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인턴기자]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계처리 위반’을 통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앞두고 고의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가치를 높였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국제회계기준 의무사항을 이행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적정성 논란도 재부상하는 등 ‘분식회계’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상장당시 ‘문제없다’고 판단했던 금융당국이 이제 와서 결론을 바꾼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결정을 믿기 어렵다는 금융당국 책임론마저 불거지고 있다.




에피스, ‘종속회사’→‘관계회사’로 편입된 경위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회사’로 분류됐던 에피스는 돌연 2015년 ‘관계회사’로 전환됐다.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동될 경우 투자한 금액을 장부가치가 아니라 시장가치로 회계장부에 기록할 수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에피스는 3천억원의 장부가치가 아닌 4조8천억원의 시장가치로 평가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에 반영됐다.


이렇듯 회계기준 변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얻은 이익은 무려 4조5천억원에 해당한다. 여기서 콜옵션평가손실, 법인세 등을 반영한다고 해서 2조 가량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된 것이다.


매년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1조9천억원이라는 대규모 순이익을 내게 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즉 회계기준 변경이 없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역시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의미다.


삼성,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때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통보에 대해 당시 회계처리는 고의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사 홈페이지에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합작사인 美 바이오젠이 콜옵션 대상 지분의 가치가 콜옵션 행사가격보다 큰 상태에 해당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이 실질적인 권리가 됐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것이 에피스의 회계처기준이 변경된 원인”이라고 소명했다.


또한 “선택사항이 아닌 국제회계기주상의 의무사항으로 이행한 것”이라며 “본 회계처리에 대해 2016년 변경 지정된 감사법인도 정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한국거래소 역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윤호열 상무도 기자간담회에서 “회계법인·회계학 교수 등과 협의를 거쳐 국제회계기준을 충실히 이행했다”며 “금감원이 지적하는 회계처리로 부당 이익을 취한 것도 없기 때문에 분식회계로 봐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의성 있었던 것으로 판단돼”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계 기준을 변경하기 위해선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임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가치로 평가 기준을 바꾸는데 대해 회계 기준의 명백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박권추 회계전문심의위원은 “에피스가 도중에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된 것은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판단된다”며 “이를 입증할 자료와 정보들을 충분히 수집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내린 분식회계 결론이 증권선물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상장 특혜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은 주가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상장폐지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삼성, 바이오젠에게 콜옵션 요구?


3일 <뉴스1> 등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5년 콜옵션 검토를 요구했던 측은 바이오젠이 아닌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에 콜옵션 행사를 먼저 요구했고, 이후 바이오젠이 요구한 사항을 삼성바이오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이 제기되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 변경을 목적으로 바이오젠 측에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금감원의 ‘분식회계’ 통보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15년 상장을 위해서 서로(삼성바이오·바이오젠) 콜옵션 행사를 논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먼저 요구한 사실이 없지만 만약에 요구했다 하더라도 회계기준 변경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결정 번복’에 책임 피할 수 없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사이에서는 당시 ‘문제없다’고 판단된 사안이 이제 와서 논란이 된 것이 정권교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이 실시하는 현행 회계감리 제도와 운영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후 적발과 제재를 중심으로 회계감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이 없고 앞으로 있을 회계부정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최종 판단에 앞서 금감원이 입장을 밝힌 게 이례적이다“며 “금감원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같이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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