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상속 신고·납부 시한…27일 전후 구체적 방안 발표할 듯
"지배구조 영향 최소화·JY 영향력 강화 중심으로 지분 배분" 관측
연부연납 활용 유력…미술품 및 사재출연 등 수조원대 사회 환원 전망

지난 1월 4일 삼성전자 평택 제 2공장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지난 1월 4일 삼성전자 평택 제 2공장을 점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을 앞두고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 회장의 유산 상당부분이 지분으로 구성돼 상속 방법에 따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27일 전후로 상속방법을 확정하고 세금 납부 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망한 지 6개월이 되는 달의 말일인 이달 30일이 삼성 일가의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이다. 29일 삼성전자 실적발표와 컨퍼런스콜이 진행되므로, 이를 피해 발표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삼성 측에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다. 삼성 관계자는 “입장을 정리하면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유족들이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재계에서는 주식 지분과 미술품, 부동산, 현금 등을 포함하면 상속세만 12~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그룹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는 주식의 향방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4.18%)와 삼성전자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11조366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이 누구에게 가는지에 대해 재계 안팎의 관심이 비상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물려받을 경우 주식재산 현황 (표=한국CXO연구소)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을 통해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식이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각각 0.06%와 0.7%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몰아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LG그룹의 경우도 (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 이후 차기 총수인 구광모 회장에게 LG 지분 78%가 상속됐다. 이재용 체제 공고화를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이 강화되면 사법리스크로 인한 시장의 우려를 상쇄시킬 수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삼성가의 삼성전자 지분은 5% 수준에 불과하므로,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모두 물려받는다 해도 외부의 도움 없이 민감한 의사 결정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그룹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는 게 문제.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이래 연봉을 받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3년 간 정기 배당금을 늘린 이유도 상속세 등을 염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9조6200억원 수준이었던 총 배당금을 지난해 111.4% 증가한 약 20조3400억원으로 늘렸다. 배당성향도 2018년 21.9%, 2019년 44.2%, 2020년 77.0%로 치솟았다. 

그렇더라도 이 부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부담은 상당하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가치는 각각 15조5000억원, 2조7000억원 가량이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식 전량을 물려받되,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상속할 삼성생명 지분 50% 가량을 매각하더라도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국회에 계유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시가 기준 3%로 낮춰야 한다. 이럴 경우, 8.51% 중 5.51%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고리가 끊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고리를 단순화하고,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받는 안도 제기된다. 삼성물산이 법인세로 3조9000억원(세율 25%)을 내고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은 삼성물산 보유지분율에 따라 상속세를 내면 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한 이 부회장은 1조6000억원, 5.55%씩 가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5000억원의 납부하면 된다. 다만 이는 이 회장이 유언장에 관련 내용을 명시했어야 가능한데다,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되므로 이에 따른 추가 자금 부담이 크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핵심이므로, 일단 법정 비율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주식을 이 부회장에게 더 얹어주는 방식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대신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은 부동산과 현금 등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보유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나눴을 때 예상 상속 현황(표=한국CXO연구소)

한편, 이 회장이 남긴 미술품의 처분과 공익재단 설립 여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된다. 고인의 사회적 평판을 제고한다는 이유 외에도 실질적으로 미술품이나 사재를 기부할 경우 상속세를 낮출 수 있어서다. 

이 회장은 생전에 사회환원에 대한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실명으로 전환한 차명 재산 중 세금 납부에 쓴 나머지 금액을 사회환원하겠다’고 했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재단을 세울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삼성장학회는 지난 2월 설립 19년 만에 장학사업을 중단한 것도 이를 염두했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등 기존 삼성이 설립한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환원을 할 가능성을 배제한 순 없다. 

특히 미술품은 일부 환원쪽에 힘이 실린다. 1만3000여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에는 김환기·박수근·이중섭·천경자·이쾌대 등 국내 대표 거장들의 작품이 들어 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금동미륵반가상(국보 제118호) 등 국보 30점과 보물 82점을 비롯해 국보급 문화재도 포함돼 있다. 감정가액만 2조5000억원에서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지역 문화예술계 활성화 등을 고려해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지방 미술관 등에 일부를 기증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속세 납부 방식으론 연부연납이 유력시된다. 이달 말 전체 상속세액의 6분의 1을 내고, 5년 간 나눠 내는 방식이다. 이자는 연 1.8%를 적용한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은행 신용대출 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안정적인 고액 배당 소득 등이 보장되므로, 은행권에서는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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