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에 이어 태양광 산업까지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큰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보조금을 대폭 지원한 덕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신흥시장이라도 중국에게 뺏기지 않으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 대체에너지로 유망하게 떠오른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격을 ‘확’ 낮추는 전략으로 전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낸 건 불과 1~2년 전이다. 앞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표한 ‘태양광 분야 최신 기술 동향’에 의하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수준은 최고기술보유국 미국과 비교할 때 ▲일본 99.6% ▲EU 98.5% ▲한국 89.0% ▲중국 82.7% 순으로 확인됐다.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7대 전략적 신성장산업’ 정책을 실시하면서 판세는 역전됐다. 자국 기업 제품을 적극 활용하고 보조금을 대폭 지원해 기술력을 높인 것이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태양전지 제조회사 300여 곳 중 15~20곳의 기술력은 이제 국내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태양전지의 주요 부품인 폴리실리콘 생산용량 기준으로 10위권 안에 든 중국 기업 수는 6개이며, 태양전지 모듈 생산용량 역시 10위권 중 중국 기업만 9개로 나타났다. 절반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태양광 기업 관계자는 “그만큼 중국 제품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저렴한 가격 역시 무시 못 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기업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에 더해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중국의 정책 개편으로 태양광 수요가 대폭 줄어들면서 태양전지 부속품인 폴리실리콘 가격마저 급락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중국은 보조금에 따른 외형 성장은 의미 없다고 판단해 ‘2018년 태양광 발전 관련 사항 통보’를 발표한 바 있다. 보조금을 줄여 경쟁력 없는 기업을 정리하고 남은 기업들의 기술력 확보에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다.


이 개편안에는 △태양광 발전차액지원(FIT) 보조금 삭감 △올해 분산형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10기가와트(GW)로 제한 △집중형 태양광 발전 허가 동결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중국이 이러한 개편안을 발표하자마자 올해초 1kg당 17달러 선에서 거래됐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곤두박질쳐 14달러 선 밑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10달러 선까지 주저 앉았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OCI와 한화케미칼의 영업이익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CI의 경우 3개월 전 1018억원으로 전망됐으나 지난 5일 기준 541억원으로, 한화케미칼은 2115억원에서 1783억으로 떨어졌다.


시장이 어려워지자 OCI는 비용 절감을 위해 국내 폴리실리콘 공장의 정기보수를 실시하고 있으며, 한화케미칼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신속한 지원 없이 이대로 방치하면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흥 시장마저 개척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내수시장 감소와 미국ㆍ인도의 무역장벽으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남는 재고를 저가로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출액 감소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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