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수사 중인 가운데, 의료계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중환자실 관리를 맡은 이 병원 의료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소환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동문, “의료진 ‘무죄추정의 원칙’ 적용해야”


현재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교수와 전공의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수사 중인 가운데, 해당병원 동문은 물론 의료 관련단체들까지 나서 아직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각종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먼저 이화의료원 소아청소년과 동문회(이하 이소회)는 지난 10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피의자 전환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에 공감하는 약 2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소회 측은 호소문을 통해 “신생아 사인은 시트로박터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감염 경로는 규명되지 못한 상태”라며 “의료인이 잘못을 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누릴 수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에 따른 보호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소회는 “선의를 가지고 환아 치료에 힘써온 의료인이 호도된 언론이 아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날 이대목동병원 사태 관련 결의문을 채택하고 경찰의 의료진 피의자 전환 조사를 강력 규탄했다.


결의문에서 이들은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사고가 매우 안타깝지만 모든 책임을 아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교수와 전공의에게 묻기는 어렵다”며 “의료인이 진료행위 과정에서 고의가 없는 경우 사고에 대한 형사적 책임은 마땅히 면책돼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 과도한 수사, 의료계 큰 반발 초래할 것”


이에 앞서 대한신생아학회는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질 주사제 오염의 역학적 경로가 의료진 과실로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주치의와 전공의, 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수사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이들은 “감염 경로가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주사제 감염이 소분 과정에서 의료진 과실로 발생했다는 주장은 아직 추정에 불과하다”면서 “그럼에도 이번 사건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경영진은 배제하고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을 참고인도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것은 그간 유사 사건에 비춰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지난 4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들의 피의자 신분 전환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하는 한편, 경찰 방침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병원 관리·감독의 권한이 없는 전공의 등 의료진을 상대로 한 피의자 신분 조사는 결국 의료계 감염관리 전반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경시한 결과”라며 “이 같은 경찰의 과도한 수사 행위는 의료계 전반의 큰 반발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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