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숙자 기자 | 리사 쿡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미 국채 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이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가 시장 불안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쿡 이사는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국채 현물과 선물 가격의 미세한 차이를 이용하는 상대가치 거래가 평상시에는 유동성과 효율성을 높이지만,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대규모 포지션 청산으로 시장 기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부채(레버리지)를 활용한 베이시스 트레이드 규모가 급증하며 30조 달러 규모의 국채 시장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이 10월 발표한 연구에서도 케이맨 제도 기반 헤지펀드들의 국채 노출이 빠르게 확대됐으며,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발행된 미 국채를 다른 모든 해외 민간 보유자보다 더 많이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쿡 이사는 올해 1분기 기준 헤지펀드의 국채 현물 보유 비중이 10.3%로 팬데믹 이전 정점이던 9.4%를 넘어섰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정 거래 전략이 시장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심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과거 금융시장을 뒤흔든 주요 위기에도 중심에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초기다. 시장 충격으로 헤지펀드들이 레버리지 포지션을 긴급 청산하면서 국채 가격이 급변했고,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자 연준이 직접 개입해 안정화 조치를 취해야 했다.
2019년 레포(단기자금) 시장 금리가 급등했던 사태 역시 같은 구조에서 발생했다. 연준의 양적긴축(QT)으로 은행 시스템의 준비금이 줄자 베이시스 트레이더들이 포지션을 일제히 정리했고, 국채 현물과 선물 동시 매도가 레포 시장을 압박해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규제 당국은 헤지펀드의 국채시장 비중 확대를 오래전부터 우려해왔으며, 쿡 이사의 발언은 이러한 경고가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유동성 공급 역할을 하지만, 특정 충격에 취약한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연준의 정책·감독 방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