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목구멍’, ‘배 나온 사람’ 오만 불손한 리선권의 결례

지난달 15일 남북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안 협의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개최한 가운데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보수진영에선 문재인 정권을 두고 ‘북한 대변인이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외교 당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유엔 안보리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가속을 위해선 대북제재가 우선이라고 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원하면 종전선언을 외쳐주고, 제재 완화를 원하면 제재 완화를 외치는 등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해주다보니 보수진영으로부터 북한 대변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냉면 목구멍’ 논란…집권당 원내대표 나서자, 입장 바꾼 조명균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저자세, 굴종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더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리선권의 이른바 ‘냉면 목구멍’ 논란에 이어 집권여당 정책위의장을 면전에 두고 ‘배 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겨선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오만하고 불손한 언사를 서슴지 않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권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모자라 두둔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평양회담 당시 리선권이 평양을 찾은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핀잔을 준 게 사실이냐’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고, 조명균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국정감사에서 리선권의 오만하고 무례한 언사가 밝혀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북한이 남한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우리 국민에게 대놓고 면박을 줬겠냐는 것이다.


그러자 집권당 원내대표가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틀 뒤 열린 국회 정보위위원회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벌총수 3~4명에게 직접 전화해 확인했지만 (냉면 목구멍 발언 등)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리선권의 냉면 목구멍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자,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던 조명균 장관도 “정상회담 때 바쁜 일정 중에 얼핏얼핏 얘기한 거라서 정확한 것을 제가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리선권의 냉면 목구멍 발언은 진실공방으로 번졌고,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조명균 장관은 냉명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는 비슷한 얘기를 국정감사에서 분명히 확인까지 해줬음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닦달하니 입장이 바뀌었다”며 “참으로 웃긴 장관”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리선권 냉면 발언이 결국 미궁 속으로 빠졌다”면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는 것인지,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개탄했다.


리선권의 오만과 불손…두둔 나선 당·청


문제는 ‘냉면 목구멍’ 리선권의 오만하고 불손한 언사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데 있다.


지난달 5일 10·4 선언 11주년 기념식 직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민주당 한 원내부대표가 김태년 정책위의장을 가리켜 “이분이 우리 당에서 예산을 총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리선권은 대뜸 “배 나온 사람한테는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리선권의 이 같은 언급에, 김태년 의장은 문제 제기 없이 웃어넘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년 의장은 지난 5일 고위 당정청협의회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선권이 배 나온 사람한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말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자꾸 가십을 만들어내지 말라”며 “본질을 흐리는 말을 하지 말라”고 답했다.


이는 냉면 목구멍이나 배 나온 사람 등 리선권의 발언이 한반도 평화라는 본질에 장애가 되지 않을뿐더러 여기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청와대 역시 집권당과 궤를 같이하며 북한 두둔에 나섰다.


김의겸 대변인은 5일 브리핑을 통해 “말이라는 게 앞뒤의 맥락을 잘라버리면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해석돼 칭찬이 비난이 되기도 하고 비난이 칭찬으로 바뀔 수도 있다”며 “현재는 (리선권의 발언이)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이 남쪽의 예법이나 문화와 조금 다르다고 할지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받았던 엄청난 환대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리선권의 발언이 ‘공격적 레토릭’이란 지적에는 “지금 나오는 말들을 공격적 레토릭이라고 싸잡아 하나로 설명하긴 어렵다”고 했다.


“北에 대한 굴종…대한민국 국격 훼손, 자존심 짓밟아”


리선권을 감싸는 집권당과 청와대에 대해 야당은 ‘굴종적인 북한 감싸기’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자 논평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을 이렇게나 쥐락펴락하는 마당에 남북관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부를 감추려고 애쓰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북한 인사들의 안하무인 식 무분별한 무례와 조명균 장관을 비롯한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북한 인사들에 대한 굴종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리선권의 일련의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고 북한 당국이 리선권을 교체토록 해야 한다”며 덧붙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5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밥 먹는 자리에 냉면이 넘어가냐고 면박을 주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배 나온 사람이라고 빈정거려도 그저 웃어 넘겨야 하는 것이 집권당의 처지인지, 이만저만 한심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남북관계 개선도 좋고 화해도 좋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사의 구분도 없이 만만하고 우습게 보이는 것이 관계 개선은 아니라 점을 분명히 명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취재하겠다는 기자를 알아서 빼주고, 북한 당국자 만나서 눈치 보며 심기를 맞추느라 뭐든지 웃어넘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여연 “오로지 北만 바라보는 文 대통령”…1년 전 대비 경제 형편 나빠져 40.1%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굴종적인 북한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가운데, 문재인 정권 출범 18개월 동안 ‘경제보다 북한이 먼저’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연설문과 청와대 브리핑(청와대 브리핑 1186건, 연설문 267건 등 총 1453건)을 전수조사 했다고 밝혔다.


전수조사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평화(1580건)이고, 뒤를 이어 북한(145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연은 “문 대통령의 말과 글에는 경제는 없고 북한만 있다”며 “관용어(우리, 국민 등)를 제외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1위는 평화(1,580건) 2위는 북한(1,453건)이었는데, 상위 25개 단어 중 20%가 남북문제 관련 단어였다”고 밝혔다.


이어 “연관어 워드 클라우드 분석결과 ‘경제’ 연관어에서도 ‘북한’, ‘한반도’, ‘중국’이 ‘일자리’, ‘기업’, ‘투자’보다 높은 연관도를 보였다”면서 “이는 경제문제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해결한다는 접근방식을 읽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선동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데, 지난달 29일에는 코스피 2000이 붕괴되어 많은 국민들이 밤잠을 설쳤고 또 소상공인들은 어떤가. 최저임금인상에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로 나오고 있다”며 “이런 엄중한 경제 상황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오로지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경제보다 북한이 먼저였다는 한국당의 주장처럼, 우리 국민 40.1%는 1년 전보다 생활형편이 나빠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문화일보>가 시장조사업체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23∼2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민심 동향’ 조사(95% 신뢰수준 최대허용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1년 전 대비 경제 형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40.1%는 ‘나빠졌다(다소 나빠졌다 26.0%, 많이 나빠졌다 14.1%)’고 대답했다.


반면 ‘나아졌다’는 응답자는 4분의 1 수준인 10.7%(다소 나아졌다 8.8%, 많이 나아졌다1.9%)에 그쳤고, 49.0%는 ‘변함없다’고 응답했다.


‘나빠졌다’ 응답률은 특히 월 가구 소득 200만 원 이하에서 53.6%로 가장 높았으며, 200만∼300만 원 소득계층이 48.3%로 뒤를 이었다. 경제형편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직업별로 자영업자(63.5%)가 유독 높았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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