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열쇠될 ‘판문점 선언’, 담판으로 만드나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의 결과를 결정지을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취임 이후 발표한 베를린 구상이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통미봉남 전략으로 가로막힌 지 1년여 만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담대한 구상이 빛을 발하고 있다.


2000년 제1차 정상회담과 2007년 제2차 정상회담에 이어 11년 만에 열리는 제3차 정상회담은 비가역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을 위해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끌 길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의 핵실험 중단?풍계리 폐기 선언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정말 많이 열려 있고 모든 점에서 훌륭한 사람.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를 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문 대통령 말했던 대로 ‘세계사적인 변화’를 가져올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회담 의제 못지않은 관심사는 두 정상의 동선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오는 순간부터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생중계 된다. 이를 위해 남북이 양국 정상의 첫 만남부터 공식 환영식, 정상회담, 환영만찬 등 전체 일정을 실제처럼 시연하면서 당일 일정에 대한 시나리오도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전 세계에 생중계될 양국 정상의 동선과 일정, 그리고 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와 두 정상이 내놓을 ‘4?27선언’ 이른바 ‘판문점 선언’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남북회담 성과=북미회담 성패 좌우

회담 일정?동선부터 만찬 메뉴까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회담 당일인 27일 오전 9시30분 우리 측 판문점 평화의 집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오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건너온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마중 나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김 위원장과 처음으로 악수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0년 정상회담과 2007년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측 육해공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은 것처럼 이날 김 위원장은 우리 군 의장대 사열 속에 회담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이벤트 아닌 실질적 핵 담판장



10시 30분부터 시작되는 회담은 앞으로 열릴 북미정상회담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결과물을 나오게 하는 일종의 ‘길잡이’이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핵을 거둬내지 않고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관계 개선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를 어느 수준으로 합의할 수 있을지가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은 당일 논의를 나눌 의제에 대해서는 지난달 2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1차로 논의한 후 계속 협의를 진행해 왔다.


우리 정부 측이 제안한 정상회담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군사적 긴장완화 등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 3가지다. 이 의제에 대해 남북 간 의견 차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비핵화 합의에 대해서는 회담 당일까지도 조율이 이뤄져야 할 정도로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7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임종석 위원장은 “(합의문) 뼈대는 마련했고, 대통령님과도 세 차례 검토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임 위원장은 “고위급 회담에서의 논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는 정상 간에 조정하고 합의하게 될 텐데, 어느 정도 수준의 것을 담을 수 있을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남북이 정상회담 의제 관련 추가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지 않기로 하면서 비핵화 관련 합의문은 정상 간 담판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26일 “북한의 핵과 ICBM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점에 비핵화 합의를 한다는 것은 1990년대 초 그리고 2000년대 초에 이뤄진 비핵화 합의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이 점이 이번 회담을 어렵게 하는 점”이라고 합의문 조율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특사단 평양 방문에서 확인한 비핵화 의지를 양 정상이 직접 어느 수준에서 합의 할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을 어떤 표현으로 명문화 할 수 있을지가 어려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핵심은 회담 당일 현장에서 정상 간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졌다.


예후 좋은 비핵화



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긍정적인 예후는 잇따라 발견되기도 해 남북 정상회담 성공 가능성은 점차 높아간다.


먼저 북측 공식 수행원 명단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 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됐다.


북한이 외교?군부 최고 책임자를 공식 수행원 명단으로 포함한 것은 전례가 없다. 이에 임 위원장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북측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남북 정상회담만으로 따로 떼서 보고 있지 않고 이어질 북미회담과 이후에 다양하게 진행될 국제사회 협력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군 핵심 책임자들이 참석하는 것에 대해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 남북 간의 긴장 완화에 대한 내용들이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수행원에 군 책임자를 포함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선대의 유훈에 따라 비핵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깜작 선언했다. 핵폐기가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의제인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긍정적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변국가와의 대립과 대결을 근간으로 삼는 군사국가 노선을 공존과 공영에 근간한 경제국가 노선으로 전환하면서 북한이 경제건설을 향해 정상회담에 임할 것인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회담장 미리보기



남북 정상은 2층 회담장에 동시 입장해 정면에 걸린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기존에는 한라산을 주제로 한 그림이 걸려있었지만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금강산을 회담장 안으로 들여와 이번 회담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청와대는 25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판문점 평화의 집 내부를 ‘환영과 배려, 평화와 소망’이라는 콘셉트로 리모델링했다고 밝혔다.


특히 두 정상이 주요한 의제를 다룰 2층 회담장 내 정상회담 테이블 폭을 2018mm로 맞춰, 정상회담이 열리는 2018년을 상징했다.


이 테이블 상판은 딱딱한 사각형이 아니라 둥그런 형태로 휴전선이라는 물리적 경계와 분단 65년이라는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이고, 남북이 함께 둘러앉아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으면 하는 의미를 담았다.


회담 이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만찬장으로 자리를 옮겨 남측이 준비한 면천 두견주와 문배술로 건배한다.


앞서 지난 2월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환송만찬에서 건배사를 한 것처럼 김 위원장이 직접 건배사를 제의할지도 관심사다.


또한 이날 평화와 통일을 위해 힘썼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주영 회장?윤이상 작곡가의 고향 특산물을 이용해 만찬을 꾸몄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 쌀로 지은 밥,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올라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를 이용해 만든 ‘숯불구이’,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 남해 통영바다의 ‘문어로 만든 냉채’ 등으로 만찬을 구성했다.



특히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고향음식인 ‘달고기 구이’와 김정은 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식으로 재해석한 ‘스위스식 감자전’도 선보이게 된다.


또한 주 메뉴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평양 옥류관 냉면’이 포함됐다.


평양 옥류관의 수석요리사가 27일 판문점으로 파견되고, 옥류관의 제면기를 통일각에 설치해 갓 뽑은 냉면을 평화의 집에서 맛볼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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