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용한 열병식?여동생 김여정 ‘등판’…‘평화 올림픽’ 올인하나

“염려는 사라졌고, 상상은 현실이 됐다. 스포츠가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스포츠를 통한 교류와 소통이 곧 평화라는 사실을, 그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의 위대한 가치라는 사실을 이제 평창이 전세계와 인류에게 보여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32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개회식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이같은 구상을 전세계에 천명했다.


물론 열병식은 현실이 됐고 미국의 코피터트리기 작전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어린아이 같이 고집만 부리던 북한이 소리 소문 없이 열병식을 치르고 유일한 여동생 김여정을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시키면서 한반도 평화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에 대해 한결같이 대북 대화정책을 유지한 문 대통령의 인내가 결실로 나타나는 대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열병식을 대폭 축소한 북한의 의중과 평창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김정은의 ‘입’이라 불리는 김여정을 남한에 보낸 의미, 평창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는 가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北, 열병식…韓엔 손 내밀고 美는 뺨쳐

김여정, 오빠 대신 ‘북미대화’ 길 트나?


평창올림픽 전야제인 8일 북한은 전 세계 우려대로 건국절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열병식을 가졌다.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평양에 위치한 김일성 광장에서 병력 1만3000여 명을 비롯해 약 5만 명 정도가 참가한 열병식을 진행했다.


특히 이날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공개하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조선반도 주변에서 부산을 피우고 있는 현 정세 하에서 인민군대는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싸움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미국의 적대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4월25일을 건국절로 기념해오던 북한이 갑자기 평창올림픽 전야제인 8일로 날짜를 변경, 강행한 것 치고는 떠들썩하지 않게 소리 소문 없이 진행했다.


이날 김정은이 직접 연단에 서 축하연설을 했지만 전 세계를 긴장시킬 ‘핵’ 표현은 자제하고 인민복 대신 코트에 중절모를 그리고 아내 리설주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 군사적 긴장감을 누그러뜨렸다.


또 지난해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 40여개 언론사 130여명의 기자를 초대했으며 열병식도 생중계로 진행하는 등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열병식 행사마다 생중계와 외신 초청을 해왔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열병식이 진행된 시각에 열병식 중계를 내보내지 않았다.


북한이 열병식을 세간에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북한의 노림수


그간 북한이 국제사회 눈치를 보지 않고 쏘아올린 미사일 수를 돌이켜 생각하면 올림픽 정신과 유엔의 올림픽 기간 중 휴전 결의를 훼손시키는 것쯤은 아랑 곳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무력시위를 벌이는 대신 소리 소문 없이 열병식을 치른 것은 김정은 나름 내부 결속이라는 열병식 행사와 올림픽 의미 훼손이라는 비판을 감안해 균형점을 찾은 결과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이 ‘코피 터트리기’ 작전과 연일 고강도 대북제재를 언급하자 북한이 미국에게도 코피 터트릴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도 평창올림픽에게 끼치는 영향은 최소화해 대화의 여지를 남기는 효과를 남겼다고 보여진다.


김여정 평화 견인할까


하나 뿐인 여동생 김여정을 남측에 보내면서도 이같이 ‘난감한’ 열병식을 진행하는 김정은의 이중적인 모습은 결국 북미대화로 향해있다.


김여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였던 고용희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90년대 후반 오빠 김정은과 스위스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일각에서는 이때의 유학생활이 각별한 우애를 다지게 된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를 통해 김여정은 지난해 10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이밖에도 당 중앙위 부부장,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등의 직함을 가지는 등 북한 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여동생 사랑보다 김여정 능력에 초점을 두기도 한다.


MBN이 한 대북소식통의 인터뷰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김여정은 사실 고영희의 세 자녀 중에서 제일 똑똑하고 영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마 남자였다면 그가 권력을 물려받았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 감각이나 모든 면에서 제일 낫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김여정이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에 비해 승진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만 30세 나이에 당 중앙위원회 국제부 부부장 직책에 올랐던 김경희에 비해 김여정은 불과 만 27세 때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역할을 맡은 것이다.


김정은이 여동생에 대한 애정을 넘어 정치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여정은 단순히 김일성 일가를 뜻하는 백두혈통을 넘어 김정은의 대리인으로 방남하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특히 10일 문 대통령은 북한 평창 고위급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이때 김여정이 친서 혹은 구두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남북 지도자 간 간접적인 의사 교환으로 보여지는 김여정과의 만남에서 문 대통령의 북한 초청 가능성도 점쳐질 정도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8일 “북측 고위급 대표단과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메시지가 온다면 내용에 따라서 답방 차원의 대북 특사 파견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북미대화는?



한반도 정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남북대화는 북미대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북한이 우리 정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우리 정부의 중재를 통해 북미대화라는 테이블로 이끌림 당하고 싶어 하는 의중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정연설에서 탈북자와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나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씨를 초대해 북한의 잔혹성을 부각하던 것처럼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프레드 웜비어씨를 평창동계올림픽에 초대했다.


더욱이 평창 방문 전 서울에서 탈북자와의 만남과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천안함 기념관도 방문하기도 했다.


이렇듯 ‘북한 실상 알리기’를 평창올림픽 개최 축하보다 주된 목표로 설정하는 등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는 미국도 설득해야 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개회식 참석차 평창으로 출발하기 전 오산 공군 기지에서 “비핵화는 변화의 시작점이 돼야지 종착점이 돼선 안 된다”며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들이 우선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비핵화’로 분명히 한 것이다. 때문에 북미 간 대립을 풀고 한반도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김여정의 방문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결과물로 미국을 설득해야만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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