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바른미래당의 정체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1일 창원 테크노파크에서의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당이 보수라는 말을 못 쓰게 하고 개혁보수를 버리려 한다면 그것은 (바른정당-국민의당)통합 정신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창당 직후부터 대북정책이나 경제정책 등 제1야당이자 보수당인 자유한국당과 비슷한 기조를 나타내면서 언론이 ‘사실상 보수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 공동대표의 이날 반응은 최근 당 일각에서 언론을 향해 당의 정체성이 보수가 아닌 중도임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보수정체성 회피 움직임이 나타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공동대표는 “제가 통합을 해서 이 당에 있는 이유는 낡고 부패하고 무능한 저 한국당을 대체하고, 개혁보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1월 18일 제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와 통합 선언을 할 때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은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를 결합하겠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은 미래와 개혁을 지향하는 정당이라고 분명히 규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 공동대표는 1월 18일 당시 안 대표와 정론관 통합 공동선언에 나섰으며 이들이 번갈아가며 읽어 내려간 선언문에서 국민의당은 ‘합리적 중도’로 바른정당은 ‘개혁 보수’로 규정했다. 다만, 현 바른미래당 지도부인 박주선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등은 당시 중재파로 불리며 바른미래당(당시 가칭 ‘통합개혁신당’)의 합류 여부를 고심 중이었다.


유 공동대표는 “지금의 한국당은 도저히 보수 대표로 지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보수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절대 개혁보수를 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절반은 개혁보수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바른미래당 창당 국면에서의 유 공동대표 파트너였던 안철수 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바른미래당 창당국면이 아닌 국민의당 창당 국면을 언급하며 중간자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저는 국민의당 창당 때부터 합리적인 진보와 개혁적인 보수를 합해 우리나라를 통합의 길로 이끌겠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래서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포괄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보수를 언급하면서도 중도를 지향한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화법을 구사한 셈이다.


정체성 문제 도화선 6·13 지방선거 유불리


바른미래당의 이러한 정체성 문제가 재차 거론된 것은 6·13 지방선거 및 보궐선거 국면이 본격화 되면서다. 후보들의 출마 지역 등에 따라 보수 이미지가 유리한 경우와 중도 이미지가 유리한 경우가 나뉜다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 출신이며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주선 공동대표(광주 동구남구을)는 전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은 중도, 개혁,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제3당”이라고 규정했다.


박 공동대표는 “그럼에도 일부 언론이 저희를 보수야당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바른미래당을 보수 프레임에 가두려 하는 것은 당 전체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다소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은 같은날 신용현 수석대변인 명의로 ‘바른미래당 보도관련 요청문’을 내기도 했다.


신 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은 이념과 지역을 넘어 통합을 이루어낸 중도실용 정당”이라고 규정했으며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깊이 이해해주시고, 제3당인 바른미래당의 위상에 걸맞은 보도가 되도록 강력하게 요청드린다”고 사실상 언론에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중도’로 표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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