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회장 ‘뚝심 경영’‥흔들리는 위기 극복할까

[스페셜경제=현유진 기자]지난해 동부그룹의 실적은 그야말로 ‘울상’이었다. 3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주요계열사의 실적에는 어려움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현재 동부의 비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부CNI는 계열사들의 지분법 손실 영향으로 실적악화를 낳고 있다. 더불어 금융계열사의 지주사 격인 동부화재가 매년 뛰어난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작년 동부CNI의 지난해 매출은 5228억 원으로 지난 2012년 5445억 원 비교해 4%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218억 원에서 181억 원으로 17% 감소했다. 이는 동부 CNI에 속한 동부건설의 재무 건전성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 같은 그룹의 위기에 혼맥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동부그룹의 혼맥을 되짚어봤다.


초창기서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재계 10위권 도약해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 화려한 정‧재계 인맥 낳았다


동부그룹의 역사는 현재 총수로 재직 중인 김준기 회장을 시작으로 국내 다른 재벌에 비해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한다. 국내 재계 1세대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과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들보다 30~40년 뒤늦게 창업해 국내 30대 그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현재 동부그룹의 위기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동부건설은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지만 주주배정이 아닌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대주주 일가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룹의 위기를 김준기 회장이 어떤 ‘뚝심 경영’을 보여 이겨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학생에서 재벌가 총수로


올해 나이 59세의 김준기 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 2학년 재학 중이었던 학생 시절 회사를 세웠다. 이후 김 회장은 창업 20년 만에 동부그룹을 재벌로 키워냈다. 이러한 김 회장의 성공은 혼맥과 가족관계 역시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준기 회장家의 혼맥은 정치권을 비롯해 법조계는 물론 처가인 삼양사그룹, 차병원그룹과 농심그룹에 이르기까지 직접 사돈을 맺는 등 화려한 혼맥을 드러냈다.


동부그룹 회장 부친인 故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은 1918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다. 김 부의장은 1954년 자유당 창당에 참여해 제3대 민의원에 당선된 후 국회에 진출했으며 제4대 민의원과 6,7,8,9,10대 국회의원 등 내리 7선을 지내며 거물급 정치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에 김 회장의 성공에는 부친이 정계거물이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김 부의장의 5남3녀 중 장남이다.


1969년 당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신분이었다. 김 회장은 만 24세의 나이로 직원 셋을 데리고 자본금 2,400만원으로 지금의 동부그룹의 전신인 미륭건설을 창업했다.


미륭건설은 1970년대 중동건설 경기 붐을 타고 규모를 키워나갔다. 1973년부터 80년까지 중동지역에 진출해 20억 달러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지금의 동부그룹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후 건설업계 도급순위 10위권에 단박에 진입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동부그룹은 1971년 동부고속운수, 1972년 동부관광을 세웠으며 1980년대부터 90년 초반에 이르기까지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해상보험)을 인수하고 동부생명보험과 동부증권을 세우면서 굴지의 금융기업으로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노고에 힘입어 2000년 재계 10위의 대기업 집단으로 오르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동부그룹의 밑거름 ‘김준기’


한편, 자신의 뒤를 이어 정치인이 되기를 바랐던 김진만 부의장의 바람은 5남 3녀 중 차남인 김택기 강원대 초빙교수를 통해 이어졌다. 김 교수는 젊은 시절 형을 도와 동부그룹 경영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일했다.


이어 김 부의장과 김숙자 여사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난 명자씨는 국내 최초의 치약회사인 동아특산약화학 故임형복 회장의 차남 임주웅 전 동부생명 사장과 혼인 했다.


김 회장의 권유로 동부그룹에 합류한 임주웅씨는 한국자동차보험 이사와 동부생명보험 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임 전 사장의 형인 임주용씨는 동국제강 故 장상태 회장의 막내 동생인 장복혜씨와 결혼해 중앙투금 부사장을 지내게 된다.


임 전 사장과 김명자씨는 슬하에 1남2녀를 낳았다. 장남 임준석씨의 장인 윤호중씨는 흥아해운 창업주인 故 윤종근씨의 아들이다. 준석씨와 더불어 누나 경미씨와 여동생 수정씨가 있다.


