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건설업계 대들보…‘같은 듯 다른 성공’

▲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라이벌(rival). 라이벌이란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정치, 스포츠, 경제, 문화, 국가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라이벌 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들이 존재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마다 라이벌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업종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라이벌 열전을 기획했으며 그 네번째로 건설업계의 맞수, ‘현대건설 VS 삼성물산’의 라이벌 열전을 살펴봤다.


현대건설, 삼성물산에 시공능력평가 1위 내줘
두 건설사 모두 예상치 못한 위험요소 시달려


5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리던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에게 자리를 내줬다. 삼성물산이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른 것은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2014년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9년 만에 1위 탈환


이 발표에 따르면 5만 3702개 건설업 관련 회사를 조사해 분야별 시공능력 순위와 업종별 공사실정을 공개했는데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는 최근 1년간 공사실적, 재무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한다.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한 삼성물산은 토목건축공사에서 13조 1208억 원의 시공능력평가액을 기록했다. 이는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 중국 서안반도체 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발전소 등 해외공사 실적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9년부터 줄곧 1위 자리를 독주한 현대건설은 12조 5666억 원의 시공능력평가액을 달성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산업환경설비공사업 시공능력에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기록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매출 실적만 놓고 본다면 현대건설이 아직까진 우위에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13조 9383억 원, 영업이익 7929억 원을 기록했다. 쿠웨이트 해상교량 공사, 베트남 몽정발전소 공사 등 대규모 해외 공사가 속속 착공에 들어가면서 2012년보다 매출 4.6%, 영업이익 4.3%가 상승하며 건설업계의 맏형다운은 면모를 과시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매출 13조 4413억 원, 영업이익 3476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현대건설에 뒤져 있다.


이를 놓고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대형공사보다는 철저한 수익이 보장된 공사만 수주하다보니 시공능력평가액에서는 삼성물산에게 밀렸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훨씬 앞서는 이유라 평가하고 있다.


또한 현대건설은 지난해 누적 수주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저력을 바탕으로 물 환경, 수처리, 폐기물자원화 분야를 비롯한 해외 민자 발전시장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삼성물산 역시 수주금액만 5조원이 넘는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수주한 경험을 살려 철광석, 유연탄 등의 해외 프로젝트 입찰을 따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악재들


이와 같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해외 건설부문에 총력을 기울이며 자존심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건설부문에서는 서로 예상치 못한 위험요소에 시달리고 있다. 먼저 삼성물산은 최근 송파구 석촌 지하차도 싱크홀과 관련해 책임을 져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물산이 지하철 9호선 터널공사를 하면서 지반보강 조치가 미흡해 싱크홀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복구비용을 투입해야할 것으로 보여 진다. 이에 삼성물산은 예상치 못한 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상황에 이르렀고 회사의 신용도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건설 또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내년 1월부터 9개월간 관급공사 입찰에 제한을 받게 됐다. 또한 현재 공정위에서 담합과 관련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공사 현장이 적발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어 해외 수주 물량 확보에 치중하다가 자칫 GS건설이나 삼성엔지니어링처럼 부실 수주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의 모태‥자존심과 자부심 상당
라이벌 경쟁 가속화 될 듯‥진검 승부 예고


현대건설의 ‘빛과 그림자’


이처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최고가 되기 위해 서로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아픔도 같이 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건설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사다. 또한 재계 1~2위를 다투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모태로 자존심과 자부심이 상당하다.


현대건설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현대그룹의 간판기업으로 실상 모든 범 현대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다. 1947년 5월 현대건설의 전신인 현대토건이 세워졌으며 6.25전쟁 당시 미군의 숙소와 부대시설 등을 지으며 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1958년 한강 인도교 공사를 시작으로 경인고속도로, 소양강댐, 고리 원자력 발전소 등을 시공하면서 급성장을 이뤄냈다. 이어 1965년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면서 대한민국 건설업계 최초로 해외건설을 수주했다.


