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발목잡는 은산분리 규제…'골머리 앓는다'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국내 1호 인터넷 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가 출범 1년 만에 두 번째 대출 상품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도 출범 3개월 만인 7월 예상보다 폭발적으로 대출이 증가하자 ‘직장인K’ 대출을 중단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만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대출 판매 중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측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출범 1년 만에 벌써 두 번째 상품 판매 중단인 만큼 ‘사실상 자본금’ 한계 때문으로 보여진다.


물론 당장 다음달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대출 상품 판매가 가능할테지만 이 역시 ‘당장 급한 불끄기’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이는 이런 사태가 계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


더욱이 ‘인터넷 은행’이라고 하지만 케이뱅크 역시도 엄연히 은행에 위치에 있는 만큼 이런 빈번한 대출 상품 판매 중단이 이미지 타격은 물론 ‘자질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사안이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출범 1년 만에 흔들리고 있는 케이뱅크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기로 했다.



‘마이너스 통장?신용대출’ 또 잇달아 중단
수익선 개선 위한 ‘돌파구’ 절실…어쩌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케이뱅크는 돌연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상품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이미 해당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한도증액이나 기간 연장은 가능하지만, 신규 대출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품 판매 중단 결정에 대해서 케이뱅크 측은 “현재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3.48%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증자 전에 선제적으로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전에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 뿐”이라며 “1500억원의 증자가 완료된 다음달 1일부터 (대출 상품)판매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대로 지난달 30일 케이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400만주, 전환주 600만주를 주당 5천원에 증자해 1500억원의 자본금을 늘리기로 했다. 따라서 설립 당시 초기 자본금에 대한 주주사별 보유 지분율에 따라 신주가 배정되고, 오는 7월 12일 주식대급이 납입된다. 이렇게 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기존 3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당장 한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잠깐 유예’를 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더욱이 이번 1500억원 규모의 유산증자는 올해 초 케이뱅크가 계획했던 유산증자 5000억원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규모다. 결국 이 정도의 자본금 가지고 다시 대출 상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곧 ‘바닥’이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또다시 추가 증자를 할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한 성장에 골머리 앓는 케이뱅크…해결책은?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연내에 또다시 유상증자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차 유상증자 경우에도 기존 주주사 19곳 가운데 7곳이 실권하면서 비금융회사인 부동산개발사를 새로운 주주로 맞아들이면서 1000억원을 증자했다. 이후 2차 추가 증자 역시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연말에서 올해 초 안에 마무리됐어야 했다. 하지만 지연이 계속되면서 1분기로 순연됐고, 2분기 중인 5월말 들어서야 이사회가 열린 것이다.


때문에 자본금 여력이 되는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오지 않는 이상 3차 증자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만약 3차 증자가 의결되지 않거나 혹은 지연될 경우 또다시 대출상품 판매 중단이라는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케이뱅크가 금융시장에서 완전하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금을 밑바탕으로 하는 공격적인 영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자본금은 결국은 증자를 통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카카오뱅크만 봐도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라는 대주주를 끌어들임으로서 두 차례의 증자에서 자본금을 1조 3000억원 규모로 늘렸다. 케이뱅크가 1,2차증자에 허덕거리며 자본금을 5000억원 규모를 겨우 만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올해 안에 ‘3차 증자’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인터넷은행 업계에서 카카오뱅크에게 완전히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렇게 케이뱅크가 자본금에 허덕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증자를 진행할 때마다, 규정에 맞게 주주 지분율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자본금을 불릴 수 없는 환경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 2년 전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중인 상황이다. 결국 3차 증자를 통한 자본금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서 ‘흑자전환’을 꾀할 수 있는 뚜렷한 수액 개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케이뱅크는 이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특혜의혹’


사실 케이뱅크는 자본금 확충의 문제를 제외하고도 출범 때부터 꼬리표처럼 쫓아다녔던 특혜의혹으로 인해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더욱이 케이뱅크 인가를 두고 불거진 특혜의혹 논란은 지난해 한 차례 일단락됐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참여연대 측이 다시금 문제로 지적하면서 금융위원회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케이뱅크 특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의 기조에 따라서 참여연대 입김이 세지고 있기에, 감사원이 참여연대의 요구의 수용해 케이뱅크 특혜 인가 문제를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감사원이 공익감사청구 자문위원회를 열고 금융위에 대한 공익 감사청구를 기각하면서 케이뱅크 역시 한 숨 돌리게 됐다.


다만 아직 완전하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 케이뱅크 인가에 대한 특혜의혹이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참여연대는 ▲케이뱅크의 '주주간 계약서'에서 드러난 은행법 상 '동일인'에 대한 판단 및 처분의 부적정 ▲케이뱅크 예비인가 편법 승인 ▲은행법 시행령의 '대주주 재무건전성 요건(업종 평균치 이상)' 삭제 ▲은행업 인가의 핵심 조건(대주주의 충분한 출자능력) 미충족에도 케이뱅크에 대해 은행업 인가 ▲2017년 9월 우리은행에 대한 한도초과 보유주주 승인 ▲케이뱅크 인가의 은행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불충분한 내부의사소통, 은폐 시도 또는 시정조치 거부 등에 관한 의혹 등을 감사청구사항으로 보았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가 은행법 시행령을 바꾸지 않았다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대주주 심사를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은행 대주주가 금융회사일 경우에는 자본요건이 업계 평균을 넘겨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해당 규정을 삭제하면서 우리은행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BIS기준 총자본 비율이 2018년 3월 기준으로 업종 평균인 15.34%를 밑도는 15.09%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는 “금융위가 2015년 11월 유권해석으로 도입한 ‘3년 평균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우리은행의 최근 3년 평균 총자본비율은 14.49%로 업종 평균치인 14.70%에 미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금융위는 은행업 인가를 심사할 때 대주주가 ‘직전 분기말’ 기준으로 자본요건을 갖췄는지를 살펴봤는데, 돌연 유권해석을 통해서 ‘과거 3년 평균 기준’으로 바꾼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참여연대 측은 금융위의 ‘특혜’라고 본 것이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