장남인 김준기 회장은 처가를 통해 삼양사와 연계되기도 했다. 김 회장의 부인 김정희 여사는 삼양사 그룹의 창업주인 故 김연수 선생의 장남 故 김상준 삼양염업 회장의 둘째딸이다.


현재 김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녀 김주원씨는 리젠트화재(구 해동화재) 김동만 회장의 손자인 김주한씨와 혼인을 맺었으며 김주환씨는 메릴린치 증권 애틀란타 지점에서 자산운용사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은 누나 주원씨의 소개로 차병원그룹 차경섭 이사장의 손녀인 차원영씨를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지난 2009년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한 김 부장은 경기고와 미국 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대학에서 석사(MBA)를 받았다. 이후 UC버클리 경영전문과정을 수료했다.


차기 경영권 구도에 김 부장 외에는 다른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부장의 경영권 승계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삼양가 이어 농심도 ‘사돈관계’…동생들 혼맥도 “막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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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로 삼양가 아울러


김준기 회장은 친지의 중매로 김정희 여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희 여사의 조부인 김연수 선생은 고려대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의 동생으로 정‧재계의 폭 넓은 혼맥을 쌓아왔다.


김 창업주는 故 김상준 삼양염업 회장, 故 김상협 전 국무총리, 故 김상홍 삼양사명예회장, 故 김상돈 삼양염업 고문, 김상하 삼양사 대표이사 회장, 김상철, 故 김상응 전 삼양사대표이사회장 등 7남 6녀를 낳았다.


김상준 삼양염업 회장은 구연성여사와 사이에서 2남3녀를 두었는데 김병휘 한양대 수학과 교수와 김범(개인사업), 김정원, 정희, 정림씨를 두었다.


김 회장은 윤대근 회장(현 동부CNI 회장)과도 동서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미국 유학시절부터 윤 회장은 형님인 김준기 회장을 도와 그룹경영에 참여했다.

더불어 동부그룹의 역사에는 또 한명의 인척이 존재한다. 바로 김 회장의 외삼촌인 故 김형배 동부문화재단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상공부 상역국장‧공업진흥청장, 한국공업표준협회 회장, 한국소비자보호원 원장,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후 1994년 동부에 합류해 제조부문 회장과 상임고문 등을 거쳤다.


재계와 정계‥두루 넘나들다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은 2녀 김명희씨는 등신불의 저자 故 김동리 선생의 아들 김평우 변호사와 결혼했다. 시민활동가로 유명한 김명희씨는 ‘한국여성의 전화’ 청립 멤버로 정치권의 여성 국회의원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맏형인 김 회장 대신 정계에 진출했던 2남 김택기 강원대 교수의 부인은 이양희 성균관대 법학 대학원 교수로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딸이다.


김택기 교수는 동부애트나생명보험 사장, 동부고속 대표이사 사장, 동부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뒤 2000년 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3남 김무기 전 동부증권 부사장은 이종진 전 서울대 문리대학장의 딸인 이지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혼인했다. 80년대 초반 동부그룹에 합류한 김 부사장은 90년대 중반 경영일선에서 나와 지난 2011년 비앤비성원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4남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흥기씨는 여동생인 김희선씨의 소개로 교사로 지내던 오남선씨와 연애결혼에 성공한 뒤 현재 미국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녀 김희선씨는 이화여대 음대 재학 시절 자신의 소개로 오빠의 부인이 된 오남선 씨의 주선으로 학교 축제에서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과 만나 결혼하게 됐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자녀들을 모두 재벌가와 혼인을 맺었다.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은 박남규 조양상선 회장의 4남인 박재준 전 조양상선그룹 부회장과 결혼했으며 장남인 신동원 농심대표는 민철호 전 동양창업투자 사장의 딸 민선영씨와 혼인을 맺었다.


또한,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노홍희 전 신명전기 사장의 딸인 노재경씨와 결혼했으며 막내딸인 신윤경씨는 서성환 태평양그룹 선대회장의 차남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혼인에 성공했다. 현재 김 부의장의 막내아들 김형기씨는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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