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된 ‘유시민+靑’ 독주…현장보다 이념 쏠림 ‘혼선’만 초래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국민 생활에 가장 직결되는 세법 개정안을 두고 당정청 간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재정특위)가 지난 3일 조세개편 권고안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세금 정책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두 기관의 상급기관인 청와대는 지난 5일 기재부의 손을 들어주며 “특위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라고 격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최종 확정안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통령 직속 기구’의 최종 권고안이라는 점은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같은 당정청의 엇박자는 금융 시장과 소비자에게는 큰 혼란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특히 공론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던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를 건너뛰는 모습을 보여준 특위의 갑작스러운 권고안 발표는 ‘밀실행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부 야당과 언론매체는 특정세력이 해당 권고안으로 밀어부치기 위해 공론화 과정과 경제 부처를 건너뛰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민감한 사안을 다루면서도 혼선을 키운 당정청의 모습과 주무부처도 무시하고 목소리를 키우는 특위, 그들만의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증세안, 공론화에 안 맞아 밀실행정 했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우려는 현실’


재정특위는 ‘과세 형평성’을 목적으로 종합부동산세제(이하 종부세)를 확정해 권고했다. 재정특위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연 5%p씩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부터 연 5%p씩 올라 2022년에 100%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분 세율은 과세표준 금액별로 ▲6~12억원 +0.05%p ▲12~50억원 +0.2%p ▲50~94억원 +0.3%p ▲94억원 초과 +0.5%p로 과세표준 구간 당 증감률을 다르게 설정해 누진도를 강화했다.


재정특위는 종부세가 개편될 경우 34만6000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며 대략 1조1천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인당 평균 32만원 가량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이자 및 배당소득을 연간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고 이를 초과할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6~42%의 종합소득세율로 누진과세 하라고 권고했다.


과세 대상자는 현재 9만4천명에서 40만명 수준으로 늘어나 과세 대상자에 새로 포함되는 대상자만 31만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진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들을 만나 “부동산 보유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동시에 올리는 것은 힘들 수 있다”며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면 대안으로 거래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재부는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를 함께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내놨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는 ‘과세 확대’의 방향성은 맞지만 급격한 과세 기준 조정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특히 종부세와 금융소득세까지 함께 올리게 될 경우 이자·배당소득 중심의 은퇴 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에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


결국 부자 증세가 아닌 애꿎은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러한 지적에 특위는 지난달 22일 종부세 강화에 한정한 내용의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당시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특위는 당과 부처 등과의 사전 조율이나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채 금융소득종합과세 방안 발표를 강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변명


재정특위와 기재부의 이견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재부와 청와대 입장에 차이가 없다. 서로 조율돼서 나온 이야기”라며 “과세권은 입법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설명은 금융소득 과세 확대에 반대한 기재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변인은 “특위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이며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자문기구가 낸 안을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서 최종적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된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매체는 청와대가 여론의 반응을 살펴본 뒤, 해당 안에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김 대변인은 “자문기구 권고안을 정부안으로 이해해온 것이 지금까지 풍토였다”며 현 사태를 정책 혼선이 아닌 ‘권고안=정부안’이라는 기존 관행 차이라는 논리를 보였다.


하지만 특위가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기 전날인 2일 청와대에 종합부동산세 개편안뿐만 아니라 금융소득과 임대소득 과세안이 포함된 권고안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특위 권고안은 청와대와 물밑 조율이 끝난 상황에서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론화 문제만이 아냐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5일 “공론화를 그처럼 중시하던 문재인 정부가 무슨 이유로 이번 증세안은 비밀작전 하듯 밀실행정을 펼쳤는지 의아할 뿐”고 비꼬았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특위의 권고안에 대한 난감함을 숨기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이번 권고안을 충분히 검토한 뒤 그 과정에서 미흡하거나 보완해야 할 점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는 했지만 ‘미흡?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청와대와 특위가 공론화 되지 않은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추진한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했다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건의서 받아쓰기 한 특위(?)


