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의 끝” 3명의 전직 대통령과도 이어지는 혼맥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효성그룹은 재계에서도 ‘혼맥’으로 알아주는 그룹이 됐다. 전직대통령 3명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들과 혼인 관계를 맺어 탄탄한 지반 층을 만들었다. 이는 효성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했고, 효성을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효성의 창업에서부터 효성그룹과 한국타이어그룹으로 분리돼 두 개의 별로 성장한 효성가(家) 로열패밀리의 혼맥을 살펴봤다.


나이론 회사로 시작해 ‘그룹’ 까지 몸집 키워
정재계를 휘어잡은 효성家 혼인‥업계도 들썩


지난해 5월부터 효성그룹은 탈세 및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3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지난해 12월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 등은 불구속기소, 재판에 넘겨진 상태이지만, 효성이 쉽게 흔들릴 것이라 보는 이는 그 누구도 없다.


그룹 자체의 탄탄함도 눈에 띄지만, 압도적인 혼맥으로 불릴 정도로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단단한 혼맥은 효성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나이론으로 시작한 회사


효성그룹을 만든 조홍제 창업주는 1906년 경남 함안 군북면에서 대지주였던 부친 조용돈씨와 모친 안부봉 여사의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 창업주는 유교적 가풍에 따라 15세에 진주의 명문가인 하세진 가문의 하정옥 여사와 혼례를 치렀다.


조 창업주는 늘 스스로를 낮췄다. 때문에 호도 ‘늦되고 어리석다’는 뜻의 ‘만우(晩愚)’를 썼다.


1922년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해 1926년 6·10독립만세운동 당시 중앙고보 주모자의 한사람으로 기소돼 옥고를 치른 바 있었다.


옥고를 치른 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호세이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1936년 군북 금융조합의 조합장으로 피선되어 고향 농민의 지도자로서 활약하며, 광복 이전까지 면내에 자작농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


조 창업주는 43세 나이에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으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1948년 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함께 공동으로 출자해 삼성물산공사를 창립했다.


안정적이었지만 조 창업주는 ‘모험’을 택했다. 1962년 9월 15년간의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56세의 나이에 효성물산 주식회사를 창업하며 오늘날의 효성그룹의 밑그림을 그렸다.


효성물산은 1962년 조선제분을 인수 후 1966년 나일론 원사 제조기업 동양나이론(주)을 만들고 1970년 한일나이론(주)을 합병했다. 1977년 효성중공업(주)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조 창업주는 60세가 되던 1966년 나일론원사를 생산하는 동양나이론을 설립하고,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며 효성그룹의 몸집을 키워나갔다.


효성은 1979년 ‘PET병’으로 알려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용기를 국내 최초로 제조했는데 이후 간장, 식용유 등을 담는 용기로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혼맥으로 뭉쳤다


조 창업주는 기업을 일구는 것 외에도 자녀들의 혼사를 통해 재계에서 영역을 넓혔다. 효성가의 혼맥을 살펴보면 전직 대통령 3명과 유명 정치인, 재계총수들이 즐비하다.


조 창업주는 부인 하정옥 여사와의 사이에 3남 2녀를 뒀다. 장녀와 차녀인 故 조명숙 여사와 조명률 여사는 조 창업주가 사업에 나서기 전에 인근 대지주 집안으로 출가해 사업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장녀인 명숙씨는 진주여고를 졸업한 후 경남 진양의 대지주였던 허정호씨와 혼인을 치뤘다. 당시 세브란스의전(현 연세대 의대) 학생이던 정호씨는 서울신한병원 원장을 지냈다. 명률씨는 경남 산청의 대지주인 권동혁씨의 장남 병규씨에게 시집갔다. 병규씨는 효성건설 회장을 지낸 바 있다.


효성그룹을 이어받은 것은 장남인 조석래 회장과 차남 조양래 회장 그리고 삼남 조욱래 회장이다. 이들은 조 창업주로부터 주력 기업을 하나씩 물려받으면서 독립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조 창업주는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면서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땠다.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학자의 꿈을 키웠지만, 1960년대 말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가했다. 조 창업주가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효성그룹의 주력인 효성물산, 동양나일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을 맡아 키웠다.


조 회장은 32세에 송인상 한국능률협회 명예회장(전 재무부장관)의 3녀인 송광자 여사를 부인으로 맞이했다. 조 회장은 이를 통해 SK그룹은 물론 신동방그룹과 단암산업과도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송 명예회장의 장녀 송원자 여사는 이봉서 단암산업 회장과 혼인했으며, 슬하의 딸 혜영씨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의 장남 정연씨와 결혼했다. 차녀 송길자 여사와 신명수 전 동방그룹 회장의 장녀 정화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최태원 SK 회장의 처남인 재헌씨와 혼인했다.


