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재보궐선거 공천 앞두고 금가는…바른정당-국민의당 허니문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장안의 화제였던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한 집 살림이 어언 두 달 반가량이 흘렀다. 둘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정치권의 제보가 늘고 있다. 재혼 초창기만 해도 각각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과 이혼의 아픔을 겪은 두 세력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안보 문제와 ‘제왕적대통령제’ 논란이 일던 청와대 주도 개헌, 김기식 논란으로 대표되는 인사문제 등에서 한 목소리를 내며 기대이상의 애정을 뽐냈다.


다만 6·1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공천권을 놓고 알력다툼이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스페셜경제>는 자칫 계파싸움의 서막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 공천 논란을 통해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간의 애정전선을 점검해봤다.



네 자식 내 자식 편가르기 ‘노원병’ 시작불과


바른미래당은 26일 유승민계 이준석 노원병 공동지역위원장의 단수 추천 보류로 촉발된 안철수계와의 반목설을 ‘경선’으로 풀기로 했다. 논란이 일자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가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경선 실시를 권고한 것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단수로 노원병에 보궐선거 공천을 신청했으나 지난 23일 공관위는 보류 및 재공모 결정을 내렸다.


어떤 식으로든 후보를 내는 것이 중요한 정당 입장에서 단수 공천 신청이 들어온 경우 품격에 특별한 결함이 있지 않는 한 공천자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같은 날 공천신청자가 1명인 울산 북구와 부산 해운대구을에 강석구 이해성 후보는 단수 추천을 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승민계인 이 위원장의 공천을 안철수계가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특히나 공관위의 이 위원장에 대한 공천 보류가 22일 표결에서 유승민계 5명, 안철수계 5명이 찬반으로 무 자르듯 나뉘면서 결정됐다는 점은 이러한 의혹을 키우는 데 마중물이 됐다.


이 투표에서 공관위원은 총 11명이었으며 목진휴 공관위원장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나온 결과다.


목 위원장은 최고위 의결 뒤 지도부와의 비공개 회의에서 ‘아직도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따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관위의 성공적 공천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목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유승민계임에도 중립을 자처하며 이 위원장의 표결을 5대5 상황으로 휴전 시켜놓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 표를 던지기 전부터 유승민계는 찬성하고 안철수계는 반대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당초 공관위원 11명 중 6명을 유 공동대표가 추천하고 5명을 박주선 공동대표가 추천하는 세력 안배 식으로 구성됐다는 점은 이 같은 가설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출신을 대표하는 유 대표와 국민의당 출신의 대표자인 박 대표가 각각 자신의 사람들을 반반 나눠서 배치를 해두니 자연스럽게 계파 대결구도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표의 비서실장인 이영훈 씨가 공관위원 명단에 ‘비서실장’ 대신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이란 신분으로 소개되며 공관위원에 포함된 것은 당 내부적으로 말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당사자 이준석, 미리 알고 있었다?


이러한 징후는 이 위원장의 페이스북에서도 감지된다. 이 위원장은 공천 면접을 앞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왜 이번에도 지역구에 혼자 공천 신청 했을까”라고 의구심을 나타낸 뒤 “뭐 선거때 되면 이런 단수 지역구에 ‘당이 나를 원하면 나가주겠다’ 이런 정치 희화화 하는 분들이 있긴 한데…”라고 비꽜다.


발언 중 ‘당이 나를 원하면 나가주겠다’는 부분은 안철수계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저격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들과 언론보도 등의 관측을 종합해보면 배경은 이렇다.


당초 유승민계는 바른정당 시절부터 이 위원장을 노원병 후보자로 낙점하고 선거를 준비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통합 이후 안철수계에선 ‘노원병’이 안 후보의 지역구였던 이력을 들어 안철수계 인사를 출마시키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면서 이들이 후보로 낙점한 인물이 김 교수였고 그는 추대형식의 공천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흔히들 재혼한 부부가 사이가 틀어지는 대표적인 이유가 ‘자식’문제라고 하는데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반목이 이 같은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대양당 사이의 대안정당을 노린다는 점에서 서로가 합칠 이유는 충분했지만 당내 자산에 대한 제로섬게임이 펼쳐지면 이혼의 빌미가 될 만큼 큰 경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계파 반목설’ 창당 직후부터


사실 징후는 이 위원장의 페이스북 발언 이전에도 있었다. 민주평화당과 뜻을 같이하면서도 비례대표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바른미래당에 묶여있는 이상돈 의원은 지난 4일 <YTN>라디오에서 “노원병 송파을 공천 두고 앞으로 심각한 파열음이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사실 공천 문제 이전에 안 후보를 6·13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내는 과정에서도 안철수계가 유 대표의 지방선거 차출론을 주장하면서 갈등설이 빚어진 바 있다. 사실상 유 대표가 지방선거에 출마하면 자연스럽게 당 대표의 전권은 국민의당 출신인 박 대표가 잡는 상황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바른미래당은 창당작업 초기 정강정책에 ‘보수·진보’나 ‘햇볕정책’ 같은 표현을 넣느냐 마느냐로도 한차례 파열음을 낸 바 있다.


일각에선 유 대표와 안 후보의 ‘이혼이력’에 대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유 대표는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했고 안 후보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후 안 후보는 바른정당과의 합당 강행 과정서 통합에 반대하는 다수 의원(現 평화당)과 결별하기도 했다.


‘초혼에 비해 재혼이 헤어질 확률이 높다’는 편견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유 대표와 안 후보는 정치권에서 소신과 고집이 유독 강한 정치인으로 통한다. 아울러 안 후보는 벤처사업가로서의 기질 때문에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손익계산이 빠른 이미지라는 평가도 있다.


야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철수의 가장 큰 실책은 박지원(평화당)을 버린 것”이라며 “당장은 보수적 이미지가 차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항마가 되기 위해 유리할지 몰라도 지나치게 근시안 적인 판단이다. 진보서 출발해 중도를 거쳐 보수까지 가는 모양새인데 예로부터 ‘철새 정치인’은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고 혹평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안철수도 유승민도 둘다 고집쟁이들 아니냐. 요즘 말로 트러블 메이커다. 나는 솔직히 그런 점에서 이들이 (같이) 오래갈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제 출항한 지 두 달 남 짓 됐다. 결말을 예단하기엔 일러 보인다. 다만, 이 짧은 기간 사이에도 관측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간의 파열음은 적지 않다.


지방선거만 해도 이제 시작이다. 선거도 되기 전에 공천단계에서 잡음이 일고 있고 송파구을 등 쟁점이 될 만한 지역이 아직 남아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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