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숙부 간 지분 매입 경쟁 ‘스톱’‥시멘트, 서울랜드, 녹십자 개편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범 한일시멘트家는 고 허채경 창업주 별세 후 장남 허정섭 명예회장이 한일시멘트를, 차남 고 허영섭 회장이 녹십자를, 삼남 허동섭 회장이 한일건설을 맡아 운영돼 왔다.

하지만 차남 허영섭 회장이 별세하면서 형제, 숙부 간 지분경쟁에 돌입했던 한일시멘트家가 최근 지분을 매각하고 있어 사실상 계열분리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허채경 창업주의 장남인 허정섭 명예회장의 장남 허기호 부회장이 한일시멘트를, 고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 및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 허일섭 녹십자 회장이 녹십자를, 허남섭 한일시멘트 회장이 서울랜드를 각각 계열분리 한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계열분리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故 허채경→허정섭 회장→허기호 부회장 체제 유지?
차남 별세 후 유언무효소송, 가족간 ‘지분’ 경쟁돌입


한일시멘트家가 그간 경쟁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던 것과 달리 차례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계열분리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8월부터 9월 1일까지 꾸준히 한일시멘트 지분을 장내매도 했다. 매도 후 허 회장의 지분은 1.09%(6월 30일 기준)에서 0.82% 까지 줄었다. 대신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에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매입했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허 회장의 녹십자 지분은 10.62%에서 10.82%로 늘었다.

허남섭 한일시멘트 회장 및 서울랜드 회장 역시 한일시멘트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허남섭 회장의 부인 박아심씨 역시 한일시멘트 지분 1만8285주를 매각해 한일시멘트 주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처분했다.

대신 한일시멘트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과 허 명예회장의 장남 허기호 한일시멘트 부회장 역시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은 고 허채경 창업주의 장남으로 한일시멘트 지분 7.95%를 가지고 있다. 허기호 부회장은 허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한일시멘트의 유력한 경영승계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가족 간 지분 매입이 치열해지면서 녹십자 및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해왔으나 지난 5월 녹십자홀딩스 지분 11만8570주 전량을 매각했다. 녹십자홀딩스 지분 전량을 매각함으로써 가족 간 불씨의 소지 자체를 없앤 것이다.

이에 따라 허 창업주의 2남이자 고 허영섭 녹십자 전 회장 2세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다시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늘리고 있다.

창업주의 2세대 형제와 창업주 숙부 간 경쟁이 일정정도 종료가 됐기 때문에 지분 정리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분경쟁 <왜>


한일시멘트는 고 허채경 창업주가 지난 1961년 설립한 시멘트 회사다. 지난 1969년 한일시멘트공업으로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쌍용양회와 함께 국내 시멘트 업계의 양대 축으로 성장해 왔다.

한일시멘트는 창업주인 허 회장이 지난 1995년 타계하면서 2세 경영이 본격화 됐다. 허 창업주의 장남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2남 고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 3남 허동섭 전 한일건설 회장, 4남 허일섭 녹십자 회장 등이 모두 경영에 참여했다.

이중 허기호 한일시멘트 부회장은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2005년 대표이사에 취임 후 2011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허동섭 전 한일건설 회장은 건설업황 불황으로 인해 지난해 한일건설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남 고 허영섭 녹십자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분 경쟁이 번졌다. 고 허영섭 회장 별세 후 5남인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 왔는데, 허영섭 회장 타계 후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유언무효소송’ 등을 통해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타계하면서 구두로 작성된 유언장을 통해 자신 소유의 녹십자 홀딩스 주식 56만여주 중 30만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주 중 20만주를 녹십자 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 주식 및 그 외 계열사 주식은 아내와 차남, 삼남에게만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장남인 허 전 부사장은 “아버지 유언장이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어머니 정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가 고 허영섭 전 회장의 유언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유산분쟁이 일단락된 바 있다.

허 전 녹십자 부사장은 재판 패소 후 보유 중인 녹십자홀딩스 주식 40만4730주를 장내매매를 통해 모두 처분, 회사와의 관계를 모두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의 소지는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지난 8월 46만3511주를 취득하면서 0.94%의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3남, 4남도 지분 경쟁


허남섭 한일시멘트 회장은 서울랜드 회장직도 맡고 있는데, 그간 한일시멘트 지분을 두고 허정섭 회장 일가와 지분 경쟁을 벌여 왔다.

허남섭 회장의 아들 허정규씨가 지난 2010년 4월 한 달 간 한일시멘트 지분을 매입하자, 장손인 허기호 한일시멘트 부회장이 지난 2010년 4월부터 한 달 간 지분을 매입하며 맞대응에 나선 것. 허남섭 회장은 현재 한일시멘트 지분 5.90%를 가지고 있다.

또 여기에 허동섭 전 한일건설 회장이 지난 2012년 9월 한일시멘트 주식 6만주를 매입하면서 지분을 늘린 바 있다. 허동섭 전 한일건설 회장의 지분은 현재 5.97%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경쟁이 치열하던 오너 형제 간 지분매입이 매각으로 바뀌면서 일단락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이 경영권 분쟁의 소지를 딛고 계열분리에 성공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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