효성도 안 부러운 한국타이어‥범 LG·이명박 대통령까지
유명 정치인, 재계총수까지 그물망 혼사‥SK 손 맞잡았다


3명의 대통령과 얽힌 혼맥


조석래 회장과 동서지간인 신명수 신동방그룹 전 회장의 아버지 신덕균 신동방그룹 창업주는 김영자 여사와 결혼했는데, 김영자 여사의 남동생이 바로 故김종대 효성기계 전 회장이다. 김 회장은 농림부 장관을 지냈으며 막내딸인 김은주씨는 조석래 회장의 동생인 조욱래 DSDL 회장과 혼인했다. 결국 조석래 회장의 사돈에 사돈이 조욱래 회장이 되는 셈이다.


조 회장의 화려한 혼맥은 자식에게까지 이어진다. 조 회장은 송 여사 사이에서 현준·현문·현상 3형제를 뒀다. 장남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장, 섬유PG장)사장은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의 막내딸 미경씨와 혼인했다. 미경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인 재만씨의 아내 이윤혜씨의 동생으로 전두환가(家)와도 혼맥으로 연결됐다.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전 효성 부사장)는 이부식 전 해운항만청장의 장녀인 여진씨와 혼인했다. 효성의 3세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던 조 변호사는 최근 돌연 경영에서 손을 떼고 보유 주식 또한 처분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남 조현상 효성 부사장은 김여송 광주일보 사장의 자녀인 비올리스트 김유영씨와 혼인했다. 유영씨는 예일대 음대 출신으로 26세에 뉴욕대 조교수로 임용될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의 비올리스트로 알려졌다.


효성 안 부러운 한국타이어家


조석래 효성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또한 형 못지않게 화려한 혼맥을 자랑하고 있다. 조 회장은 홍긍식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차녀 문자씨와 혼례를 치뤘다.


조 회장은 슬하에 2남2녀를 뒀다. 장녀인 희경씨는 노정호 연세대 법학 교수와 결혼했으며, 차녀 희원씨는 재미동포와 혼인했다.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사장은 차동환 카이스트 교수 집안의 진영씨와 혼인했다. 차 교수는 故 설경동 대한전선 창업주의 둘째 사위이기도 하다.
조 회장 집안의 혼맥의 방점을 찍는 것은 막내 아들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혼인이다. 조 사장은 이수연씨와 2001년 결혼했다. 이수연씨는 지난 정권의 이명박 대통령의 3녀다. 조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로 여러 차례 유명세를 치뤘다.


이수연씨의 큰 아버지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은 구자두 LG인베스트먼트 회장과 사돈을 맺고 있어 조 회장은 범 LG가와도 혼맥으로 연결된다.


조욱래 DSDL회장은 김은주 여사와의 사이에서 2남1녀를 두었다. 장남 현강씨와 차남 현우씨는 프레이저플레이스 호텔의 임원으로 돼 있을 뿐 사촌 형제들과 달리 경영 전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 윤경씨는 홍석융 신라저축은행 전무와 혼인했다. 윤경씨의 시아버지는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사돈인 홍준기 신라컨트리 클럽 회장이다.


조욱래 회장은 누구?


조 회장은 28세의 나이로 당시 효성그룹의 3대 주요계열 중 하나인 대전피혁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이에 조 창업주는 조욱래 회장의 장인인 김종대 전 농림부 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전 회장이 대전피혁의 경영에 참여했다.


조 회장은 이후 효성기계공업과 동성개발 등 그룹 확장에 나섰다. 특히 효성기계는 대림기계와 함께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을 양분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현재는 DSDL(구 동성개발)이란 부동산개발임대업체를 통해 프레이저플레이스 호텔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조홍제 창업주의 동생인 고 조성제 대전피혁 전 사장 또한 만만치 않은 혼맥을 자랑한다. 조 사장은 정정윤 여사와의 사이에서 5남3녀를 두고 있다. 조 사장의 3남 경래씨는 홍재선 전 전경련 회장의 자제인 애수씨와 결혼 했으며, 손윗동서는 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고 구자승 LG상사 사장이다. 4남인 익래씨는 원용필 전 한국타이어 사장의 딸인 정선씨와 결혼했다. 원 사장은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 장관의 동생이다. 장녀인 정숙씨는 정종철 전 서울 시장의 아들인 창순씨와 혼인했다.


이처럼 효성그룹은 전직 대통령 3명을 포함해 정재계를 움직이는 인물 집안과 혼맥을 맺으며 재계에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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