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신고했지만 왕따·험담 등 2차 가해 이어져
가해자에 감봉 3개월 조치, 5개월 후 성폭행
혐의 부인…가벼운 장난이었다는 가해자들

포스코가 또다시 성폭력 파문에 휩싸였다.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가 또다시 성폭력 파문에 휩싸였다. (포스코그룹 제공)

[스페셜경제=예지수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근무하는 20대 여직원이 상사 4명으로부터 3년 동안 지속해서 성폭력을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경영진들의 미흡한 대처가 여직원 A씨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여직원 A씨를 성폭행·추행한 혐의를 받는 4명의 조사에 앞서 피해자 조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지난달 29일과 지난 7일 같은 건물에 사는 동료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고 부서 회식 자리에서 상사 2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A씨는 50여 명이 근무하는 부서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3년 넘게 근무했다. 그는 "선임 한 명이 지속해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 근무 시간에 모든 사람 앞에서 외모를 평가하거나 음담패설로 모욕감을 주고 조롱했다"고 말했다. 또 부서 회식 자리에서 "부서를 총괄하는 상사가 늘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라고 했고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넣어 만지기도 했다"며 "술을 마시고 나면 반드시 노래방을 갔는데 끌어안거나 몸을 밀착시켜 추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식에 빠지겠다고 하면 '인사 평가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했다.

A씨의 성추행 피해 장면을 목격한 동료도 있었다. 동료 직원은 "회식 때 옆으로 오라하고 허벅지 등을 쓰다듬는 것을 봤다"며 "상사가 노래방에서 몸을 밀착해 심하게 비볐고 A씨가 큰 충격을 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과 성추행에 지속해서 시달린 A씨는 경제적 이유로 퇴사하지 못했고 폭로 시 일어날 인사상 불이익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같은 부서 직원 1명을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회사에 신고했으나 오히려 부서 내 왕따와 험담 등 2차 가해가 이어졌다. 가해자들은 다른 부서로 이동했지만 석 달 만에 부서로 복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직원이 지난 4월부터 부서장과 제철소장, 포스코 부회장에게 피해 여성의 고통과 관심 환기를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C씨를 유사 강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C씨와 함께 술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한 상사 2명과 성희롱을 했다는 B씨도 고소했다.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은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가벼운 장난이었다고 해명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측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A씨를 분리하고 경찰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무를 분리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 수사에 협조해 결과가 나오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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