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지면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는 14일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싶지 않지만 혁신을 거부하는 당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이 언급한 뒤 “다만 한 가지, 보수정당의 재건은 이제 어려워졌다는 생각에 여전히 괴롭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인적쇄신이 말처럼 쉽지 않다. 적어도 현역의원 절반은 물갈이를 해야 하는데, 보수 흉내를 냈던 분들에게 감히 말한다”며 “이제 정말 자중하라. 여러분이 자중하지 않으면 한국당의 미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는 이어 “정당에 정파는 얼마든지 있어도 되고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한국당은 정파가 아니라 계파만으로 작동한다”며 “그런 정당 계파는 사조직이라고 불릴 수 있고 드러내야 할 조직”이라고 했다.


나아가 “8명~12명 정도 한국당에서 지금까지 대표나 원내대표를 지냈거나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분들은 총선에 험지출마해서 자기희생을 보여 달라고 얘기했다”며 “왜 여당의 거물들이 있는 지역에 도전하지 않고 편하게 의정생활을 하는지, 자기반성과 자기희생, 말은 참 잘한다”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희생과 반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한국당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그런 말을 했는데, 그분들이 자기희생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나머지 의원에게 자기희생을 요구하나”고 따져 물었다.


또 “친박, 비박할 것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 그 재판에 단 한번 얼굴 비친 사람이 있느냐, 돌 맞더라도 계란 맞더라도 갔어야 한다”며 “그랬다면 친박, 비박 간 간극이 좁혀져 한국당이 이처럼 침몰하지 않고 외면당하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내년 2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7월로 연기하자고 한데 대해서는 “처음부터 2월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는데, 당무감사가 끝나면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12월 15일까지 인적청산을 하라는 것은 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말”이라며 “더욱이 지금은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기간이자 선거제도를 바꾸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간이기 때문에 그래서 한 두 달이라도 전당대회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인데 그것을 월권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전 변호사를 해촉하면서 ‘팔을 잘라내는 느낌’이라고 한데 대해선 “제가 그분의 수족이 아니지 않나”며 “복종을 이야기할 것이면 진작 말했어야지 않나”고 따져 물었다.


해촉 사유가 된 월권 논란과 관련해서는 “제가 한 말 중 보수단일대오나 친박·비박 끝장토론은 한국당 의원들이 자질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을 월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병준 위원장처럼)제가 노무현 정부에 관여했던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특별히 진영논리에 빠졌던 사람도 아니다”라며 “보수논객으로 조금도 변하지 않고 살아왔고, 보수층을 대변하는 사람으로서 꾸짖을 것은 꾸짖고 말씀드릴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조강특위에 인사 추천을 했다는 것과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알만한 분을 제게 요구했는데 응하지 않았다”며 “이진곤·전주혜·강성수 조강특위 세분은 저와 밥 먹은 적도 없고 술 마신 적도 없고 하다못해 커피 한 잔 해본 적 없는데, 가까운 분을 조강특위 위원으로 모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전 변호사를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할 당시 ‘전례 없는 권한을 보장하려 한다’고 언급한데 대해선 “김 위원장이 전권을 줬다면 더 이상 말이 없어야 하는데, 내게 준건 전권이 아니었다”며 “김 위원장이 ‘내가 결정권자다. 언제든지 해촉 가능하다. 전권이 아니고 전례 없는 권한이다’라고 말한 것은 말장난으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당 쇄신을 책임질 전권을 가진 사람이 그 정도 말도 못해서야 어떻게 쇄신하겠느냐”며 “조강특위는 과거처럼 사고 당협 임명이 아니라 전국 253개 당협 사표를 받고 당 기초부터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준 비대위와의 갈등 배경과 관련해서는 “조강특위 회의 때 당무감사위원회가 49일에 걸쳐 253개 당협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세부계획은 김용태 사무총장에게 위임했는데, 이튿날 황윤원 교수(당무감사위원장)가 ‘20일만에 하기로 했다’며 놀라서 전화가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253개 당협을 서울에 있는 사무처 당직자 80명이 40개 팀으로 감사한다는데 이게 가능한 것이냐”며 “번갯불에 콩 구어 먹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 자리에서 (김용태 사무총장이 황윤원 교수에게)조강특위 결정사항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견디기 힘든 공격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8일 동안 묵언수행하면서 인터뷰를 모두 거절한 저에게 이름조차 모르는 비댕위원들이 ‘언행을 조심하라’고 했고, 심지어 이미 제작된 특정 프로그램을 두고 ‘정치를 방송에 이용한다’는 비난까지 나왔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조강위원과 비대위원 만찬이 하루 전에 고지돼 이를 거절했는데, 최고급 식당의 만찬에 당비가 사용된다면 이는 우리 세금으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며 만약 특정인이 낸다면 이른바 ‘김영란법’ 위반이기 때문에 과연 이 거절이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향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선 “미완의 보수재건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흔히 말하는 보수궤멸을 막기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보수가 일어서야 한다”며 “그 길만이 다음 세대에게 이 나라를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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