자유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세간에 특정 시민단체(참여연대)의 세제 건의서를 그대로 베꼈다는 얘기도 돌고 있는데, 정부정책이 본분을 망각하고 권력화되는 단체에 휘둘린다는 말이 거짓이기를 바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부 언론에서도 특위 권고안이 지나치게 일부 시민단체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비판하거나 이번 권고안의 내용이 참여연대의 권고안과 너무 일치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6일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에게 자리 하나 챙겨주겠다는 것이냐”며 “정권 코드에 맞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인사를 특위에 앉힌 다음 조세 정의 실현 운운해가면서 고소득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선량한 중산층까지 표적으로 삼아 징벌적 과세를 추진하려는데 깊이 우려한다”고 집중 포화를 퍼붓기도 했다.


실제로 참여연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8년 세법 개정안 건의서’에 따르면 종부세율을 이명박 정부 수준으로 되돌리고, 상속세 공제 축소, 주택 임대소득세 강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경우 현재 2000만원 기준 금액은 하향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기재부에 제출하기도 한 이 참여연대의 건의서는 이처럼 특위의 권고안과 맥락이 통한다.


이에 참여연대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 안팎으로 포진된 데다 특위 위원들이 참여연대 출신이 많았기 때문이다.


목소리 큰 참여연대…기울어진 운동장 탓 ‘독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강병구 위원장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출신이며 재정특위를 관할하는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의 정해구 위원장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물론 특위에 참여하는 위원 모두 참여연대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권고안과 관련 기재부 세제실장과 세무사 출신 위원들이 부작용을 걱정해 격론을 벌였지만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 위원들이 밀어붙였다고 알려지면서 이번 특위 권고안이 ‘참여연대의 입김’ 때문에 강행됐을 것이라고 짐작케 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인적 구성을 들여다 보면 유시민(유명 대학, 시민단체, 민주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여연대 출신이 두껍게 포진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국정에 담아낼 수 있는 인사를 뽑아야하는 것은 상식적이겠지만 문제는 이들이 정책 현안에서 자신들의 이념만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당은 청와대가 지난달 경제수석과 일자리 수석 등 경제팀 인사 쇄신을 했을 당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현장과 시장의 반응을 보며 대응해야 한다”면서 “특정 정책이나 이념이 아닌 대한민국의 경제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실 앞에서 이론은 무색한 법이다.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을 밀어 붙이고 있지만 최근 고용절벽과 빈부 격차는 확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년 1분기에 최하위 계층의 소득이 8.0%가 감소한 반면, 최상위 계층은 9.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하위와 최상위 간 소득 격차가 지난해 789만원에서 97만3천원이 확대된 886만5천원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더 악화되기 전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 주요국의 제조업이 회복추세인 것과 달리, 우리나라 제조업 가동률은 금년 1분기에 71%로,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 투자실적금액은 73억773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28%가 늘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반기업 정책으로 해외투자가 증가하고 기업의 해외이전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지난달 27일 “문재인 정부 취임 후 1년간 쏟아진 각종 경제 지표는 참담한 결과”라며 “실업률은 매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분배구조는 악화일로이며,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한 최하위 계층의 소득이 우리 경제의 현주소”라고 질타했다.


조 대표는 “평화당이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자는 취지에서 경청 투어를 시작했는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제 실상은 적나라했다”며 “주 52시간 근로제도에 대해 대기업은 가능할지 몰라도 중소기업의 현장과는 너무도 동떨어졌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대기업의 갑질과 관련해 책상머리에서는 알 수 없었던 실상을 직접 보고 느꼈다”며 “잘못된 정책에 대한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특히나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해 온 청와대 장하성 대통령정책 실장의 발언을 통해 앞으로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더욱 강력하게 추진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 실장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정체성과 방향을 흔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자 하지만 여러분은 결코 책임을 지고 떠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자리에서 장 실장은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져 엔진은 그대로 두고 바퀴만 갈아 끼웠다는 혹평처럼 경제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월 김 부총리가 속도조절론을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자영업자와 실업자가 빠진 통계를 제시하며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공약을 지키려는 대통령의 의중인가 이념 실현을 하고자 하는 특정 세력의 욕구인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소통 없는 정책 추진은 독선적 정책 집행이다. 불도저 같았던 전임 대통령의 행보를 따라가는 듯한 문재인 정부의 모습이 불안할 뿐이다.


[사진출처=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