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들고 싶은 北, ‘차이나 패싱’ 불식하고 싶은 中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중국을 방문했던 북한 최고위급 인사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28일 김 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부인 리설주와 리수용·김영철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과 중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실상 북한 김 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이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 습근평(시진핑) 동지 사이의 회담이 26일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두 나라 최고령도자동지들께서는 조중 친선 관계 발전과 조선반도 정세 관리 문제들을 비롯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조중 친선의 귀중한 전통을 계승해 발전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려 놓으려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습근평 동지를 비롯한 중국 동지들과 자주 만나 우의를 더욱 두터이하고 전략적 의사소통,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해 조중 두 나라의 단결과 협력을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갑작스런 북-중 정상회담, 김정은이 운전대 잡았나?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김 위원장이 북-중 관계회복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의 방중은 동북아 운전대를 잡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본인이라고 세계에 알린 것”이라면서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한미와 중국 사이를 오가며 몸값을 높이는 고난도 외교전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설정된 비핵화에 사실상 결정권자임이 김 위원장 본인이라는 것을 재확인해 협상력을 높이고 회담이 결렬됐을 경우 현재 미중 무역마찰로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중국을 이용, 제재 압박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자오퉁(趙通) 연구원도 CNN 방송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험’을 들고 싶어한다”고 평가를 냈다.


자오퉁 연구원은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외교 실패로 선언하고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좀 더 강압적 접근법으로 옮겨갈 수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중국과의 관계가 미국의 군사옵션 개시를 막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소외당한 중국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이른바 ‘차이나 패싱’을 불식, 오히려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는 “대북 문제에 중국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에 어필함으로써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협상력이 높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그간 사드로 냉랭했던 한중 관계보다 더 엄혹했던 북중관계가 일시에 해소되게 됐다.


이를 통해 쌍중단(雙中斷ㆍ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병행)이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중국의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8일 “중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발표 하겠다고 사전 통지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탑승한 열차가 28일 아침 북한 지역으로 귀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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