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통과 어려우니, 연금법 개정하지 말고 시행령 개정으로만?

정춘숙 의원, “삼성물산 사태 당시 복지부의 불법적 개입을 잊었는가?”

정춘숙 의원, “복지부 내 기금위원회 사무국 설치 및 상근위원 임명제도 수정 필요”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국회를 건너뛰는 구조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기금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나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을 실행하기 위해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지 않고, ‘과거 국회 논의과정 등을 감안할 때 법률개정은 국회 논의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민연금법 시행령’만 개정하기로 하면서 국회 패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상설화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원활한 활동 지원을 위해 복지부에 ‘사무국(사무기구)을 설치’한다고 했다.


사무국에 3개 소위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3개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사무국장(고위공무원)은 이를 총괄함과 동시에 기금위원회 간사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연금기금본부는 현재 1개의 연금재정과에서 컨트롤하던 상황에서 연금재정과를 비롯해 3개의 전담부서에서 컨트롤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단순히 복지부 조직을 키우려는 의도를 넘어 지금보다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5년 7월 기금운용본부는 본부 직원들로만 구성된 투자위원회를 개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찬성한 바가 있다.


이는 당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의 지시로 이 때 국민연금국장과 연금재정과장을 비롯해 사무관까지 동원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현재 문 전 장관은 2심에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은 사실이 있다.


특히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복지부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삼성물산합병에 개입했던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책임을 묻지도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금운용본부를 복지부로부터 독립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복지부 내에 사무국을 별도로 두어서 컨트롤을 더욱 강화하려고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기금위 상설화를 위해 각 가입자 단체별로 상근위원을 1명씩 두어 총3명의 상근위원이 3개의 소위원회를 전담(소위원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기금위원회와 소위원회 회의를 정례화해 각 월 1회 회의를 하고 필요하면 수시로 개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위원들의 여건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기금운용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의 경우 지난 3년간 연평균 5.6회를 개최했다.


투자정책위원회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경우는 연평균 각 2.3회, 5회를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평가보상위원회 같은 경우는 연평균 6회로 회의개최수가 가장 많았지만, 전년도 기금운용본부의 성과를 평가해서 보상을 결정하는 위원회라 매달 정기적으로 회의할 이유도 크지 않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복지부의 개편안대로 회의를 정례화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월 2회 정도하게 될 회의를 위해, 또 매달 정기적으로 회의할 이유도 없는 성과보상평가위원회 회의를 위해 매일 출근하는 상임위원을 두어야 할 이유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 연기금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금위원회(이사회)도 심의/의결 기구이지만, 업무가 ‘정기적’일 뿐 ‘일상적’이지 않아 기금위원들이 대부분 ‘비상근’으로 운영 중에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이번 개편안을 보면 복지부는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불법적 개입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국민연금을 더 장악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금운용위원 중 상근위원을 둘 만큼의 일상적인 업무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근위원을 3명이나 임명해서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게 하겠다는 것 또한 오히려 복지부가 그 상근위원들을 통해 기금운용위원회를 더욱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조차 든다”며 “이번 개편안이 추구하려는 기금위원회의 전문화·상시화·권한 및 독립성 강화·책임성 담보라는 원칙에는 동의 하지만 복지부 내 사무국 설치나 상근위원임명 등과 같은 구체적인 이행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현재 국민연금은 제4차 재정계산 결과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방안을 어떻게 개선해야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요한 과정에 있다”면서 “이번 개편안이 국민연금의 중차대한 의사결정에 혼란시킬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복지부도 이번 개편안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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