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안진 심준식 senior manager.

[스페셜경제=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심준식 senior manager]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장악한 미 하원의 도움을 받아 친기업적 정책을 담은 내용으로 미국 내 국세법을 30년 만에 개정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춤으로써 미국으로 기업을 유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미국세법에는 미국과 외국의 다국적 기업에 이전가격 및 국제조세 이슈를 야기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전가격 업무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개정 내용은 BEAT세의 신설이다.

낮아진 법인세율로 인해, 세수를 줄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은 해외특관자 거래를 통해 미국 밖으로 빠져나가는 세금을 막는 BEAT(Base Erosion Anti Abuse Tax, 세원잠식남용방지세)를 도입했다.

■ ‘The Base Erosion Anti-Abuse Tax(BEAT), 세원잠식남용방지세’ 란 무엇이며, 이전가격 업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The Base Erosion Anti-Abuse Tax(이하 ‘BEAT세’)는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미국에 위치한 미국 또는 다국적기업들이 해외 특관자들에게 로열티를 적게 받거나, 해외 관계사의 자산을 비싸게 매입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서의 과세를 회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앞글자를 따서, BEAT세라고 부른다.

‘Beat (때리다)’는 이름처럼 국경을 넘는 해외관계사 거래를 통해 미국 내 납부하는 세금을 피하는 미국 또는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BEAT는 미국법인이 미국 세제상 공제 가능한 경비를 해외관계사에 지급하는 경우 이를 ‘세원잠식 지급액’으로 보고 이 같은 세원잠식에 부과하는 일종의 최저세다.

한국의 제조업체 A사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의 본사가 미국의 제조법인에 설비와 부품을 공급하고 그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제조업체 B사는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의 판매법인을 통해 판매하고 미국의 판매법인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경영자문료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미국 법인은 한국 본사로 지급한 로열티, 브랜드 사용료, 경영자문료, 이자비용, 지급보증수수료 등에 대해 미국 내 세금을 공제받는다. 미국 법인이 한국으로 로열티, 브랜드 사용료, 경영자문료, 이자비용, 지급보증 수수료 등을 많이 지급하면 그만큼 미국에서는 세금을 덜 내는 구조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세원(Tax Base)이 과도하게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BEAT세다.

3년 평균 연 매출액이 5억 달러(약 5,400억 원)이상인 미국법인 중, 세원잠식비율(Base Erosion Percentage)가 금융회사의 경우 2%, 비금융회사의 경우 3% 가 넘으면 BEAT세 적용대상이 된다.세원잠식비율은 ‘당해연도 공제 총액’ 가운데 ‘세원잠식 공제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미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ㆍ기아차 등 한국 주요기업의 미국법인 연 매출액이 5억 달러를 넘기 때문에 세원잠식비율 테스트를 통해 BEAT 조항 적용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세원잠식비율 테스트를 통해 BEAT 세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면, BEAT세 부과방식은 모든 세액 공제를 뺀 당해 연도 과세액과 당해 연도 표준과세소득과 해외관계회사로의 송금을 더한 것에 10%를 곱한 것 중 더 높은 쪽에 세금을 부과된다. BEAT세의 계산방식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제조업체의 미국법인 Z사가 한국본사에 지급한 로열티등의 송금액을 공제한 후 법인세(연방법인세 21%)를 적용한 금액이 한국 본사로 송금한 로열티 등 공제 금액을 합친 과세표준에 10%를 곱한 금액보다 작으면 차액만큼 BEAT세로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미국법인 Z사가 당해연도 과세액 100만불 중, 한국 본사로 지급한 로열티 70만불을 공제받은 후 30만불의 이익에 대해서만 법인세율 21%를 적용해 법인세 6만3천불을 냈다면, 6만3천불이 상기 공식의 B값이 된다.

당해연도 과세소득 30만불에 공제금액 70만불을 더한 금액 100만불에 10%를 곱한 값, 10만불은 상기 공식의 A값이 된다. 이 경우 A값 10만불에서 B값 6만3천불 뺀 3만7천불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BEAT세의 대상이 된다.

