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두산그룹, 학생 외면한 ‘기업식 운영’ 논란 추적

김상범 / 기사승인 : 2014-05-19 16: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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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없는 대학을 거부 한다”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이달 초 중앙대학교의 한 재학생이 돌연 자퇴를 선언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학생은 중앙대가 두산그룹에 인수된 후 철저히 ‘기업화’됐으며, 학생 자치를 억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정의가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게시된 자퇴 선언문이 하루 만에 철거됐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중앙대가 학교 비판적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고의적으로 차단하는 ‘횡포’를 자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창인 씨 학교 ‘기업화’ 비판하며 “학교 떠난다” 선언
학교 지시로 자퇴 선언문 대자보 하루 만에 철거됐다?


중앙대 재학생이 기업화된 학교를 비판하며 자퇴를 선언했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창인씨는 지난 7일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라는 제목의 선언서를 낭독, 자퇴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학과 통폐합 등 학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4년 전 한강대교에서 시위를 벌였던 인물이다. 김씨는 이날 선언을 통해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후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자퇴한 첫 번째 학생이 됐다.


그는 “나는 두산대학 1세대다”로 시작하는 선언문에서 “두산 재단과 시작한 대학생활은 녹록치 않았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2008년 두산이 야심차게 중앙대를 인수하며 박용성 이사장이 ‘대학도 기업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앙대라는 이름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한 말이 불과 5년 만에 실현됐다”면서 “정권을 비판한 교수는 해임되고,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교양과목은 축소됐으며 학과들은 통폐합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업을 등에 업은 대학은 괴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기업식 구조조정의 가치를 앞세워 학생 자치는 억압받았고, 학교 입맛에 맞지 않는 대자보는 철거됐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대자보는 금지됐다. 정치적이라고 불허됐고, 입시 행사 때문에 떼어졌다”면서 “구조조정 토론회는 ‘잔디를 훼손하는 불법 행사’로, 새터와 농활도 탄압받았으며 결국 중앙대는 ‘표백’ 돼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랙리스트’ 올랐다


사실 김씨는 지난 2010년 한강대교에서 고공시위를 벌인 사실로 학교 측으로부터 정학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날 “학교에 맞선 대가는 참혹했다”는 한마디로 당시의 아픔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중앙대는 시위 이후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김씨에게 무기정학의 중징계를 내렸다가 다음해 법원이 ‘무기정학은 부당하다’고 판결하자 18개월 유기정학으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또 김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라 학교 활동의 상당부분에 제약을 받았다는 점 역시 자퇴 선언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학교 측은 나의 징계 이력이 학칙 위반에 해당한다며 올해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 피선거권을 박탈했다”며 “교환학생 자격박탈 등을 언급하며 인문대학생회를 협박했다”고 말했다. 올해 중앙대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는 김씨가 단독후보로 출마했는데, 결국 선거는 무산됐다.


김씨는 “난 블랙리스트였다. 학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자퇴만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라고 했다. 또 “대학에서 배운 건 정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해 극에 달한 실망감을 표현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학생회장의 경우 학점 및 징계 사항 등을 포함한 학내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는데, 단독 후보로 출마한 김씨의 경우 이 같은 자격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해 선거가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대 교수들에 대한 실망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교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후퇴한다고 시국선언을 했던 교수들이 학내에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대학의 본질을 찾는 학생들에게 교수들은 다치지 않으려면 조심하라는 말밖에 해주지 못했다. 자기 몸 하나를 건사하기 위해 모두가 비겁했다”고 성토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중앙대에 대한 애정과 함께 자신의 작은 ‘메시지’를 통한 학교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대학은 기업이 아니고 나 또한 상품이 아니다”면서 “그 누구보다 학교를 사랑하고 중앙대가 명문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학은 대학으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품위가 있어야 하고 진리와 정의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뜯겨진 대자보


김씨가 지난 7일 자퇴 선언을 한 후 자퇴 선언문이 담긴 대자보가 불과 하루 만에 철거돼 또 다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앙대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와 일부 학생들에 따르면, 김씨의 자퇴 선언 대자보는 8일 학교 측에 의해 철거됐다.


같은 날 다음 ‘아고라’ 등에는 김씨의 친구라는 한 네티즌이 하루 만에 떼어진 대자보를 두고 학교 측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대자보가 이미 철거돼 있었고, 떼어진 자보에는 “학교에서 지시한 것임, 치우지마세요”라고 명기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학내에 설치됐던 대자보는 총 4장이다. 김씨가 법학관에 부착한 것을 비롯, 중앙대 학생들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 등이 김씨와 관련한 대자보를 부착했다.


일부 학생들은 지난해 법학관 자리에 ‘안녕들하십니까’ 등의 대자보가 오랜 기간 부착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학교 측이 규정 준수의 명목으로 ‘불편한’ 내용이 담긴 게시물에 대해 일방적 철거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학관에 부착된 게시물이 철거된 것은 지정된 구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해당 학생의 게시물을 특정해 철거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중앙대는 올 초부터 청소노동자들과의 갈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바 있다. 잇단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앙대는 흉흉한 학내 분위기 수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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