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 강화로 건설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정부가 사상 유례없는 주택 대출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9억 원 이상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길이 막히면서 건설업계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건설사, 고객 모시기·정부 기조 순응…‘이중고’ 호소


건설사 나름의 분양률 폭락을 막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꼼수 분양’ 등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는 데 정부 책임이 뒤따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최근 분양과정에서 중도금 납입 방식을 두고 파격적 행보에 나섰다.


건설사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중도금 비중을 낮추거나 납부 일정을 연기하는 등 실수요자 마음 잡기에 혈안인 상태다. 심지어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 축소에 따라 중견 건설사 일부는 ‘직접 보증’까지 나서고 있다.


아파트 계약자들은 통상 분양대금을 계약금(10%)·중도금(60%)·잔금(30%)으로 분할 납부한다. 계약금과 잔금은 대부분 일시납부하지만, 비중이 큰 중도금의 경우 평균 6회로 나눠 납부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 기조에 따라 최근 중도금 비중을 40%로 줄이고 잔금 비중을 50%로 늘리는 방식이 시장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럴 경우 분양 당첨자 입장에선 중도금 이자를 줄이는 등 혜택이 있으나, 건설사는 공사비 부담이 잔금을 치를 때까지 이어지게 된다.


결국 최근엔 건설사들이 중도금을 아예 없애거나 비중을 최소화 하는 등 수요자들의 중도금 대출 압박을 경감하는 방안도 나와 시행되고 있다.


현재 분양 중인 ‘평택소사벌 효성해링턴 코트’와 ‘수지 성복 어반하임’이 각각 그 사례로 꼽힌다.


중도금 납부 연기 방식도 건설 시장에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계약자가 계약금·중도금을 2~3차분까지 지급할 경우 해약 의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잔여 중도금을 잔금 납부 시기로 미뤄 받는 방식이다.


중도금 비중 낮추고 일정 연기…“건설사, 각자도생”


‘디에이치 자이 개포’가 현재 이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반도건설이 분양 중인 ‘대구국가산단 반도유보라2.0’도 중도금 납부를 1년 간 유예한다.


건설사들이 이자 자금 부담까지 떠안아 실수요자 계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중도금 대출 보증 비율이 낮아진 점도 건설사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보증공사(HUG)가 올 1월 해당 비율을 80%로 낮추면서 건설사들이 직접 보증에 나서고 있다.


KCC, 신세계건설 등이 HUG로부터 지급 보증을 받지 못한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사측이 보증을 섰다. 최대 수백억 원 대 규모의 보증금에도 이들 건설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실수요자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HUG의 이 같은 결정은 결국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전반적으로 건설사들에겐 불리하게 나오는 상황”이라며 “보다 균형 있는 정책 제안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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