 인한 마찰, 환풍기 먼지로 불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경찰은 2차 감식을 통해 수집된 광케이블 전선과 환풍기 등 잔해물의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한 상태다.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약 한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경찰 측은 “당장은 국과수의 정밀감정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그에 따라 발화점과 화재 원인, 그에 따른 책임 소재 등이 규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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