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쓰러져도 ‘갈 길’ 간다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사기성 회사채·기업어음(CP)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1조3천억여 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 회장과 오리온 담철곤 회장은 국내 최초의 사위 경영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장자’만이 그룹을 맡거나 형제 간 공동경영을 하는 두산그룹과 달리 동양과 오리온은 사위경영 타이틀을 단 최초의 기업이다.

최근에는 현대캐피탈 등으로 사위경영이 확산되는 분위기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양그룹 제과 부문에서 독립 후 오리온그룹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오너 리스크’를 제외하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최초의 사위경영 시작한 故 이양구 창업주 일가
장녀 담경선씨 입사 가능성 거론‥장남 서원씨 공부 중



“그룹과 대주주(담 회장 및 이화경 부회장)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다, 추후에도 지원 계획은 없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손아랫동서인 담철곤 회장에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위한 담보 제공을 요청한 지 13일 만에 나온 결정은 ‘불가’였다.

담 회장과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오리온 개인 지분은 약 1조 6000억 원 규모다. 담 회장이 ABS 발행을 요청한 금액 중 일부(최대 3000억 원)를 담보로 제공하고, 이를 돌려받지 못할 경우 오리온그룹의 경영권과 지배구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것이다.

내심 ‘오너 일가’의 지원을 받기를 기대했던 동양그룹 역시 난처한 입장에 빠졌고 현 사태에 이르게 됐다. 동양그룹은 사실상 해체 됐다.


동양그룹 계열사에서 시작


오리온그룹은 동양그룹 계열사에서 출발했다. 창업주 이양구 선대회장이 1934년 세운 풍국제과가 전신이다. 이 선대회장이 풍국제과를 인수해 동양제과를 설립했다. 2001년 제과 부문을 동양그룹에서 따로 계열분리 했다.

이양구 창업주가 검사 출신이었던 현재현 회장이 동양그룹을 경영을 이어받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양구 전 회장은 세상을 떠나면서 동양제과를 독립한 둘째 딸 이화경씨와 담철곤 회장 부부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담철곤 회장의 오리온은 과자 회사에서 현재는 자산규모 2조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해 동양그룹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기존 시멘트 회사에서 금융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던 현 회장과 달리 영상엔터테인먼트, 부동산 개발 등으로 확대한 오리온그룹의 성장 폭이 경기를 감안했다고 해도 그룹 성장에 더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오리온그룹은 2001년 동양그룹 계열 분리하고 나서 2003년 동양제과에서 오리온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9년에는 해외매출 국내 매출 추월했고, 2012년에는 중국매출 1조를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담철곤 회장에 대해서는 ‘오너 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담철곤 회장은 회사 돈 300억 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아 지난해 4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았다.

또 담 회장은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자택에 설치하고 람보르기니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리스해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총 226억 원을 횡령하고 74억 원을 유용한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기소 된 바 있다.


제과회사에서 사업 ‘다각화’


오리온이 크게 성장하게 된 계기는 ‘초코파이’의 성공을 밑바탕으로 한다. 1974년 4월 초코파이를 생산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이듬해 6월 회사주식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1990년대 들어 오리온은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한다. 1994년 영상사업 분야에 진출하면서 엔터터엔먼트사업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1999년 미디어플렉스, 2000년 제미로, 2010년 메가박스 등의 계열사를 설립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쇼박스는 국내 3대 영화 배급사 이자 영화제작 투자사 중 하나다.

오리온은 이 쇼박스를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1년 만에 설립했다. 동양제과 사명도 변경했다. 2003년 동양제과 사명을 오리온으로 변경, 명실상부 ‘동양’ 흔적을 지웠다.


이화경 부회장, 최대주주


오리온그룹은 이 선대회장의 차녀 이화경 부회장이 14.49%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담철곤 회장의 자녀 경선씨, 서원씨의 지분을 합치면 총 29.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담철곤 회장은 1980년 이화경씨와 결혼했다. 담 회장은 대구에서 한의원을 하던 화교 2세이며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과는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나 10년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 회장은 1989년부터 동양제과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으며 본격적인 경영 능력은 1993년 동양그룹 부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담 회장은 당시 200개가 넘는 제과 브랜드를 60여개로 줄이는 한편 동양제과를 중심으로 한 16개사를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 했다. 오리온은 지난 2009년 국내 식품업체로는 처음으로 해외매출이 국내 매출액을 앞지르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장녀 담경선씨와 장남 담서원씨 남매를 두고 있으며 경선씨는 미국 유학을 마친 뒤 귀국해 회사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다. 장남 서원씨는 아직 공부를 하고 있다.


오리온 정점 수직계열화


오리온그룹은 지주사격인 오리온을 정점으로 계열사들이 수직형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오리온은 부동산 개발 및 분양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리온자산개발 90%, 오리온레포츠 86%, 영화 배급사인 미디어플렉스(쇼박스) 57.50%, 건설업체인 메가마크 100%,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100%, 오리온음료 100%, 스포츠토토 66.64%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스포츠토토는 차기 민간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미디어플렉스는 박수건달문화산업전문, 수프림스타인베스트먼트, 제미니벤처투자, 수프림스타홀딩스 등 4개 관계회사를 갖고 있다. 건설업체인 메가마크는 섬유제조 및 판매업체 미소인에 90% 출자해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스포츠토토는 스포츠토토온라인(70%)과 크레스프(100%)를 자회사로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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