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출정식에서 추미애 대표와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역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이며 잘못된 정치적 전략일 뿐이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한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24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오 후보는 ‘가덕 신공항 재추진 공약이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는 질문에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24시간 관문공항이 될 수 없고,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정책 적폐라면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오 후보의 주장처럼 가덕 신공항 재추진 문제로 지역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이며, 일각의 정치적 전략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한편에서는 오 후보의 가덕 신공항 재추진 공약 맞불 성격으로 밀양신공항 재추진을 공약하는 등 벌써부터 지역 갈등 재점화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김유근 경남도자시 후보는 지난 21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들고 나와 정치 쟁점화 하고 있다”며 “저는 밀양신공항 재추진을 여러 번 핵심 공약사항으로 발표했다”며 밀양신공항 재추진 공약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신공항을 부산으로 뺏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에게 힘을 모아주시면 동남권 신공항을 반드시 가져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김형기 대구시장 후보도 밀양신공항 재추진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


김형기 후보는 지난 23일 <매일신문>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대구공항 통합 이전 문제와 관련해 “부산은 각계각층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대구는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이 너무 약하다”면서 “원안인 밀양신공항부터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근 후보와 김형기 후보의 이 같은 주장은 오거돈 후보의 부산 가덕 신공항 공약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이에 대한 맞불 카드로 밀양신공항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오 후보가 지방선거 공약으로 가덕 신공항 재추진을 내세우자, 이에 대한 반발로 다른 영남권 지역 후보들이 밀양신공항 재추진을 공약하는 등 지역 간 갈등 재점화에 불씨를 당겼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즉, ‘부산 가덕 신공항 재추진 공약으로 지역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라는 오 후보의 입장과 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


두 차례나 무산된 영남권 신공항…'지역갈등 되풀이될까' 우려감 증폭


그동안 영남권 신공항 건립이 대두될 때마다 대구·경북과 경남, 울산은 밀양을 지지했고, 부산은 가덕도를 지지하는 등 유치경쟁 과열로 영남권 지역갈등은 극에 달했다.


영남권 신공항 추진은 2000년대 초반 소음과 안전 문제 등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던 김해공항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시작됐으며, 2005년 영남권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에 신공항 건설을 건의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2월 신공항 검토를 지시했고, MB정부인 2009년 12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건립 최종 후보지로 결정됐다.


이 때부터 대구·경북 및 경남과 부산 간에 과도한 유치경쟁이 펼쳐지면서 지역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신공항 후보지였던 밀양과 가덕도 두 곳 모두 경제적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는 등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 되고 말았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고,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가 신공항 재추진 계획을 발표, 2015년 6월에는 국토교통부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신공항 연구용역을 의뢰하면서 영남권 신공항 건립은 탄력을 받았다.


다만 1년간의 ADPi의 타당성 조사 결과, 신공항 건립 대신 김해공항에 활주로와 터미널을 신설하는 등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는 밀양과 부산이 또 다시 탈락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 수립과 설계를 마친 뒤 착공에 들어가기로 했고, 2012~2025년 완공, 2025년 시운전을 거쳐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오거돈 후보가 가덕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하면서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영남권 지방선거를 관통할 화두로 떠올랐고, 동시에 극심한 지역갈등이 되풀이될까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오거돈 "김해신공항 확장은 朴 정부 적폐 정책"…서병수 “가덕 신공항, 민주당 공약집에도 빠져”


오거돈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된 김해신공항 확장안에 대해 잘못 결정적 적폐 정책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 소음피해가 주민들이 감당할만한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김해신공항은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하다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고, 항공법 기준으로 김해방향 신설 활주로의 장애물 절취가 반영되지 못해 안전하지 않으며, 아울러 김해신공항 주변에 있는 오봉산·임호산·경운산 등 3개의 산을 깎아야 하는 등 환경오염과 건설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가덕 신공항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지난 25일 오 후보의 선거 캠프를 방문해 “부산의 물류 기반이나 기간시설이 필요하다는 전무가 견해가 검토될 경우 신공항이든 다른 대안이든 열려 있다”며 오 후보의 가덕 신공항 재추진에 힘을 실었다.


다만, 민주당 지방선거 공약집에는 가덕 신공항 재추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측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약집에는 가덕 신공항이 없다”며 “가덕 신공항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관심 사항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 후보 측은 “대구광역시 관련 공약에는 대구공항이 있는데, 부산광역시 관련 공약 어디에도 가덕도 신공항은 없다”며 “심지어 공약집의 부산시 지도에는 가덕도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 후보가 이미 여러 차례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되더라도 영남권 지자체 간 갈등은 없다’라고 이야기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덕도 신공항의 공약 배제 이유가 대구·경북·경남· 울산 등 타 영남권 지자체의 엄청난 저항과 갈등 때문일 것이라는 세간의 추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약집에서 가덕도 신공항이 제외되는 내용을 몰랐는가? 만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는가? 만일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약에 가덕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공항을 추진하였다면 오후보가 부산 시민을 속이고 기만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오거돈 “가덕 신공항, 문 대통령 대선공약” VS 서병수 “문재인 후보, 김해신공항 기능 강화”


이에 오 후보 측은 “가덕 신공항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면서 “서병수 후보는 제19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문재인 후보 부산시 공약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8대 공약’ 부터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란다. 가덕 신공항 공약은 기존의 김해공항 확장안이 소음, 안전 문제로 인해 결코 24시간 안전한 관문공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며 문 대통령의 공약이행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수차례 24시간 안전한 관문공항을 약속했고, 한 토론회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가 김해가 결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권교체하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지 살펴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서 후보 측은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


서 후보 측은 “오 후보가 주장하는 ‘동남권 관문공항’은 가덕 신공항이 아니라 김해신공항의 기능 강화라는 것이 당시 문재인 후보의 설명”이라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 12일 <부산일보>가 보도한 ‘김해신공항 활주로 연장하겠다’는 기사를 인용했다.


당시 부산일보는 김해신공항 추진에 관한 의사를 주요 5당 대선 후보에게 물었는데, 문재인 후보는 “김해공항 확장 결정이 적절한 결정이라면 김해공항을 관문공항에 걸맞게 확장하고 인근에 공항복합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밝혀 기존 계획의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확장 결정의 적절성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는 김해신공항 사업 자체를 뒤집겠다는 의미보다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때 국제선 위주의 관문공항 기능 수행이 가능하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설명이었다는 것.


서 후보 측은 “민주당 지방선거 공약에도 빠지고, (지난해 대선)당시 대선후보의 입장도 아닌 가덕 신공항 재추진에 대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오 후보에게 다른 이유가 없다면 가덕신공항 재추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공약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지역 갈등 재점화, 文 정부에 부담…정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위한 용역 진행 중”


오거돈 후보의 가덕 신공항 재추진 공약은 오 후보의 주장과 다르게, MB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연출됐던 국론분열이 또다시 재점화 될 가능성이 높다.


가덕 신공항 재추진이 가시화 된다면 밀양신공항을 지지했던 대구·경북과 경남, 울산 등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론분열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선뜻 나서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이에 따라 영남권 신공항 주무부처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해신공항을 하지 않고 가덕 신공항을 추진할 것이냐’는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이 물음에 “영남의 5개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하고 전문기관을 통해 김해신공항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해신공항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한국당 김도읍 의원의 질의에도, 김 장관은 “현재까지는 특별한 변화가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