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차분한 가풍 걸맞게…탄탄대로 ‘성장’ 주목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담당하며 국내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대기업 집단 재벌가. 이들은 서로 혼맥과 인맥을 통해 더 높은 권력을 누리기도 하고 서로를 잡아주고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울타리를 형성했다.


한국 경제사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들만의 혼맥을 통해 재벌의 형성과 교착의 끈이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스페셜 경제>가 창간 5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대표적 재벌가의 혼맥과 경영 승계 과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정몽구 회장의 조용한 움직임‥세 딸도 평범한 결혼
정 부회장의 화려한 처가‥박근혜 대통령까지 닿았다



범 현대가는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그 외 한라건설, KCC 등 수많은 방계 그룹을 거느린 대한국민 굴지의 재벌가다. 그 중에서도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가의 중심으로 불릴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정몽준 전 의원이 정치계와 스포츠계를 넘나들며 이름을 알린 것과 달리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시진핑 주석 방한 당시 만남을 갖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혼맥도 조용히


현대자동차는 현대건설의 자동차산업 진출을 계기로 탄생하였다. 이후 국산화를 통해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로 입지를 굳혔고, 정세영 전 명예회장의 주도로 구주 및 대미 수출을 추진하여 세계 10위권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현대자동차가 설립된 것은 1967년이었다. 이후 인수와 흡수합병을 반복하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계열사인 현대정공도 사륜구동자동차 시장에 진출, 큰 성과를 거두었고 이를 이끈 정몽구 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1998년 기아자동차 인수를 계기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회장을 겸임하게 되었다. 이 때 현대는 기아자동차 인수로 세계 10위의 자동차생산업체로 도약하였다.


2000년대 들어 일명 현대그룹 ‘왕자의 난’이 발발하면서 현대자동차와 그에 관련된 관계사들은 같은 해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현대자동차 그룹으로 출범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지금의 현대자동차그룹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몽구 회장이지만 혼인은 극히 조용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故 이정화씨와 결혼했다. 평남 평양 출신의 이정화 전 해비치리조트 사장은 2009년 10월 담낭암으로 별세했다.


정의선 회장, 화려한 혼맥의 중심


정몽구 회장과 고 이정화씨 사이에서는 성이씨, 명이씨, 윤이씨, 정의선 부회장 등 1남 3녀를 뒀다.


외아들이자 막내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혼맥의 핵심이라 할 만 하다. 현대차그룹의 정·재계 혼맥은 모두 정의선 부회장과 연결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1995년 5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지선씨와 결혼했다. 서울대 음대 출신인 정지선씨는 결혼 이후 언론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정 부회장과 정지선씨 사이에서 1남 1녀(진희, 창철) 남매를 뒀다.
처가를 시작으로 인연은 널리 뻗었다.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자녀들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까지 닿아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처제인 정지윤씨는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결혼했다. 박 대표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동서들도 화려하다. 박 대표 뿐 아니라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 김형수 전 한국맥도날드 대표 등이 있다. 김형수 전 대표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차녀와, 김병주 대표는 4녀와 결혼했다.


조금 멀리 내다보면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이 닿아있다. 김형수 전 대표는 故 김도근 전 동일고무벨트 회장의 차남이다. 김 회장의 장남은 故 김진재 전 국 회의원으로, 그의 아들인 김세연씨는 부산 금정구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맡고 있다.


김세연 의원의 처가도 화려함을 자랑한다. 김 의원의 아내 한상은 씨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자녀이다. 한승수 전 총리의 배우자는 홍소자 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그의 어머니는 故 육인순 혜원학원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육인순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故 육영수 여사의 친 언니이다.


다소 조용했던 세 딸들의 결혼


정의선 부회장이 화려한 혼맥을 자랑한다면, 이에 비해 그의 누나들은 비교적 조용한 혼례를 치렀다. 첫째 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故 선호영 선병원 설립자의 아들인 선두훈 선병원 이사장과 결혼을 했고, 슬하에 아영씨와 동욱씨를 뒀다.


둘째 딸 정명이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커며셜 고문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혼인했다. 슬하에는 유미, 유진, 준 등 1남 2녀가 있다.


정태영 사장은 지난 2003년부터 현대카드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의 아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경진 회장은 본격적인 사설학원의 효시격이라 할 수 있는 종로학원의 설립자로, 1965년 서울 인사동에 종로학원을 설립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입시 학원으로, 2005년에 창업자 정태영 사장이 정몽구의 사위가 됨에 따라 특수 관계인 규정으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되었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 내에서도 신뢰도가 높다. 현대카드 숫자 시리즈, 이니셜 시리즈를 만들며 카드 업계에서 ‘히트상품’을 줄줄이 성공시켰다. 때문에 ‘현대가 사위’보다는 ‘능력있는 사장’이라는 인식이 더욱 높다.


셋 째 딸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는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과 혼인을 맺었다. 이들 사이에서는 진, 우택, 우형 등 세 아들이 있다.미국 캘리포니아에서 MBA 과정을 수료한 인재인 신 사장은 1995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정윤이 전무와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사장은 2005년부터 현대하이스코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진두지휘 하고 있다. 2012년 신 사장은 부임 이후 탁월한 경영감각을 앞세워 하이스코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 매해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어 ‘알짜 경영’을 했다는 평이다. 매출액은 줄었지만,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등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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