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도 '설명'도 없다?…‘나 몰라라’ 오리발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엔씨소프트의 효자게임인 리니지M이 또다시 구설수에 휘말렸다. 지난해 6월 출시 직후부터 게임 유저들에게 과도한 과금과 사행성 도박을 유발시킨다는 비판이 일었던 것에 이어서 이번에는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고과금 유저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리니지의 경우 게임의 특성상 매달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투자하는 고과금 유저가 많은데, 이들의 불법프로그램 사용에 대해서도 엔씨소프트가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출시한 지 1년이 다되도록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동영상 증거 자료에도 ‘사실 여부 확인’ 불가…불신 커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 유저들 ‘상대적 박탈감’ 느껴



<일요시사>의 보도에 따르면 리니지M 유저 A씨는 엔씨소프트가 돈을 많이 쓰는 고과금 유저들에 한해서는 불법 프로그램을 써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지인들과 함께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한 고과금 유저를 촬영한 20여편의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동영상에서는 리니지M 유저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과금 유저와 게임BJ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담겼다. 여기서 ‘불법프로그램’ 사용 여부가 의심되는 부분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모습과 동 떨어져 있다는 데 있다.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유저들은 게임에서 탑재된 ‘자동사냥’ 기능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다른 유저가 공격을 가하면 바로 사라져버리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서 A씨는 자동 텔레포트 기능이 있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A씨는 “동영상 속의 캐릭터들은 공격을 가한 캐릭터보다 월등히 강하다. 그렇담 굳이 도망갈 필요가 없다”며 “또한 사람이 직접 하고 있다면 매번 기계적인 모습을 보일 리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찍은 영상 속의 유저들은 비슷한 패턴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을 받으면 바로 사러지거나, 반격을 한 번 한 뒤 사라지는 것이다.


불거진 의혹의 시작은?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이러한 ‘고과금 유저들’의 불법프로그램 사용에 대해서 엔씨소프트가 알면서도 눈을 감아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적으로 불법프로그램을 돌리는 것 자체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게임 환경을 저해함으로서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단순히 ‘고과금 유저’라고 이를 봐줄 리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는 것 자체가 리니지M 게임 특성의 문제도 있다고 봤다. 우선 리니지M은 ‘아이템’ 뽑기 등으로 사행성 도박 불거질 정도로 유저들의 과도한 과금유도가 문제가 되는 게임이다. 이렇다보니 '리니지M'을 플레이하는 하는 유저 가운데 돈을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유저를 찾기 힘들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수치상으로도 드러나는 부분이다.


리니지M은 출시된 지 9개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올 2분기 모바일 게임 매출 1위 역시 리니지M이 지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니지M은 지난 1월 기준으로 실제 플레이하는 이용자 수는 20만명으로, 한 달 매출액은 1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플레이하는 유저 숫자와 매출액을 놓고 보면 유저 한 명당 월 50만원 정도 쓴 것이다.


‘리니지M’이 지난해 6월부터~12월까지 벌어들인 수익은 총 9000억원가량이었다. 출시 두 달간 거둔 매출액 5000억원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려왔다. 더욱이 출시 첫 한 달간 플레이 유저는 70만명이었지만 이후에는 점점 유저들이 빠져나가면서 20만명 정도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매출액은 크게 줄지 않았다. 이는 결국 남은 유저들의 결제액이 증가했다는 것이며, ‘고과금 유저’들은 남았다는 의미다.


이렇게 리니지M처럼 모바일게임에서 유저 한 명당 결제액이 높은 게임은 국내를 비롯 해외에서도 유일무이하다. 모바일 게임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선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자면 포켓몬고도 출시 7개월이 돼서야 1조원을 거둬들였고, 슈퍼셀의 클래식 로얄도 1년이 돼서야 1조원을 달성했다. 심지어 해당 게임들은 월 이용자가 수 천 만 명에 달하다. 이에 반해 리니지M은 겨우 20만명으로 이 게임들과 맞먹는 수입을 빠른 속도로 올리고 있는 것이다.


‘유저들’ 간의 경쟁이 의심으로 번져


유저들이 빠져나간 상황에서도 ‘리니지M’의 월매출이 유지된다는 것은 유저들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불법프로그램 의혹’이 유저들간의 경쟁 심화로 인해서 불거진 해프닝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엔씨소프트가 굳이 고과금 유저들을 위해서 불법프로그램 사용을 눈감아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유저들의 주장대로 엔씨소프트가 ‘고과금 유저들’에 한해서 불법까지 봐준다며 자사의 게임 룰을 어기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유저들간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 전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M이라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템’ 이다. 어떤 아이템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승패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다보니 얼마만큼 돈을 썼느냐가 게임을 좌우하게 된다. 리니지M의 고과금 유저의 경우에는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투자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과금을 아예 안 하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고과금 유저들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미 과금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차이를 인정하고 게임을 플레이하기 때문”이라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과금을 하는 유저들끼리 생기는 경쟁심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다. 고과금 유저들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특이한 모습을 보이면 불법을 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 마련이고, 그것이 엔씨소프트가 고과금 유저이기 때문에 눈을 감아주고 있다는 주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저들의 의혹이 점점 증폭되는 것에는 엔씨소프트의 행보 문제도 있어 보인다. 우선적으로 유저들 사이에서 고과금 유저들이 불법프로그램 사용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이미 불거진 상황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증거까지 수집해 엔씨소프트 측에 제출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제보해주신 캐릭터는 면밀하게 게임 데이터를 조사하여 운영정책에 위반되는 사항이 확인될 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 뿐이었다.


제보한 사안에 대한 진행과정이나 결과 등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불법프로그램 사용’ 의혹이 드는 유저가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게임을 계속하는 것을 본다면 유저들 입장에서는 의구심이 확신으로 굳혀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유저들이 이렇게까지 움직였으면 엔씨소프트 역시 이에 맞춰 발 빠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다”며 “불법프로그램 사용이 아니라면 왜 그런 오해가 불거지게 됐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등을 정확하게 밝혀주면 유저들 사이에서도 고과금 유저이기 때문에 봐준다는 의혹 등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엔씨소프트 측은 이 같은 불법프로그램 사용 의혹에 대해서 유저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불법프로그램 사용은 ‘이럴 것이다’라는 추측일 뿐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동영상만으로도 불법프로그램 사용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제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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