즉 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미국으로부터 해외로 빠져나간 공제금액이 적정수준보다 과도하게 많을 경우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 과세할 수 있는 세법상의 장치가 BEAT세다.

■ BEAT세의 예외 항목

매출원가(COGS) 관련 지급액과 mark up없는 서비스 원가(service cost)에 해당하는 지급액은 BEAT세의 과세범위에서 제외된다. 매출원가가 BEAT세의 범주에서 제외됨에 따라 제조업, 무역업 등은 상대적으로 BEAT세의 영향을 덜 받는 반면, BEAT세 적용여부를 판단하는 세원잠식비율이 비금융권보다 낮게 책정된 은행, 보험, 증권 등의 금융업은 BEAT세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 이전가격 관련, 한국의 어떤 기업들이 BEAT세의 영향을 받을까?

한국 기업의 경우 자동차, 전자, 건설기계 등 제조업 분야와 게임, IT, 콘텐츠 기업들이 주로 미국에 진출해 있다. 제조업의 경우 미국법인이 부품 또는 제품을 한국 본사로부터 매입하는 원가의 비중이 워낙 높아 미국법인들의 마진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한국의 본사가 가져가는 로열티의 비중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런 제조업체의 경우 BEAT세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

그러나 IT업체의 경우 로열티 사용료가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IT, 게임, 콘텐츠 산업의 경우, 업계의 특성상 로열티의 비중이 높아 BEAT세의 적용 가능성이 높아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 제조업체의 경우에도 미국 현지 생산법인이 R&D 기능을 보유해 한국본사와 기술특허를 공유하거나, 기술사용 로열티를 한국본 사로 지급하는 경우 BEAT세의 적용 여부를 꼼꼼히 분석해봐야 한다.


■ 미국법인의 해외 발생 소득(FDII, Foreign Derived Intangible Income)과 해외 관계사의 무형자산발생소득(GILTI, Global Intangible Low Taxed Income) 관련 세법 개정

이번 세제 개편에는 무형자산을 매개로 한 국부유출을 막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미국 기업이 보유한 무형자산과 관련해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Foreign derived intangible, FDII)와 해외관계사의 무형자산과 관련해 발생한 소득(Global Intangible Low-taxed income, GILTI)에 대한 규정이 신설했다.

FDII 규정에 따르면 미국법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무형자산소득(FDII)에 대해서는 일반법인세율 21%가 아닌 13.125%의 낮은 실효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무형자산소득을 미국 내로 이전을 유도하려는 미국 과세당국의 ‘당근’ 이라고 해석된다.

한편 해외 관계사의 무형자산 소득(GILTI) 규정은 해외관계사(Controlled Foreign Corporation)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납세자들에게 적용된다. 핵심 내용은 해외관계사의 소득 중, 일반적인 소득을 초과하는 부분은 미국의 과세소득으로 포함시켜서 미국에 세금을 납부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일반적인 소득이란 해외관계사가 소유하고 있는 감가상각 자산의 10%로, 이는 미국 납세자가 무형자산을 이용해 해외에 소득을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TAX Heaven으로 표현되는 저세율 국가에 소재한 해외투자기업을 통한 무형자산소득에 대해 미국 법인에 대한 배당 여부와 상관 없이 미국에서 과세 권한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 향후 전망(APA 및 MAP협상 필요성 증가)

이번 미국의 세제개편에 따라 많은 미국 및 외국의 다국적 기업이 기존의 기업구조와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이는 기업의 글로벌 사업구조 재편과 이전가격 정책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미국에 투자한 다국적 기업의 이전가격 정책에 양방향(미국 및 미국 이외)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세법 개정에 따른 과세 위험을 회피 또는 완화할 수 있는 MAP(Mutual Agreement Procedure, 상호합의절차)과 APA(Advance Pricing Agreements) 제도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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