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사업자 28곳, 선점 경쟁 치열
업종 간 칸막이 사라져…경쟁 속 협업 구축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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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올해부터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기업간 디지털 채널 경쟁이 본격화된다. 특히 올 상반기부터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이들 기업의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 규모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이 도입되면서 인가를 신청했던 사업자들이 올 초 본인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은행,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 금융회사 14곳과, 디지털 플랫폼과 기술력을 갖춘 빅테크·핀테크 기업 14곳이 1차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20조원 마이데이터, 선점 경쟁 가속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28개 기업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내줬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흩어져 있는 금용거래 정보 등을 일괄 수집해 금융소비자에게 일목요연하게 제공하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대리행사, 금융 및 소비 패턴의 분석, 투자자문 등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지난해 실시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에 총 63개 회사들이 사전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기존에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최소자본금 5억원 이상, 데이터 처리경험 등 업무 수행을 위한 전문성 등 요건을 구비한 기업들로 허가 대상을 추렸다.

그 결과 ▲은행 5곳(국민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여전사 6곳(국민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BC카드, 현대캐피탈) ▲금융투자 1곳(미래에셋대우) ▲상호금융 1곳(농협상호금융) ▲저축은행 1곳(웰컴저축은행) ▲핀테크 14곳(네이버파이낸셜, 민앤지, 보맵, 비바리퍼블리카, 뱅크샐러드, 쿠콘, 팀윙크, 핀다, 핀테크, 한국금융솔루션, 한국신용데이터, 해빗팩토리, NHN페이코, SK플래닛) 등이 본허가를 취득했다.

이들 업체들은 곧 발표될 예정인 ▲정보제공범위 ▲안전한 전송방식 ▲소비자보호 방안 등을 담은 표준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방식(API)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에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 다른 곳에서 금융데이터를 긁어오는 스크래핑 방식을 사용했으나 표준 API가 적용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간 광범위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오는 8월까지는 모든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API 적용이 완료돼 공식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출범 예정이다.

금융권, 자산관리 서비스 고도화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한 기업들은 공식 출범 전까지 기존 유사 서비스를 고도화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기존 금융업권의 맏형격인 은행권에서는 자사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수행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은행들은 개인의 금융·부동산·자동차 등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주고 맞춤형 금융 상품 등을 추천해주는 형태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미 갖추고 있다. 국민은행 ‘KB마이머니’, 신한은행 ‘마이자산’, 우리은행 ‘머니플랜’, 농협은행 ‘NH자산플러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은행의 KB마이머니와 신한은행의 MY자산 (사진제공=각사)
국민은행의 KB마이머니와 신한은행의 MY자산 (사진제공=각사)

국민은행은 이달 초 KB마이머니에 마이데이터 사업을 적용한 ‘신용관리서비스’와 ‘자동차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도 마이자산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해 기존의 단편적인 상품추천을 넘어 생애 전반에 걸쳐 자산을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농협은행도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해 각각 마이데이터 추진단, 개인종합자산관리셀(Cell) 등 조직을 꾸려 서비스 구현에 나섰다.

지급결제사업을 통해 다양한 신용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카드사는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7개 전업 카드사 중 신한·국민·우리·현대·비씨카드 등 5개사가 본허가를 획득했다.

신한카드는 자동화된 알고리즘으로 소비내역을 카테고리, 기간, 유형별로 분석한 리포트를 제공하는 ‘신한 MY리포트’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멤버십 플랫폼 ‘리브메이트’에 소비 패턴에 맞춰 다양한 혜택을 연결해주고 금융자산 현황과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했다.

최대 수혜자는 빅테크

업계에서는 빅테크가 마이데이터 사업의 최대 수혜자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빅테크는 기존 금융사가 가지지 못한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금융상품 비교·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빅테크가 고객 금융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면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고배를 마신 카카오페이를 제외하고 네이버파이낸셜과, 토스를 서비스 중인 비바리퍼블리카가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획득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페이 신용관리 서비스의 모습 (사진제공=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페이 신용관리 서비스의 모습 (사진제공=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파이낸셜은 올초 NICE평가정보와 손을 잡고 ‘네이버페이 신용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용분석 리포트를 통해 자신의 신용정보를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신용관리 서비스를 바탕으로 네이버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정보이력부족자(씬파일러) 등을 대상으로 더욱 정교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18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토스를 통해 금융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앱에 토스증권의 MTS을 추가한 데 이어 토스뱅크 출범 이후 뱅킹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차별화 택한 핀테크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에 비해 서비스 역량이 떨어지는 핀테크는 차별화된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는 금융사와 빅테크에 비해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대신 기술력이라는 장점을 갖췄다.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는 핵심 서비스인 데이터 기반 분석 및 솔루션을 강화하고, 데이터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을 넘어 라이프 매니지먼트로 서비스 영역을 강화한다. 기존 자산 서비스에 건강, 주거, 자동차, 연말정산, 사업자 서비스 등 다양한 생활 관리 서비스를 추가해 활용 영역을 늘린다.

김종현(왼쪽 네번째) 쿠콘 대표가 이혜민(왼쪽 세번째) 핀다 대표와 업무 협약을 맺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쿠콘)
김종현(왼쪽 네번째) 쿠콘 대표가 이혜민(왼쪽 세번째) 핀다 대표와 업무 협약을 맺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쿠콘)

대출비교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다는 비즈니스 데이터제공 기업 쿠콘은 마이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맞손을 잡았다. 쿠콘이 데이터 수집 플랫폼, 금융 클라우드 등 마이데이터 정보 인프라를 제공하면, 핀다가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쟁 대신 협업 선택도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인해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되기도 하겠지만, 협업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 안팎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협업 소식이 늘고 있다. 우리금융과 KT의 디지털동맹과, SC제일은행과 SKT의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구축, 신한카드와 한국신용데이터의 데이터베이스 교류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서비스 영역이 넓어지면서 금융기관이 혼자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다양한 업종 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도 “핀테크가 플랫폼을 갖추고, 금융업 라이센스를 모두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기에는 매우 어렵다”며 “핀테크는 전문성을 갖춘 분야에서 다른 사업자와 협업하는 비지니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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