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 같이 약속해 놓고…‘직원 퇴출작업’ 착수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대우전자(옛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대유그룹이 인수 한 달 발만에 ‘직원 강제 퇴출’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인수된 ‘대우전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 등을 강요하면서 ‘찍어내기 퇴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대유그룹은 대우전자 인수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불거졌던 ‘고용불안’과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서 “그럴 일이 없다”며 안심시켜왔다. 하지만 인수한 지 겨우 한 달 만에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대유그룹에서 불거진 구조조정 논란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대우전자 노조 “회유?협박 직원들에 권고사직 강요”
사측 “조직에 맞춰 전환 배치한 것 뿐” 황당 해명



대유그룹이 대우전자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종합가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경영정상화가 이뤄졌어야 할 대유그룹이 ‘구조조정 문제’로 인해서 안팎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발언이 무색하게 대유그룹이 회사 내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퇴직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 노조에 따르면 인수된 지 15일 만에 대유 인사팀에서 대우전자 서울 본사와 광주 공장, 부평 연구소 등에 근무한 팀장부터 평직원까지 약 30여명을 불러놓고 권고사직을 했다. 여기에는 근속연수가 많은 직원과 승진 누락자, 저성과자 직원, 팀 해체로 보직을 잃은 팀장급 직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측은 사직서를 쓴 사람에 대해서는 4월~5월 두 달 동안의 급여와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다고 하는 등 회유와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대유그룹는 이 같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어떤 이유로, 몇 명이나 구조조정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는 경영상황, 직원설명회, 조건 등의 협의를 거쳐는 게 보통이지만, 대유그룹은 일말의 설명도 없는 강압적이고 기형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구조조정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총 4차례에 걸쳐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상은 구 대유위니아 직원들과 중복되는 사무직 직원이나 연구소 인력 등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 직원들 타깃 ‘구조조정’


이렇다보니 대우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유그룹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에 ‘대우전자 직원’만 포함된 것 것이 너무 명확하다는 것이다. 사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인수가 진행된 이후에 기업에서는 리스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인수 작업이 끝난 뒤 기업들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총력을 다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유그룹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별다른 노력 없이 ‘대우전자 직원’들을 희생양 삼아 구조조정으로 인건비 줄이기를 택한 것이다.


구조조정 문제 외에도 대유그룹이 ‘대우전자’ 직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연구소 인력을 분배하는 사안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대우전자는 인수된 이후 인천 부평에 소재하고 있는 디자인연구소 인력을 경기도 성남 대유위니아 연구소와 전라남도 광주의 대우전자 공장으로 나누겠다고 밝혔다.


R&D 인력들의 경우 인천과 경기 서북부에 거주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전한 회사를 계속 다니기 위해서는 이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출?퇴근 문제로 인해서 이직을 고려하는 R&D 인력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에서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무리하게 인력을 분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인수가 진행된 이후는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기존 직원들과 인수 회사 직원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괴리감”이라며 “‘사내 문화 차이’나 ‘연봉 차이’ 등으로 인해서 서로 융화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유그룹이 나서서 인수 한 달 반 만에 대우전자 그룹 직원들을 강압적으로 진행하면서 직원들 내 괴리감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전자 직원들 입장에서는 내 회사라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회사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 모든 사안에 대해서 대유그룹 측은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대유그룹은 여전히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2명이 할 일을 4명이 할 경우 조직에 맞춰 인원을 전환 배치했다. 대우전자 쪽엔 저성과자들이 있다. 삼성과 LG도 S~F 등급까지 저성과자를 평가하고 재교육 한다. 이 내용을 직원들이 확대해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사옥 이전’ 빌미로 직원들 자른다?


사실 대유그룹이 사무실 이전 문제를 놓고 구조조정 꼼수를 부린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비단 연구소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우전자의 자회사 격인 고객서비스 업체와도 비슷한 문제를 놓고 뒷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대유그룹 측은 대우전자의 자회사 격인 에이치엔티넥트웍시 사무실을 임대 계약이 종료되는 5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마련된 대유위니아서비스 신사옥으로 이전하라고 통보했다. 현재 에이치앤티네트웍스는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의 KT스마트타워 한 층에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에이치엔티네트웍스는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으로서 대우전자 외에도 테팔, 애플코리아, 브라운 등 글로벌 가전회사의 고객 민원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비슷한 서비스 업체인 대유위니아서비스와 에이치엔티네트웍스가 각각 화성과 과천에 위치하고 있으니, 화성으로 에이치엔티네트웍스의 사무실을 이전시켜 통합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에이치앤티네트웍스가 사무실을 화성으로 이전하면 100여명 직원 가운데 40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돼 옮겨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또한 과천에서 화성 봉담으로 출근할 경우 차량으로 이동해도 약 40분 정도가 더 소요됨에도, 아직까지 셔틀버스 제공 등 출퇴근에 필요한 방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렇다보니 대부분 과천에 연고를 두고 있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퇴사’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이치앤티네트웍스의 한 직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 때문이면 화성으로 가겠다. 하지만 상담직원 90%는 자녀가 있는 여성들로 파트타임 일이 끝나면 아이를 보러 가야 한다”며 “셔틀버스 등 출퇴근 방법만 보장됐어도 어느 정도 수긍할 텐데 막무가내로 올 사람 40명만 오라 하니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때문에 이번 사무실 이전 역시 ‘구조조정’을 위한 밑바탕이라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100여명이나 되는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없기에 이 같은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서 사측은 재배치 과정에서 오해라고 해명했다. 현재 대유위니아서비스가 쓰고 있는 사옥을 지을 때 당시 대우전자 인수를 생각하지 조차 않았기에 당장 옮길 수 있는 인원이 40명이라는 말이 와전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100여명의 인원을 모두 재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셜경제> 측은 대유그룹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차례 취재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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