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산입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진통이 심화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추진을 둘러싸고 사회적 진통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권 및 경제단체, 노조 등의 ‘산입 범위’ 관련 의견 대립이 극심한 가운데, 정부 차원의 ‘속도 조절’이 전망된다.


잇단 노사정 합의 실패…국회 환노위, 24일 논의 재개


23일 정치권 및 경영계, 노동계 등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오는 24일 오후 9시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 관련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재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확정에 대한 이른바 ‘데드라인’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다.


앞서 환노위는 지난 21일 진행된 소위에서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는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까지 포함키로 하면서 합의하는 듯 했으나 산입 범위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최종 결렬됐다.


특히 식비나 숙식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여야 간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회와 최저임금위, 둘 중 어느 곳에서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 분열이 지속 중인 가운데, 경영-노동계 역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싸고 어렵사리 마련된 ‘노사정대표자회의’ 등 사회적 합의기구 참여 관련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관련 정치권 파행에 대비해 마련된 사회적 합의기구인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양대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이 ‘보이콧’ 선언을 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해 국회가 논의하지 말고 최저임금위로 이관하라는 입장이다. 범위와 관련해 정기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문제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그간 기타 사안에서 줄곧 일관된 목소리를 유지해왔던 민주노총과 집권 여당 간 균열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의 이 같은 주장을 ‘고집불통’이란 말로 압축해 표현했고, 이에 발끈한 민주노총이 24일부터 이틀 간 여당을 규탄하는 맞불 집회를 예고하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환노위 합의 결렬 과정에서 민주노총 관계자와의 설전에서 “민주노총이 너무 고집불통이라 양보할 줄을 모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노총-여당, 분열 조짐 극명…홍영표, “고집불통 민주노총”


이어 “(최저임금위에서) 8개월이나 논의했음에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는데 또 시간을 달라는 거냐”면서 “지금은 국회가 결론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홍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 전체 노동자 1900만 명 가운데 양대 노총은 200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노동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게 국회”라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노총 측은 즉각 반발, “이제 노사정 대표자 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의 어떠한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경영계를 대변하는 단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기존 입장에서 선회, 국회 측 처리 방침에 무게를 실었다. 경총은 그간 국회의 최저임금 논의 중단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둬들여 국회 논의 과정을 존중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정치권과 경영계, 노동계 등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이 최종 합의안 도출 관련, 난항을 부채질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쟁점은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지 여부다.


실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과 숙식비, 교통비 등이 포함될 경우 일반적으로 경영자 부담이 축소된다. 따라서 경영계는 산입 범위 ‘확대’를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반대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확대에 찬성하며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정의당 반대에 가로막힌 상태다.


김동연, “목표 연도 신축적 생각 고려”…단, 국회 결론 도출 시급


국회 차원 합의에 난항이 지속 중인 가운데, 더 큰 문제는 노동계 주장대로 최저임금위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최종안 도출이 미지수란 데 있다.


이미 제10대 최저임금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3월 기간 줄기차게 관련 회의를 이어왔으나 서로 간 의견 차만 확인한 끝에 그 공을 국회에 넘긴 바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진통이 극심해지자 정부 차원의 ‘속도 조절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그 영향과 시장·사업주의 수용성 등을 충분히 따져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김 부총리의 발언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 관련 ‘시점’을 강조하기보다는 경제적 파급효과 및 제도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속도 조절’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국회 차원의 일정 전개는 숨가쁜 상황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두 달 앞으로 임박한 가운데, 국회에서 5월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28일까지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늦어도 25일까지는 환노위가 산입범위를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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