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지는 ‘북핵 드라마’ 주연?연출자…일란성 쌍둥이, 쿠바사태&북핵해결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 논란이 있었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트위터로 해고됐다.


놀랍지는 않다. 장관을 트위터로 해고할 수 있다는 것과 틸러슨 장관이 해고 될 수 있다는 사실 둘 다 예상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의아스러운 대목은 북핵 문제의 해결의 길로 여겨지는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5월 열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에서야 대북 대화론을 주도했던 틸러슨 장관을 해고했냐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기, 핵 전쟁까지 치달을 뻔했던 쿠바사태를 해결한 미국 존 케네디 대통령의 강온 전략을 통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사태 해결’ 관점으로 틸러슨 장관 해고와 향후 전개 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해결’ 방안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트럼프는 틸러슨에게 반하지 않았다…이미 버린 카드?

김정은&트럼프, 이란성? 극적인 시나리오 구상할 듯


트위터로 정치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위터를 활발히 이용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트윗으로 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각 13일 오전 8시44분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우리의 국무부 장관이 될 것”며 “틸러슨 장관의 노고에 대해 감사한다”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아프리카 순방을 끝내고 워싱턴에 돌아오기 직전인 미국시각 12일 틸러슨이 “성공적인 협상 조건을 만들 능력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북미 정상회담에 자신감을 보였던 것을 보면 본인의 해고 통보를 트윗 직전까지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깨진 접시는 다시 붙일 수 없다…쇼윈도 부부 생활 청산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관계는 깨진 접시와 같았다.


지난해 9월30일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2~3개의 채널을 열어뒀다. 정전 상태처럼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발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훌륭한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에게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외교 수장과의 불협화음을 노출했었다.


뚜렷한 시각차 때문인지도 몰라도 둘 사이의 관계도 안 좋았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인해 자진 사퇴까지 고려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로 불렀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끝까지 ‘멍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도 엄중한 안보 현실로 인해 갈등설을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틀어진 둘 사이의 골은 메워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북 강경파 폼페이오의 갑작스런 등장


한 매체에 따르면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매주 3~4차례 트럼프에게 대면보고를 하는 등 트럼프와의 관계가 부쩍 가까웠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오 국장에 대해 “엄청난 열정과 지식을 갖고 있다”며 “우리의 관계는 항상 좋으며 같은 주파수대에 있는 것 같다. 내가 국무장관에게 원하는 바를 그가 가졌다”고 치켜세웠다.


대북 대화론자였던 틸러슨과 달리 폼페오 국장은 북한 정권 교체, 김정은 암살을 주장할 정도로 대북 강경파다.


때문에 북미대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장관 교체에 대해 미국 언론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틸러슨 장관 교체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국가 안보 정책은 훨씬 더 강경해질 것”이라는 등 부정적 반응을 쏟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론자인 폼페오 국장으로 갑작스레 교체한 이유를 단순히 틸러슨과의 불화설로만으로 말하기에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하고 즉흥적인 사람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궁합이 맞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틸러슨 장관을 안보라는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곁에 뒀다는 논리는 성립 되지 않는다.


더욱이 대북대화론자인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사임하고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가 낙마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이 강경한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바사태’를 보면 알 수 있는 트럼프 전략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으로 평가한 쿠바 사태(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는 1962년 10월22일부터 11월2일 약 11일 동안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는 시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대치해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국제적 사건을 말한다.


1960년 5월 소련 무기로 쿠바를 방위한다는 약속을 했던 소련의 니키타 S.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소련이 쿠바에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설치한다 해도 미국이 아무런 방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사실을 안 캐네디 행정부는 즉각 해상봉쇄를 단행했다.


핵전쟁 문턱 직전까지 간 것이다. 핵전쟁이 인류멸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미국은 당시 굉장히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이 핵미사일과 기지의 철거·파괴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은 소련과의 전면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소련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 쿠바의 핵미사일을 전면 철수했다.


이를 보면 케네디 대통령은 핵전쟁 위기를 최고조로 이르게 하는 등 일종의 ‘치킨게임’을 펼쳤던 것으로 보인다.


치킨(겁쟁이) 게임은 두 명의 운전자가 각각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계속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핸들을 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임을 말한다. 상대방이 돌진할 것에 겁을 먹고 핸들을 돌리면 게임에서 지게 되고 겁쟁이 또는 비겁자가 된다. 반면 핸들을 돌리지 않고 돌진한 사람은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케네디 대통령은 마치 핸들이 고장 난 것처럼 굴었다. 하지만 진짜 핸들이 고장 났다면 전쟁이 났을 것이다.


소련이 굴복한 이면에는 케네디 대통령의 비밀 협상이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전쟁이 안날 정도로 소련을 압박하면서 본인의 복심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 자신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법무부 장관을 밀사로 보내 비밀협상을 하게 했다.


이 비밀협상을 통해 미국은 소련이 원하는 대로 터키에 설치해 있는 미사일을 처리하고 소련도 결국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는 걸로 합의하게 된 것이다.


당시 미국은 국내 비난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합의를 구두약속이자 비밀리에 진행했다.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미국 여론은 폭발적이었다. 미국의 국제적 힘의 우위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에 별다른 정치적 성과도 없었고 오히려 피그스 만 침공(쿠바 침공)으로 외교정책 실패를 맛봤던 케네디 대통령은 단숨에 평화를 구한 지도자이자 세계적 정치인 반열에 오르게 됐다.


진짜 트럼프가 바라는 것은?



특히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장성 간 회의에서 양측은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공동의 사례조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점은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사태 해결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끼쳤을 가능성을 뒷받침 한다.


또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도발에 대해 초기부터 강경한 대북 입장을 고수하고 군사 옵션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과 ‘코피 터트리기(Nose blood)’ 전략 등을 내놓아 미치광이 전략 효과를 극대화 시켜왔다.


심지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이뤄졌던 지난 1월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김여정이 방남했을 때도 ‘비핵화’를 고집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등의 강경하게 북한을 압박해왔다.


이 같은 과정을 보면 세계적 이벤트라고 해도 무방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부 수뇌부를 교체한다는 건 전략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강경한 입장을 가진 폼페오 국장은 이란 핵 합의를 뜯어고치는 것에도 입김이 일조한 것이 알려지면서 미국이 북한을 굉장히 압박할 수 있는 핵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곧 강한 미국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극적인 반전 시나리오 노리나?


다행인 것은 리얼리티 쇼처럼 극적인 효과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해하고 오히려 맞받아 공격할 정도로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미국이 강경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회담 전까지 북미 간 막말 공방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언론에서는 회담 성사 여부 자체를 불투명하게 지켜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핵 합의가 결렬됐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둘 모두 실익이 없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을 넘어 북미 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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