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모 씨, 광모 씨와 경영권 승계 대립각 세우나?

▲ LG그룹 구본무 회장(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LG그룹(회장 구본무)은 1947년 고(故) 구인회 회장과 고(故) 허만정 회장이 공동으로 창업하며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을 이어온 LG그룹은 재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경영권 다툼이 없는 것으로 유명할 만큼 경영권 승계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실제로 아워홈, LS 등 몇 차례 이어진 LG家의 계열분리 과정에서도 경영권 다툼에 대한 논란이나 구설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재계와 증권가, 일부 언론 등 일각에서 LG그룹 4세에 대한 ‘후계 구도 대립’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LG그룹 4세 경영권 승계에 대해 짚어봤다.


구 부장 후계자 기정사실…LG그룹 “확대해석 경계”
구 대리 등장‥그러나 둘 다 경영능력 검증 없어


LG그룹은 고(故) 구인회 회장과 GS그룹의 창업주라 할 수 있는 고(故) 허만정 회장의 공동창업으로 설립됐다. 구인회 창업주가 1969년 별세한 이후 1975년 장남인 구자경 LG명예회장이 뒤를 이어 그룹을 키워나갔다. 구 명예회장이 70세가 되던 1995년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주었고 구본무 회장은 19년이 지난 현재까지 LG그룹을 이끌어 가고 있다.


장자 승계 원칙


LG그룹은 경영권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장자에게 승계하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 회장은 슬하에 연경 씨와 연수 씨, 두 딸만 두고 있다. 구 회장의 장남인 원모 씨는 1994년 6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975년생인 원모 씨가 20살이 되어 서울국제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시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급사라는 것 이외에 정확한 사인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LG측에서도 오너일가의 가족사라는 이유로 함구했다.


이에 LG家가는 가족회의를 통해 지난 2004년 11월 구 회장의 아랫동생인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의 장남 광모 씨(36)를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하게 한다. 광모 씨는 현재 (주)LG 시너지팀 부장으로 근무 하고 있다. (주)LG 시너지팀은 그룹의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부장은 이곳에서 그룹 계열사 전반을 총괄하는 업무를 익히는 일종의 경영수업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유력한 후계자


구 부장은 1978년 생으로 친 아버지 구본능 회장과 어머니 강영혜 여사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1996년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 강 여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해 대입시험을 제대로 치룰 수가 없었다.


▲ (주)LG시너지팀 구광모 부장(사진제공 뉴시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미국 유학길에 올라 뉴욕주 로체스터시티의 로체스터 공과대학에 입학했다. 이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과대를 졸업하고 국내 IT솔루션 회사에서 3년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이어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MBA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미국 뉴저지 법인과 창원공장 등 현장경험을 통해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 부장은 현재도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실정인데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구 부장은 2003년 1월 12만 1300주(비중 0.14%)를 매입하면서 처음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2008년 8월과 10월, 12월 각각 5만 5000주, 9만 4000주, 8만 2000주를 매입하며 주식 보유 비중을 빠르게 늘려나갔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구 부장은 (주)LG의 지분을 4.84%까지 비중을 늘린 상태이다.


LG그룹은 지주회사체제이기 때문에 (주)LG만 장악하게 되면 실상 LG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이다. (주)LG의 최대주주는 구본무 회장(11%)이며 구 부장은 LG전자 구본준 부회장(7.72%)과 친 아버지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5.13%)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구 부장을 장차 LG그룹의 후계자로 지목하며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LG그룹은 “구 부장의 지분 증가에 따른 경영권 승계 작업에 관련된 소문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구 부장의 회사 내 위치와 그룹 내 상황을 비춰봤을 때 경영권 승계에 대한 소문은 시기상조”라며 확대해석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LG그룹은 구 부장을 공식적으로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구 부장이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으며 (주)LG의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도 바뀌나?


하지만 지난 4월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의 아들 형모 씨(27)가 LG전자에 대리 직급으로 입사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LG그룹의 후계 판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수면위로 오르고 있다. 구 부장과 구 대리가 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울 것이란 예측은 지난해부터 조심스럽게 예측되어 왔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구 대리가 LG전자 입사하면서 이러한 예측은 가시화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다크호스로 떠오른 구 대리에 대해 살펴보자면 LG전자 구 부회장의 장남이며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현재 서울 여의도 LG전자본사에 입사해 경영전략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대리는 또한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을 제조하는 회사인 ‘지흥’의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지흥은 2008년 4월 자본금 10억 원으로 설립된 회사이며 2009년 당기손순실 4억, 2010년 당기손순실 18억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으나 2011년 매출 742억, 당기순이익 74억 원을 기록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이는 내부거래로 인한 LG화학 등의 일감몰아주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 사진제공 뉴시스


LG그룹은 장자 승계의 원칙과 더불어 70세 승계 관습도 있다. 구 명예회장이 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당시 70세였다. 구 회장도 내년이면 70세가 되기 때문에 이 관습이 유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 부장이 이를 이어받아야 하는데 아직 나이가 어리고 구체적인 경영능력을 평가 받은 경험이 없어 내년에 당장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지고 있다.


당분간 현재 방식 유지?


이 때문에 경영권을 승계 하는 과도기에 접어들 무렵 구 회장의 동생이자 구 대리의 아버지인 구본준 부회장이 일정부분 필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구본준 부회장이 구 회장에 이어 (주)LG의 2대주주이고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에서 임원과 CEO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부회장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의 역할이 강화되면 구 대리는 자연스럽게 후계 구도로 올라서게 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구 부장과 구 대리가 경영권 승계를 놓고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구 부장과 구 대리를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쌍두마차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 부장이 그룹을 지배하고 구 대리가 그룹 주력 계열사의 경영을 책임져 서로 역할을 달리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구 부장과 구 대리가 아직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이고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립각을 세우든 서로 역할을 분리하든 당분간은 구 회장이 그룹을 지배하며 구 부회장이 이를 뒷받침하는 현재의 구조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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