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단 5천명에 그쳐 긴급 당정청 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두 경제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해 앞서 제기됐던 ‘갈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역대 최악의 고용 부진을 처방하기 바쁜데 의견조차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두 경제수장의 갈등을 봉합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인사 결단을 주문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일 역대 최악의 ‘고용 대참사’가 벌어짐에 따라 긴급 당ㆍ정ㆍ청 회의가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의견을 달리해 ‘갈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김 부총리는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에 있어서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부처, 당과 협의해 개선 또는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필요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장 실장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국민들이 정책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두달 단기간에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일부 개선될 것”이라고 언급해 정책 기조를 수정하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 두 경제수장이 갈등하는 조짐을 보이자 김태년 정책위원장이 “집행과정에서 미세하게 조정하거나 개선해야 될 상황이 생기면 조금 보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재빨리 진화에 나섰으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힘을 합쳐도 모자란데 의견조차 모으지 못하고 있다며 현 정부 경제팀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정책실장과 경제 부총리는 경제수석이나 재정기획관 등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며 “그럼에도 당정청 회의에서 두 사람이 이견을 드러낸 것은 사전 의견 조율이 전혀 안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갈등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 부총리가 청와대 정책실과 사전 논의 없이 3조9천억원 가량의 청년 일자리 추경을 추진한 것이 계기가 돼 지난 5월 최저임금을 두고도 상반된 의견을 제기해 두 사람의 갈등이 화두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고용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다음날 김 부총리는 “고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사실상 장 실장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 사람이 계속해서 갈등하는 조짐을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경제점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장 실장에게는 소득주도성장을, 김 부총리에게는 혁신성장을 맡겼다.


그러나 이후에도 김 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의 만남이 이뤄지기 전 청와대 일각에서 이를 비판하는 등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양극화 해소, 소득 불평등 완화 등 큰 틀에선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지 않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각론에선 내용이나 속도 등의 측면에서 간극이 상당히 벌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이 오히려 경제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문 대통령의 인사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의사(정부)가 병에 걸린 환자(경제)를 치료하려면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다”며 “그런데 정책실장과 부총리란 책임자들이 경제 위기의 원인을 중구난방으로 진단하니 정책이 힘을 받기도,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제는 두 사람간 갈등이 시장과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지경까지 왔다”며 “경제팀을 새로운 사람들로 꾸려 통일되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좋지 않은) 경제 성적표가 이미 나왔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 경제가 담보된 문제인 만큼 신속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21일 김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전날 대통령께서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며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이 완벽한 호흡으로 결의 다지고, 직을 걸고 대처하라고 강조했다”며 “현 경제상황은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실장과의 갈등 논란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당과 협의해 정책을 개선·수정하겠다고 한 것은 (경제라는 것이)시장과 소통·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 수용성을 감안해서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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