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앞두고 공공기관장 사퇴 러시…"왜"
선거철 앞두고 공공기관장 사퇴 러시…"왜"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8.02.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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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공(公)기관’ 주인 잃은 ‘공(空)기관’

 

 

정창수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좌), 이양호 전 마사회장(우).
정창수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좌), 이양호 전 마사회장(우).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한 해의 시작을 1월, 공공기관들은 올해 예산을 책정하거나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의 수장이나 고위 임원들은 또 다른 생각에 여념이 없다. 바로 ‘지방선거’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90일전인 3월15일 이전에 사퇴를 마무리해야 선거에 나갈 수 있어 일부 공공기관장들은 지방선거 출마의 뜻을 밝히고 사임 행렬이 잇따르고 있고 일부는 사임시기를 조절하기 위한 ‘눈치게임’을 펼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일부 기관장들이 후보로 나서기 위해 기관을 버리는 모습은 더 이상 낮설지않는 부끄러운 모습이 된지 오래됐다.

공기업 내부에서도 선거철만 되면 기관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수장 공백사태가 빚어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부 공기업 사장들이 옷을 벗었고 후임인사가 늦어지는 가운데 선거철까지 겹치면서 공기업들의 수장공백 사태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상태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공공기관장들의 줄 잇는 사퇴 행렬을 살펴봤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지난 22일 퇴임한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다. 지난 2015년 8월 한국관광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해 임기를 7개월 앞두고 전격 사임한 것.

정 사장은 공사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공사가 새롭게 2018년을 시작할 수 있는 지금이 적기라 판단했다”며 퇴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내달 9일부터 치러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최대한 높여야 할 적기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여기에 올해까지 이어진 한국방문의 해를 통해 ‘관광한국’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 한국관광공사의 주업무중 하나다.

지방선거 출사표 던지는 기관장

강원도 강릉 출신인 정 전 사장은 그동안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설이 끊이질 않았다. 올해 초에도 자유한국당 신년인사회에 얼굴을 비치면서 정치권 입성이 기정사실화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사장이 올림픽 기준 중에 마감되는 공직자 사퇴시한까지 자리를 보전하다 중도 사임할 경우 쏟아지는 비난을 피해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도 가능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창수 관광공사 사장 3개월 앞두고 퇴임…‘강원도지사’ 재도전(?)

이양호 전 마사회장 ‘구미’…SL공사 이재현 사장 ‘인천서구’ 도전장

정 전 사장이 선거 출마를 위해 공사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3월에도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9개월 만에 박차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양호 전 마사회장 “구미 앞으로”

마사회를 이끌었던 이양호 전 마사회장도 지난달 20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새롭게 시작된 국정, 후임 회장의 선임이 멀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양호 회장 역시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1호 공공기관장으로 상징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전 회장은 퇴임을 앞두고 경북 구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전 회장은 퇴임식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구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아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제2의 구미경제 혁명을 위해 ‘구미콘벨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스마트시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양호 회장에 대한 구미시장 출마설은 끊이질 않고 제기된 바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취임 초기부터 특검과 감사원 등으로부터 잇따른 기관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마필관리사 및 마사회 간부 등의 자살사건이 이어지면서 이 회장의 마사회를 이끌어갈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SL공사 이재현 사장, 3개월 앞두고 ‘사임’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의 이재현 사장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이 사장은 지난 3일 사표를 제출하고 지방선거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

이재현 전 SL공사 사장.
이재현 전 SL공사 사장.

공직에서 30여년을 보낸 이 전 사장은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4월 수도권매립지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이 사장 역시 퇴임 3개월을 앞두고 전격 사임했다.

이 전 사장은 지난 4일 인천 서구청장 출마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재임 중에 출마선언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아 전격 취소한바 있다.

이 사장은 지난 12일 퇴임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이 전 사장은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인천 서구청장에 도전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 수장 역시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2016년 8월 금강유역환경청장에 부임한 이경용 청장은 제천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 청장은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 환경부 법무담당관, 프랑스 파리 OECD사무국, 국가경쟁력위원회 등 요직을 거쳤으며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실 생활하수과장, 운영지원과장, 환경정책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 청장은 “사표가 수리되면 제천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후 정당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강익재 충남개발公 사장, 당진시장 출마

충남개발공사의 강익재 사장 역시 당진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를 결정했다. 강 전 사장은 지난 15일 당진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침체한 당진경제를 살리기 위해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당진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강익재 전 충남개발공사 사장(좌) 조진재 전 경남개발공사(우).
강익재 전 충남개발공사 사장(좌) 조진재 전 경남개발공사(우).

강 전 사장은 당진 출신으로 공직생활 37년간 거친 행정전문가로 2015년 2월 충남개발공사 서장으로 취임했다. 강 전 사장 역시 임기를 1개월 앞둔 상황에서 퇴임하게 됐다.

일선 공공기관에서는 기관장들이 퇴임을 하고 지방선거에 나가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임기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어쩔 수 없는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데드라인 ‘3월 15일’ 앞두고 ‘눈치게임’…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누구

‘임기 만료’ 자연스레 출마 시사…산하기간 절반 수장 없는 ‘산업부’

조진래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도 창원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 전 사장은 지난 17일 마산 3.15발원지에서 창원시장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이 자리에서 “마산 3.15의거 기념사업이 전국적인 축제행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담기구 발족과 함께 한국 민주주의 전당 마산유치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며 “반드시 창원시장에 당선돼, 자유∙민주∙정의가 살아 있는 창원을 널리 알리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전 사장은 지난달 21일 경남도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지난해 4월 취임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1년 9개월여만에 물러났다.

사감위 박경국 위원장, 충북도지사 도전

장관급 인사로 분류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 박경국 위원장도 지난달 31일 사임했다. 충북도지사 도전을 위해 중도 퇴임을 결정한 것.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평범한 도민으로 돌아왔다”며 “잔여 임기 2년을 다 채우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내 고향 충북 발전과 변화를 열망하는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내년 선거 출마를 시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 “한국당에 입당, 청원구 지역위원장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박경국 전 사감위원장.
박경국 전 사감위원장.

박 전 위원장 역시 임기를 2년 가까이 남은 상태에서 중도 퇴임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사감위는 사행산업을 통합적으로 관리, 감독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설립된 국무총리 직속 심의‧의결 기구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기관장은 자신의 정치 욕심 등으로 중도 사퇴를 하면 남아있는 직원들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는 해당 기관의 수장이나 경영성과를 자신의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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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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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취재 1팀 부장 황병준입니다. 재계, 전자, 이통, 자동차, 방산, 금융지주 및 공기업 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 정확한 뉴스를 독자들에게 들려드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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