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 휘닉스홀딩스가 자리한 글라스타워(네이버 거리뷰)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최근 YG엔터테인먼트가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패션, 화장품 분야에 이어 지난달 18일 휘닉스홀딩스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광고 분야까지 진출한 것이다. 이번 인수로 인해 휘닉스홀딩스의 주가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휘닉스홀딩스를 ‘박원순 테마’에서 ‘YG 테마’로 분류하고 있으며 증권 관계자들은 향후 휘닉스홀딩스의 주가방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휘닉스홀딩스에 대해 짚어봤다.


엔터에서 패션, 화장품 이어 광고까지
적자 기업 인수‥유동성 위기 가능성?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은 YG엔터가 휘닉스홀딩스의 구주 취득 및 제 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휘닉스홀딩스는 보광그룹을 떠나 YG엔터 품에 안기게 됐다.


YG의 광폭행보


YG는 보광그룹 홍석규 회장으로부터 주당 3500원에 휘닉스홀딩스 주식 30만주(10억 5000만원)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더불어 휘닉스홀딩스의 신주 1620만 6138주(주당 4560원) 발행분 중 YG가 1050만 4384주, 양현석 대표와 양민석 대표가 각각 219만 2982주, 109만 6491주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 보광그룹 홍석규 회장(사진제공 뉴시스)
휘닉스홀딩스는 광고 제작 및 대행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YG의 품에 안기기 전에 보광그룹 홍 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29.47%를 보유하고 있어 보광그룹 관계 회사였다. 홍 회장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아내인 리움미술관 홍라희 관장의 동생이다.


홍 회장이 1996년 설립한 휘닉스홀딩스는 더페이스샵, 코카콜라, 블랙야크, SK텔레콤 등의 광고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YG가 휘닉스홀딩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업계에서는 이를 YG의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보고 있다. YG는 지난해 10월 제일모직과 함께 패션브랜드 ‘내츄럴나인’을 설립했고 지난 9월에는 내츄럴나인에서 캐쥬얼 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하는 등 의류 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사모펀드 L캐피털아시아로부터 827억원을 투자받아 화장품 전문 업체인 코스온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화장품 브랜드 ‘문샷’을 론칭하면서 화장품 분야까지 발을 뻗고 있다.


여기에 휘닉스홀딩스까지 인수하면서 광고영역까지 뛰어들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YG 양민석 대표는 지난 18일 “음악 사업 외의 분야에서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휘닉스홀딩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보다 효과적인 신규 비즈니스를 통해 본사와 음악 사업 등 문화콘텐츠 관련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번 YG의 휘닉스홀딩스 인수는 보광그룹의 사돈인 삼성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후문이다.


▲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사진제공 뉴시스)
이는 YG가 삼성전자와 협력해 아시아 투어를 개최하고 제일모직과 합작으로 노나곤을 론칭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또한 제일모직 이서현 사장과 YG 양현석 대표는 평소 사업 구상을 위해 잦은 만남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후문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우려 섞인 시각 존재


이처럼 YG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휘닉스홀딩스 인수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YG가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이유는 휘닉스홀딩스가 만년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휘닉스홀딩스는 지난 6년간 누적적자만 159억원에 달한다”면서 “이처럼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YG에 무리수가 되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실제로 휘닉스홀딩스의 최근 3년간의 실적을 보면 일각에서의 우려는 우려가 아닌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 2012년 휘닉스홀딩스의 매출은 305억원이었으며 영업손실 23억 5000만원, 당기손순실 20억 3000만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246억원, 영업손실 23억 7000만원, 당기손순실 28억 8000만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3분기 누적 매출 93억 34000만원, 영업손실 28억 7100만원, 당기손순실 22억 1700만원으로 실적부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실적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YG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주가의 향방


한편, 휘닉스홀딩스는 증권가에서 홍 회장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동기동창이라는 이유로 박원순 테마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보광그룹 홍 회장과의 상관관계가 끊기면서 휘닉스홀딩스는 YG테마에 속하게 됐다.


휘닉스홀딩스가 YG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8일 휘닉스홀딩스의 주가는 전일(5200원) 보다 15%가 상승한 5980원으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휘닉스홀딩스가 YG테마에 편입되면서 YG소속 빅뱅, 2NE1, 에픽하이, 싸이 등의 톱스타들과의 광고 시너지 효과로 주가가 급상승하기 충분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장 시작부터 장 마감시간까지 상한가가 한 번도 깨지지 않은 ‘쩜상(매수세가 강해서 시가, 고가, 저가, 종가가 모두 상한가인 경우로 챠트에 점을 찍으면서 나타나는 상한가)’을 기록하며 강력한 매수세를 자랑했다.


▲ 휘닉스홀딩스 주가시세(네이버 금융)
이어 주가는 20일까지 강력하게 쩜상으로 날아갔고 21일에는 쩜상은 아니지만 역시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휘닉스홀딩스 매각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기 전인 17일 종가기준으로 21일까지 나흘간 무려 57.3%가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지난 24일 장중 938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였으나 단기간 급상승으로 인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물들이 쏟아지면서 현재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휘닉스홀딩스는 7310원으로 장을 마감해 YG인수 효과로 얻어진 주가 상승은 서서히 원래 주가대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휘닉스홀딩스는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박원순 테마로 편승되면서 4~5천원대의 주가를 유지했는데 YG와의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거나 인수 자체가 독이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주가는 어디까지 하락할지 모를 일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휘닉스홀딩스 주식을 매수할 투자자들은 이번 인수로 인한 긍정적 효과만 보지 말고 YG가 휘닉스홀딩스의 실적부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광고 분야에서 사업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또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필요자금이 수혈될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예비투자자들에게 신중을 기한 투자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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