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계획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를 두고 금감원과 참여연대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겨레> 단독보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회계처리 변경을 계획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 제출했다.


금감원이 새롭게 확보한 증거는 삼성바이오와 삼성그룹 미전실 사이에 오간 전자우편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2015년 11월 삼성바이오는 그룹 미전실에 바이오젠 콜옵션(회사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 평가와 관련한 회의 안건을 전자우편으로 보고했다. 당시는 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합병 비율’ 논란을 사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했을 때였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과 합작계약서를 소급해 수정하는 방안과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서 관계회사로 만드는 방안, 그리고 연결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 3가지 안을 그룹을 미전실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는 이 방안들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의 감사를 맡은 삼일?삼정 회계법인과도 함게 논의했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안을 미전실에 보고하고 일주일 뒤에 확정했다. 이 이후 삼성바이오는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인 2905억원에서 공정가액인 4조 8086억원으로 늘리는 효과를 봤다.


금감원은 이 같은 과정이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문제가 된 지점은 이 같은 사실이 증선위 개최 전날 참여연대에서 금감원의 판단 배경을 설명해주는 자료를 배포하고, 금감원이 똑같은 내용을 증선위에 주장했다는 것이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 진행된 삼성바이오 대상 증선위 1차 회의에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해 만든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2012년 설립 당시부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반영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바이오젠의 동의권(지분 15%)과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삼성바이오 측이 회계기준 변경 시 가능한 공정가치평가(시장가치평가)를 위해서 2015년 지배력 등을 이유로 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했고, 이 평가로 에피스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삼성바이오가 상장 및 자금조달에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설립되면 가치는 현재 가치인 장부가로 평가하는데 처음부터 에피스를 관계사로 인식했으면 2015년 당시 별다른 지배력 등에 변화가 없어 회계 기준을 변경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에피스 가격도 장부가로 인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내용은 참여연대가 ‘삼바 분식회계 관련 2차 Q&A’자료에 포함한 것이다. 심지어 참여연대가 이 같은 자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금감원의 구체적인 판단 배경 등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참여연대와 의사결정을 공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편, 금감원 측은 <문화일보>의 보도와 관련해서 “증선위 안건은 절대 사전에 외부에 공개될 수 없는 것으로서 상기 기사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금감원 측의 태도를 두고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화일보의 보도가 나오기 전 <한겨레>에서 ‘삼바 회계처리 변경 계획 담긴 스모킹 건 나왔다’는 기사가 보도됐을 당시는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가, 금감원에 불리한 기사가 나오자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이 이번 사안을 두고 공정성에 어긋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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