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비방 시 협력사 자격 상실’ 자사에만 유리한 조항 포함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 시공 능력’ 평가에서 48위를 차지한 중견건설사 서해종합건설이 또다시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협력사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자사에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을 넣음으로서 불공정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안에 논란이 가중되는 이유는 서해종합건설은 앞서도 한 차례 협력사와 관련해 하도급 대금 미지급, 뒷돈 요구, 자재 반출 등의 문제로 곤혹을 치룬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사안과 관련해 협력사 직원이 스스로 목숨까지 끊으면서 서해종합건설에 대한 ‘불신’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또다시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는 서해종합건설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자사가 최우선?…‘상생과 협력’ 나몰라라
논란 불거질 때마다 ‘침묵과 모르쇠’ 일관



최근 서해종합건설은 홈페이지에 공고한 ‘2018 협력회사 등록 안내’에 포함한 한 가지 조항으로 인해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업체등록 기준 및 등록 후 자격취소 사항 중 ‘회사에 대한 비방 시 협력사 등록 자격을 상실한다’는 것을 명시한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건설업계에서 협력사 자격사실 요건을 ▲허위서류 제출 ▲부도 및 면허 취소 ▲계약 질서 위반 ▲중대 하자발생 및 하자보수 불응 ▲안전사고 다발업체 ▲비용체불 ▲재하도급 ▲회사규정 위반 등으로 내세운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조항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회사에 대한 비방 시’라는 것 자체가 매우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서해종합건설에만 유리한 조항이다. 특히 협력사의 경우는 계약을 주도하는 원청사와의 관계에서는 당연하게 ‘을’일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조항을 포함하면 협력사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항의’조차 하기 힘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원청이든 하청이든 같이 일을 하다보면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런데 저렇게 뭉뚱그려놓은 조항으로 ‘비방’이라고 하면 당연히 일감을 받는 협력사 입장에서는 쉽게 말을 하기 힘들다. 특히 정당한 항의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원청 마음대로 ‘비방’이라고 규정해버리면 협력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항변할 수도 없다. 차라리 비방에 대한 좀 더 세세한 부분을 명시했다면 이런 논란이 덜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서해종합건설이 계약 단계부터 협력사에 대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이 일파만파 퍼져도 서해종합건설은 해명하기 보다는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내놓기 보다는 ‘침묵’하면서 이 사안이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유구한 갑질의 역사


이번 서해종합건설의 협렵사의 계약조건에 대한 논란이 커졌던 이유는, 일각에서 해당 조항이 최근 발생한 협력업체 직원의 죽음과 연관돼서 생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A(52)씨는 서해종합건설의 협력사 직원으로 지난해부터 각종 갑질과 비리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 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개청한 문정법조타운 동부지법 신청사 건축 당시 시공 건설사 직원들이 관급 자재 최소 1억 9000만원어치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지난 2014년부터 서해종합건설이 각종 갑질과 일삼아왔다고 폭로했다. 다음 사업 하청을 빌미로 지급해야 할 비용의 일부를 깎거나 공사장 흙 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의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서해종합건설의 이 같은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 언론사에 제보하고,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A씨가 수사기관에 제기한 의혹은 전부 불기소 처분이 났다. 지난해 7월 A씨의 고발로 경찰과 검찰에서 처음 다뤄진 관급자재 횡령 의혹 수사는 넉 달 뒤 증거불충분으로 일단락됐다.


이어 지난 2월 서울고검은 사건 재수사를 결정하고 서울동부지검에 배당했지만 이 마저도 지난달 26일 증거불충분으로 재차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다. 심지어 A씨는 사망하기 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법위에 군림하는 대기업 갑질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서해종합건설 서울동부지방법원 신축공사현장)’ 제목의 청원글을 통해서 “아내와 자녀가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며, 작은 회사의 팀장으로써 돌봐야 하는 팀원들도 있다”면서 “어떻게든 회사의 식구들은 힘들지 않게, 본인의 처와 자녀는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한 결과가 참담하기만 하다”면서 호소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유지된’ 조항?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조항은 지난 2014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이번 A씨의 사망사건과는 연관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해당 조항이 A씨가 일을 맡았던 시기부터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협력사에 대한 서해종합건설의 불공정 계약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끊임없이 원청과 하청의 상생과 협력, 그리고 불공정 거래 근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조약을 없애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갑질 근절’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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