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에 대한 공세를 다시 재개했다. 이는 지는 5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무산시킨 지 약 석달 만의 일이다. 이번 요구는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애프터서비스(AS) 부문과 모듈·부품 부문으로 쪼개 각각 현대차,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라는 데 있다. 심지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끼어든 이후 현대차와 기아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여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요구를 공론화하기 위해서 개설한 사이트를 통해서 지난달 14일 현대차와 기아와, 현대모비스에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해당 서안에서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의 AS부문을 분활해 현대차와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모듈(수십~수백 개의 소형 부품을 모은 덩어리 부품) 및 미래차 관련 핵심 부품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문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던 기존 현대차그룹의 방안과 다르다.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이 남지 않고 해제되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법인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일가와 기아차 등으로부터 현대차 지분을 사들이고, 정 회장 일가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법인의 지분을 매입하면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라는 기존 요구를 거둬들인 것이다. 아울러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편을 함께 논의할 위원회도 구성하자고 요청하고 나섰다. 주주배당을 늘리고 현대차 등 계열사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라는 기존 주문도 되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위원회를 구성해 지배구조를 논의하자고 하는 것 엘리엇의 주장은 특정 주주에게만 기업의 중요 사안을 알려달라는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을 어기는 것이다.


이번 엘리엇의 요구 가운데 핵심은 현대모비스 AS 부문을 떼어내서 현대차에 넘기라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AS 사업은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알짜로 통한다. 현대모비스의 캐시카우 역을 하고 있는 ‘AS 사업’을 가져오면 현대차의 수익은 크게 높아진다. 결국 엘리엇은 현대차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극대화화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끼어든 이후 현대차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어치 들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분율로 살펴보자면 3개사 평균 1.5%안팎이었다.


그러나 이번 서한을 통해서 엘리엇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3.0%, 2.1%, 2.6%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시장에서는 엘리엇의 요구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고있다.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엘리엇의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춘 방안이라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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