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본색을 드러냈다.


지난 23일 엘리엇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현대 가속화 제안서(Accelerate Hyundai Proposals) 및 이사진에게 보내는 시선’을 공개함과 동시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경영진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자사주 소각 ▲배당률 40~50%로 상향 조정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추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엘릿엇은 “현대차그룹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은 소액주주에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만으로는 기업경영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기에 힘들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엘리엇이 제안한 4가지 요구사항은 현실적으로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이기는 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선적으로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과 자사주 소각, 사외이사 3명 선임 등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를 갖추면 자회사가 공동 출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엘리엇의 요구대로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그룹 차원에서의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분활 및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진행 중에 있다. 이를 통해서 현대모비스의 알짜 사업인 모율?AS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현대모비스의 수익구조는 악화되며, 현대모비스 주주는 현대모비스 주 0.7주와 현대글로비스 주식 0.6주를 갖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보통주 10억달러(약 1조 560억원)를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의 입장에서는 반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함께 관련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제안서 발표는 주가를 띄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봤다. 엘리엇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때문에 보유한 주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제안서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서 금융투자업계는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지분이 워낙 낮기 때문에 합병 요구가 바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B증권 강성진 연구원은 “엘리엇의 요구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을 중단시킬 사항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 역시 “엘리엇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지분은 총 10억달러 내외이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이 각각 최소 1.5% 수준인 것으로 공개됐다”며 “엘리엇 단독으로는 영향력이 높지 못해 모비스의 분할, 글로비스 합병안 무산에 대해서는 무게를 둘 필요가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엘리엇의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인 배당률 40~50% 상향조정은 받아들일 가능성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배당성향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 배당성향이 5%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6년에는 20.0%, 2017년 26.8%로 매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아차와 모비스 역시 작년 배당성향은 각각 33.1%, 26.8%였다. 때문에 배당성향을 높이라는 요구는 무난하게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