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2018년도 국정감사 종합감사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패닉까지는 아니다.”


전날(29일)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증시 패닉 우려가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의에 대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0선이 붕괴됐지만 김동연 부총리는 패닉까지는 아니라고 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주식시장은 24시간 점검체계로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변동성 확대시 금융시장과 관련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나름 갖고 있으니 상황을 보겠다”고 부연했다.


‘패닉까지는 아니다’라는 게 정부의 입장일지 몰라도 최근 증권시장의 흐름을 보면 심상치 않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전날 5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금지원을 발표했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0선이 붕괴됐다.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외국인과 개인투자자까지 투매에 가담하면서 코스피지수는 결국 2000선 아래에서 거래를 마친 것이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가 3000억원대의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5%넘게 폭락했다.


與 “위기의식 갖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野, 경제정책 기조 및 사령탑 교체 한 목소리


상황이 이러함에도 ‘패닉은 아니다’라는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야당은 당연하고 집권여당에서 조차도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증시에 퍼지고 있는 불안 심리를 잠재울 대책이 시급하다”며 “어제 금융당국이 5000억원 규모의 증시 부양책을 내놨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불안심리가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야당은 증권시장 폭락에도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경제사령탑의 교체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증시가 패닉은 아니고 금융시장 관련된 위기대응 비상계획을 나름 갖고 있으니 상황을 보겠다고만 하고 있는데, 결국 안이한 청와대의 경제전망이 경제위기를 키웠다”면서 “정부는 일자리 정책, 경제정책과 관련해 양치기 소년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정부와 청와대는 경제정책 실패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이날 ‘패닉 상황 아니다라는 경제부총리의 말이 더더욱 패닉’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신호가 빨간불인데 노란불이라거나 심지어는 파란불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현 정부의 모습”이라며 “상황을 반등시키려면 우리 정부가 위기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사령탑의 빠른 교체와 정책 기조 및 주요 정책의 전환을 시급히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규제혁파 및 노동개혁 없는 혁신성장…국민세금으로 공공부문만 잔뜩


국내 증시의 급락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와 주요 국가들의 통화긴축 움직임, 또 우리 기업들의 실적 부진 등의 원인이 겹쳐진 것으로 진단된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나아가 우리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경제위기)’에 직면에 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을 0.6%로 발표했다. 이는 2분기에 이어 0%대 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시장 예측치인 0.8%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은 투자와 내수 부진이었다.


집값 상승을 잡기위한 고강도 부동산정책과 SOC 예산 감소 여파로 건설투자는 -6.4%로 급감했고, 설비투자도 -4.7%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76%나 줄어든 현대자동차의 실적은 수출과 내수 시장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금을 풀어 공공부문만 잔뜩 늘리는 대책을 발표해 놓고 혁신성장이라 포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 및 퍼펙트 스톰 우려를 빗겨가려면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을 통해 경제성장률 추가 하락을 막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야당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하고,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경제사령탑부터 교체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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