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이어 전기레인지까지‥총성 없는 ‘전쟁 불가피’

▲ 리홈쿠첸과 쿠쿠전자 전기압력밥솥(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라이벌(rival). 라이벌이란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정치, 스포츠, 경제, 문화, 국가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라이벌 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들이 존재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마다 라이벌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업종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라이벌 열전을 기획했으며 그 여덟 번째로 밥솥업계 맞수, ‘쿠쿠전자 VS 리홈쿠첸’의 라이벌 열전을 살펴봤다.


요우커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전기압력밥솥’
한·중 FTA 체결→중국 매출 더욱 늘어날 전망


1980년대 일본 경제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일본과 대적할 나라가 없었다. 특히 소니(Sony)를 필두로 일본의 전자제품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TV를 비롯한 냉장고, 세탁기, 워크맨, 게임기 등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코끼리 밥솥 열풍


그 중 한국주부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제품은 단연 ‘코끼리 밥솥’이었다. 코끼리 밥솥은 일본의 ‘조지루시’라는 기업이 만든 전기밥솥이었는데 1981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올 때면 하나씩 사가지고 왔던 인기절정의 제품이었다.


전기밥솥은 1970년대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는 보온 기능밖에 없었지만 언제든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 ‘좀 산다’ 하는 집에서는 전기밥솥이 필수 품목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이후 1980년대에는 주부들 사이에서 일본의 코끼리 밥솥이 “3일이 지나도 밥에서 냄새(군내)가 안 난다”라는 입소문이 확산되면서 일본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필수 품목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1980년대는 한국주부들 사이에서 코끼리 밥솥을 구매하는데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현재는 전기밥솥의 성능과 디자인 등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들은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의 손에는 국내 기업의 전기밥솥이 하나씩 들려있다.


더불어 쌀이 주식인 국가뿐만 아니라 러시아 미국, 중동 등 해외 각국으로 수출되면서 또 다른 한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코끼리 밥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한국산 전기밥솥이 세계를 점령하는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국내 밥솥이 중국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수 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코끼리 밥솥 열풍이 요우커들에 의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밥솥시장 1등 ‘쿠쿠전자’


그 중심에는 밥솥업계 1~2위를 양분하고 있는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있다. 물론 쿠쿠전자가 밥솥시장에서는 단연 1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6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리홈쿠첸은 35%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어 진다.


쿠쿠와 쿠첸의 밥솥은 IH가열방식(Induction Heating 유도가열방식, 전기압력밥솥에 활용되는 우수 기술로, 내솥의 측면까지 코일을 감아 열이 골고루 전해져 밥맛이 일정하고 조리 시간도 짧은 것이 장점)을 적용해 밥맛이 뛰어나고 죽이나 찜 등 여러 가지 조리를 할 수 있는 편의기능까지 더해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에게는 필수 쇼핑품목으로 여겨질 정도로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는데 밥솥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쿠쿠전자의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6.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면세점 신장률이 7%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쿠쿠전자는 지난 2003년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일찌감치 중국시장 공략에 열을 올렸다. 중국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안남미(태국쌀)에 맞는 조리법을 개발해 현지에서 선호하는 밥맛을 구현하고 중국어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된 모델도 내놨다.


▲ 쿠쿠전자 전기압력밥솥(사진제공 뉴시스)
이어 백화점, 마트, 가전제품 유통매장 등 800여 개의 매장에 입점해 있으며 중국내 A/S센터 24개 지점을 운영하면서 1년 무상 A/S정책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업계에서는 쿠쿠전자의 중국 소비자 관련 밥솥 부문의 경우 올해 면세점 실적을 포함해 6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지난해보다 50%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쿠쿠전자의 인기는 중국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에도 이어지면서 지난 4월 홍콩의 최대 전자유통대리점인 포트리스를 비롯해 백화점 등에 진출하여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시장점유율 높이는 ‘리홈쿠첸’


쿠쿠전자의 뒤를 잇는 리홈쿠첸은 쿠쿠전자보다 다소 늦은 지난 2012년 7월 중국 업체와 총판계약을 맺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동북삼성 지역 총판대리상 계약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에 유통망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현재 쿠첸의 중국내 매장수는 쿠쿠전자보다 적지만 지난 4월 중국 최고 가전업체인 메이디(MIDEA)그룹과 온라인 총판대리상 계약을 체결하였다. 메이디는 중국내 홈쿠킹 시장 점유율 24.9%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중국에서 팔리는 전기밥솥 중 절반 이상은 메이디 제품으로 메이디가 중국내 전기밥솥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알려져 있어 메이디의 계약으로 인해 쿠첸의 수혜가 예상된다.