1976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했는데 사우디 산업항 공사로 벌어들인 돈은 9억 3000만 달러였다. 이는 당시 대한민국 정부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아울러 현대건설의 대표적인 업적을 꼽으라면 경부고속도를 빼놓을 수 없다. 1970년에 개통한 경부고속도로는 당시 국가적 건설 사업이었다. 현대건설은 태국 고속도로 시공 경험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한 시공사들 중 가장 많은 구간의 공구를 수주했다.


▲ 경부고속도로(사진제공 뉴시스)
앞선 사례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이바지한 공헌은 실로 엄청났다. 하지만 정주영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후 현대그룹이 해체되면서 고(故) 정몽헌 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일면서 대규모 부채발생으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흑역사를 겪기도 했다.


이후 법정관리 체제 하에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단행하며 2006년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2010년 현대건설을 관리하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현대건설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과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2011년 3월 현대건설은 공식적으로 현대차그룹의 품에 안기면서 현대차그룹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삼성물산의 ‘빛과 그림자’


이어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삼성의 모태가 되는 기업이다. 1938년 삼성그룹의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은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이후 이병철 회장은 삼성상회에서 삼성물산공사, 삼성물산으로 사명을 교체했다.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다르게 상업으로 시작했으며 대한민국 제 1호 종합상사 사업체로 등록되어있다. 삼성물산이 현재처럼 일류 건설업체로 급부상하기 이전 1977년 삼성종합건설로 시작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상사부문만을 영위해 왔고 삼성종합건설은 사명 그대로 건설 회사였다.


삼성종합건설은 1978년 신원개발이라는 건설사를 인수·합병했다. 이후 삼성종합건설은 한국 건설업체 최초로 일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내며 도약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1993년 3월 부산 구포역 인근 하행선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하여 전복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참사의 원인은 선로의 지반침하였다. 즉, 열차가 달리는 선로의 땅이 꺼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사고지점에 선로를 관통하는 지하전력구 공사가 있었는데 공사를 위해 발파 작업을 하면서 갑자기 선로 밑에 땅이 싱크홀처럼 푹 꺼진 것이었다.


이 참사로 인해 삼성종합건설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이에 삼성종합건설은 1995년 삼성물산과 합병하면서 현재의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삼성물산은 구포참사로 인해 국내에서 수주가 불가능하자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 경험과 인지도를 쌓으며 글로벌 건설사로 급부상 했다.


그 결과로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의 마천루라 불리는 ‘부르즈 칼리파’를 시공했다. 부르즈 칼리파 공사는 처음에 다른 건설사가 공동으로 참여했는데 500m 이후부터는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시공했다. 이유는 3일에 1층씩 올리는 초고속 공사의 기술을 삼성물산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사진제공 뉴시스)
또한 대만의 타이베이101,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등도 삼성물산이 참여했다. 이는 세계의 마천루라 불리는 건물들은 모두 삼성물산이 관여한 셈이다.


수장 주목, 정통건설맨 VS 비건설맨


이처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다른 듯 비슷한 성공의 쾌거도 있었지만 기억하기 싫은 흑역사 또한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은 1952년 생으로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40여년 가까이 현대건설에 몸담은 정통 ‘현대맨’으로 알려졌다. 2009년 부사장급인 건축사업본부장을 역임하고 잠시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현대엠코를 거쳐 지난 2011년 다시 현대건설로 복귀했다.


▲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사진제공 뉴시스)
올해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삼성물산에 내준 정 사장은 이래저래 자존심 상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빼앗긴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건설부문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건설업 경험이 전무하다. 하지만 한국인 최초 GE사장을 지낸 글로벌 전문가로 통하며 2008년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 사업부 사장을 맡은 이후 8개월 만에 적자에 시달리던 사업부를 흑자로 바꿔놓았다.


▲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사진제공 뉴시스)
이어 삼성SDI 취임 후 최고 실적을 이끌었으며 삼성카드 사장 시절에는 ‘숫자 시리즈’카드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업계 3~4위를 차지하고 있던 시장 점유율을 2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최 사장이 올해에 이어 앞으로도 시공능력평가에서 확실한 1위 자리를 굳힐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초일류 건설사로 성장했다. 이들의 경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각종 규제완화를 동원해 주택시장 부양 정책을 쓸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사 모두 이미 수주한 해외 공사도 올해 착공되면서 본격적인 라이벌 경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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