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용역 사태…임시휴업에 교육부 실태조사까지

총신대학교에서 김영우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이 용역 투입이란 초강수를 두며 논란이 일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대한민국 최고(最古)의 기독교계 사립대학인 총신대학교 사태가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 총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낸 교수와 학생들을 향해 대학이 강제 진압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과잉 대응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영우 총신대 총장은 현재 배임증재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돼 현재 재판 중인 가운데, 장기 집권과 학교 사유화를 목적으로 법인 정관을 개정했다는 의혹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에 지난 1월부터 이 대학 학생들은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갔고 교수들은 김 총장에 대한 비판의 움직임을 줄기차게 이어왔으며, 그간 수수방관해오던 교육부 역시 ‘총신대 용역 사태’를 기점으로 개입 기조로 전환했다.


총신대의 용역을 동원한 진압 시도 사태는 지난 17일 발생했다.


자신을 총신대 한 재학생이라 밝힌 제보자 A 씨는 <본지>에 자료를 보내와 “이번이 대학의 두 번째 용역 진압 시도”라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50여 명의 용역업체 직원들이 총신대 제1종합관의 유리창을 부수며 대거 진입했고, 이 자리에는 수명의 재단이사들이 동행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대학 측 비호를 등에 업은 용역의 무리한 교수·학생 진압에 수명의 학생들이 부상을 당했고 급기야 응급실로 이송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후 총신대는 ‘학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임시휴업을 공지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교육부가 결국 수습에 나선 상태다.


교육부 실태조사단은 총신대 학사파행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김 총장의 교비횡령·금품수수 의혹을 포함해 학사·인사·회계 분야 등 대학운영 전반을 점검할 방침이다.


10여 명 부상자 발생…사태 키운 교육부 “책임 없나?”
학교, ‘과잉 대응론’ 부상…“법적 문제 떠난 도의적 문제”


현재 총신대 종합관 앞에는 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학생은 피켓 시위는 물론, 본관 점거 농성, 수업 거부 등 다양한 단체행동을 통해 김 총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9일부터 시작된 본관 점거 농성에 학생들이 내건 명분은 ‘김 총장 비리행위에 대한 증거 지키기’다.


김영우 총신대 총장, 배임증재·교비횡령 등 혐의…“재판 중”


지금까지 이 대학 학생들이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김 총장은 배임증재와 교비횡령, 뇌물공여 및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다.


김 총장은 지난 2016년 9월 개신교단인 대한예수교 총회장에게 부총회장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한 청탁의 대가로 2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총신대 학생들의 김 총장 사퇴 없이는 절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결국 지난 17일 총신대 용역 사태가 발생했다. 학교 측이 농성 중인 종합관 건물에 수십 명의 용역을 투입, 강제 진압에 나선 것이다.


제보자 A 씨는 이날 “2018년 3월 17일에 발생한 총신대학교 두 번째 용역 사태를 제보하고자 한다”면서 “이날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 대형 버스 등의 차량이 들어왔고 얼마 뒤 수많은 용역들이 총신대 제1종합관의 유리창을 부수며 대거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는 총신대의 두 번째 용역 사건이라 밝힌 A 씨는 “17일 당일 용역과 함께 재단이사인 5명의 목사가 함께 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용역업체 직원들은 출입구부터 학생과 교수들을 막아섰으며 뒤늦게 도착한 경찰이 사태 수습에 나섰음에도 몇몇 학생이 다치거나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어 A 씨는 “경비 용역업체 대표는 고용주가 철수를 요구하고, 비용을 정산하기 전까지는 물러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고용 기간이 토요일에서 일요일까지라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고 주장했다.


용역 사태 뒤 총신대 교수협의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재단이사들이 1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용역을 투입했다”면서 “총장직과 재단이사직의 자진 사퇴가 없을 경우 모든 합법적 방법을 동원해 기필코 사퇴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대학 측은 김 총장 명의로 ‘학내 비상사태’를 선언, 19일부터 5일 간 임시휴업 방침을 밝혔고, 박노섭 재단이사는 사퇴했다.


대학 VS 교수·학생, “끝없는 평행선”…교육부, ‘늑장’ 개입


총신대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중재 개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박 이사는 한 언론에 “사퇴는 (학생) 감금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억울함을 표했고, 대학 측은 학사 파행의 책임을 종합관 점거와 학내 인터넷선 훼손 등 학생들의 도 넘은 행위 탓으로 돌리고 있다.


50일이 넘는 오랜 기간 총신대 사태를 지켜봐온 교육부는 결국 실태조사에 나선 상태다. 양측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만큼 총신대 스스로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손혜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신대 용역 사태’ 이후인 19일 열린 회의에서 김상곤 교육부장관을 향해 ‘관선이사 파견’을 촉구했다.


손 의원은 총신대 사태의 근본 원인을 ‘김 총장을 비롯한 재단이사회’로 지목했다. “총장 측 인사로 구성된 재단이사회가 사학법의 빈틈을 악용했다”며 “이를 통해 대학을 사유화하기 위한 내용의 정관 개정이 이뤄진 점이 이번 사태의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성엽(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한 목소리를 냈다. 유 의원은 “(총신대가) 종교재단인 데다 성직자들을 교육하는 대학에 분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자율적 정상화가 안 되면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정상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은 농성 중인 총신대 학생들을 찾아 ‘학교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약속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용역 투입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학문 연구와 교양 함양이 요구되는 교육의 장인 대학에서 물리·강제력을 동원해 구성원들을 억압하는 행태가 과연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신대 관계자는 27일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용역 투입은 학교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해당 관계자는 “지난 8일 총학생회가 본관점거 해제를 발표하면서 내세운 이유가 ‘다수 학생의 과도한 학습권 침해’였다”면서 “현재 총신대 대나무숲 등에선 다수 학생들이 비대위 등 일부 강경한 학생들의 집단 행동에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다수 학생의 권리 보장을 위해 임시 휴업에 들어갔으며, 현재 교육부가 조사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향후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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