▲ 리홈쿠첸 전기압력밥솥(사진제공 뉴시스)
지난 6월에는 중국 국영면세점 CDGF와 가전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입점 계역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이 외에도 베스트바이(Bestbuy)와 쑨디엔(Shundan), 온라인 B2C 사이트 톈마오(Tmall)와 진둥(JD.com), 중국 홈쇼핑 채널 UGO 홈쇼핑을 확보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약 309% 성장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 총판을 통해 홍콩과 마카오 지역에서도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쿠첸 관계자는 “쿠첸은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단계”라면서 “중국에서 국산밥솥을 명품으로 부르며 선호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밝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뜨거운 경쟁’, 소송으로까지 이어져
밥솥 ‘쿠쿠전자’ 전기레인지 ‘쿠첸’…우위 보여


‘밥솥특허권’ 가처분 신청 기각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은 국내 내수 경기의 부진 속에서도 나름 선방하고 있으며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중국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어지고 있다. 이처럼 양사는 국내를 비롯해 중국 밥솥시장에 사활을 걸며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뜨거운 경쟁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지난해 6월 쿠쿠전자는 리홈쿠첸을 상대로 ‘밥솥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쿠쿠전자가 소송을 제기한 특허권은 ‘증기배출압력장치’와 ‘분리형커버감지장치’로 2건이었다.


증기배출압력장치는 밥솥 내부의 압력이 인계점에 도달하면 내부에 있는 증기를 밖으로 배출시켜 내부 압력을 하락시키는 장치를 말한다.


이어 분리형커버감지장치는 밥솥 커버가 분리되는 것으로 커버가 분리되는 것으로 커버가 분리돼 있으면 취사가 되지 않는 구조를 뜻한다.


쿠쿠전자는 경쟁사인 리홈쿠첸이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리홈쿠첸은 증기배출압력장치와 분리형커버감지장치는 각각 1995년과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채택해 온 방식이라고 반박하며 특허무효심판 소송으로 맞대응 했다.


지난 4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조영철 수석부장판사)는 쿠쿠전자가 제기한 밥솥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제 1특허인 증기배출장치는 특허무효심결이 있어 특허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으며 제 2특허인 분리형커버감지장치 역시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고 판시하며 리홈쿠첸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쿠쿠전자는 본안에 대해 항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레인지의 판도는?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은 밥솥에 이어 전기레인지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기레인지 시장은 지멘스, 밀레 등 해외 업체들이 주를 이루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밥솥에 이어 전기레인지에 눈을 돌리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현재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규모는 연간 23만대로 알려져 있으며 가스레인지와 달리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 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주변에도 열이 퍼지지 않아 사용자의 편의성이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기레인지는 가열 방식에 따라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으로 나뉜다. 하이라이트는 세라믹 유리상판 밑에 고온 발열체로 니크롬선을 이용해 열이 직접 올라와 가열되는 방식이다. 조리 시 화구 주변의 세라믹 상판이 뜨거워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인덕션은 열이 직접 나지 않고 고주파 자기장을 냄비에 흘려보내 직접 가열하는 방식이라 끓는 속도가 빠르고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전자파가 많이 나오며 자성을 띄는 전용용기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등 국내 업체들은 하이라이트에 인덕션 방식을 결합한 3구형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를 출시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밥솥시장에 이어 전기레인지 시장에서도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의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리홈쿠첸은 지난 2011년 1구 인덕션 전기레인지를 시장에 처음 출시한 이후 지난해 9월 하이라이트와 인덕션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레인지를 출시했다. 이어 지난 9월 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마트레인지’를 선보이며 하이라트에서 인덕션, 하이브리드, 스마트 레인지까지 국내 시장에 최적화된 전기레인지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 리홈쿠첸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사진제공 뉴시스)
쿠쿠전자도 지난 8월 말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에코레인지’를 출시하면서 전기레인지 사업 강화에 나섰다.


그러자 리홈쿠첸은 “쿠쿠전자가 내놓은 제품은 우리가 지난해 출시한 것과 같은 형태이고 디자인부터 크기에 이르기까지 복제한 제품이라고 봐야 한다”며 쿠쿠전자의 하이브리드 레인지 출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자 쿠쿠전자는 “리홈쿠첸의 신경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도 “지난해 전기레인지 판매량이 6만 5000대가 넘어 리홈쿠첸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몰론 쿠쿠전자의 지난해 전기레인지 판매량은 리홈쿠첸을 압도하는 것은 맞지만 판매한 모델은 1구 인덕션 제품으로 리홈쿠첸이 주력으로 밀고 있는 하이브리드 3구 모델과 거리가 있다.


▲ 쿠쿠전자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사진제공 뉴시스)
때문에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을 결합한 프리미엄 모델에서 양사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쿠쿠전자 제품이 지난 8월 말부터 출시돼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의 판도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은 밥솥뿐 아니라 전기레인지 시장에서도 뜨거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밥솥시장에서는 쿠쿠전자가 큰 차이를 보이며 압도하고 있지만 전기레인지에서는 쿠첸이 살짝 앞서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과연 쿠쿠전자가 1위 수성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쿠첸이 만년 2인자의 설움을 딛고 쿠쿠전자를 넘어설 수 있을지 앞으로 이들의 경쟁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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